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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플로우지니 Feb 10. 2023

기운

운전을 하다가 신호에 섰는데 앞차 뒷유리에 이런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 

눈을 의심하게 하는 문구!!




저 스티커를 보자마자 <사고가 크게 난 앞 차>가 그려진다. '긴박한 현장'일 것이다. 운전하는 엄마 아빠가 신속히 아이를 옮길 수 없는 정도의 큰 사고가 날 때에나 유용할 저 스티커. 게다가 아이의 혈액형까지 써놓았기에 사고 난 차에 탄 아이까지 구체적으로 상상하게 된다.


보통의 지나가는 차를 보면 그 차들은 의식에 저장되지 못하고 흘러간다. 그러다가 이 차는 내 주의를 집중시키고 생각이 붙잡혀있도록 만든다. 이제 이 차는 더 이상 나에게 '흘러간 장면'이 아니다. 각인되고 생각하게 하고 구체적으로 장면을 상상하게 만든다. 그것도 당신의 사고를.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 나뿐만이 아니었다면?

열 명 중 한 명쯤 이 차를 보며 그런 생각을 했다면?

이 차가 다닐수록 사고를 떠올리는 사람은 점점 많아지고 있다면?

그런 에너지는 커지고 뭉쳐져 정말 어떤 사건으로 형상화될 수 있을 텐데...


간디는 <전쟁을 하지 말자>는 구호  대신 <평화를 원한다>는 구호를 선택했다. 전쟁을 반대한다는 문구에서 '전쟁'을 떠올리게 하는 것이 '전쟁'을 부를 수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핑크색 코끼리를 생각하지 말라고 하면 지울 수 없는 것처럼. 생각하고 싶지 않은 것을 밀어내기보다, 생각하고 싶은 것에 집중하는 편이 옳다.





이 글을 쓰려고 이 스티커를 검색했더니 이제 내 인터넷창에 이 스티커 홍보 팝업이 뜬다.

이노무 알고리즘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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