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정해놓고 하는 것이 아니었다. 놀이터를 숨겨놓은 어린아이처럼, 얼른 그 평화의 들판에 가고 싶었다. 수시로 눈을 감고 깊은 호흡을 하곤 했다.
당시 경제적 상황이 좋지 않아 의도치 않게 외톨이 생활을 했다.
아무도 만나지 않았다.(못했다. 돈이 드니까.)
식사는 양상추와 계란, 비엔나소시지를 사다 놓고 아주 조금씩 나누어 먹었다. 양상추 한통은 꽤나 여러 번 먹을 수 있었고 아삭아삭 식감이 좋았다. 거기에 계란 한 알을 찌고 비엔나소시지 두 개를 구워 아주 잘게 나누어 조각 수를 셀 수 없이 만들었다. 그렇게 샐러드 한 접시를 만들었다. 가장 적은 돈으로 최대한 오랫동안 버틸 수 있는 것을 목표로 했다.
눈뜨자마자 책을 폈다. <당신의 소원을 이루십시오>라는 책이었는데 작가가 누군지 모르는 채 구전동화처럼 내려온 이야기라고 했다. 그 사이 책은 절판되었다.(지금은 다시 출판되고 있다) 다시는 그 책을 볼 수 없을까 봐 제본을 했다. 제본한 책은 두께가 5미리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그 얇은 책을, 나는 한 줄 한 줄 곰곰이 씹으며 보느라 시시때때로 눈을 감고 심호흡을 했다. 2년 넘는 시간 동안 같은 책을 수백 번 읽으며 매일 호흡했다.
20대 중반으로 넘어가던 그 시기, 나는 점점 우주에 완전히 연결되어 있음을 느꼈다. 질문을 하고 눈을 감고 심호흡을 깊게 깊게 하고 일상으로 돌아가 생활을 하다 어느 순간, 설거지를 할 때, 샤워를 할 때, 멍하니 서있을 때, 그 질문의 답이 섬광처럼 내게 들어왔다.
그것은 학습과는 다른 것이었다. 지식을 얻는 것과는 전혀 다른 형태의 앎이었다. 순차적으로 공부하다 알게 되는 차원의 것이 아니라 갑자기 알게 되는, 갑자기 마지막 퍼즐 하나만 필요했다는 사실조차 모르던 퍼즐판이 채워지며 앞뒤 내용까지 연결되어 큰 덩어리의 앎으로 바뀌는 과정이 며칠마다 일어났다.
시간이 지나고 다시 취업을 했다. 살아서 우주의 메시지를 받던 촉은 어느새 땅에 떨어져 끌리고 나는 점차 바쁜 일상 중에 맑게 닦여 있던 나를 잃은 채 살았다. 얼마 전부터 다시 명상도 아닌, 깊은 호흡을 해보려 노력하는데 잘 되지 않는다. 배가 그득해서 큰 숨을 쉬는 것이 버겁다고 느껴졌다.
그리고 알게 되었다.
완전히 맑은 정신에 다가서려면 우리의 몸도 최대한 비워져야 한다는 것을.
의도치 않게 뱃속이 비워졌기 때문에 그 시기의 나는 송곳처럼 뾰족할 수 있었다.
의도치 않게 인간관계가 때로는 고립되어 버렸기에 부정적인 단 한 마디도 듣지 않은 채 고요한 나를 유지할 수 있었다.
오랫동안 그 위로 켜켜이 쌓인 내 마음 위 먼지를 걷어내기 위해 몸을 먼저 가볍게 비워야겠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