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되고 난 후
하루 종일 말도 못 하는 작은 생명체와 하루를 보내면서
커피 한 잔 마음껏 못 마시고 화장실 편히 못 가는..
많은 엄마들이 그렇듯,
인생에서 자유를 이렇게 억압받아본 적이 있던가..
하는 생각을 하면서 하루하루를 보냈어요.
왜 함께 만들었는데, 나만 이렇게 자유가 없어야 해?
왜 나만 이렇게 잠을 못 자야 해?
당신은 화장실은 편히 가지? 커피는 마음껏 마시지?
하는 생각에 특히 신랑에게는
검은 기운을 뿜 뿜 뿜어내고 있었죠.
그날도 역시 마찬가지로 검은 기운을 뿜 뿜 뿜어내면서
여보 혼자서도 목욕시킬 줄 알아야지,
로션 발라줄 줄 알아야지 등등의 잔소리를 하고 있었습니다.
땀을 뚝뚝 흘리며 목욕을 시키고 나와서
나지막이 아이에게 하는 이야기.
못하는걸 보기보다는 잘하는 걸 봐주는 사람으로 자라라는
당부의 말을 하더라고요.
아이에게 하는 말이었지만 직접적인 청자는 저였어요.
늘 화가 나 있었던 나.
그 한 마디의 말에 정신이 번쩍 드는 것 같았어요.
그래 맞다. 이 사람은 쪼그려 앉는 게 힘들었던 건데..
다른 건 잘해주는 남편이고 아빠였는데..
심지어 목욕도 제 마음에 들지 않는 것뿐이었는데..
아이 아빠는 음식을 뚝딱뚝딱 잘해요.
아이가 좋아하는 것은 물론이고 제가 좋아하는 것도 잘 만들어주죠.
이유식을 만들 때쯤, 야채 다지기를 사기 전에는
퇴근하고 와서는 한참 동안 서서 야채를 쫑쫑쫑 다져댔어요.
당근을 썰다가 손을 크게 베인적도 있었고요.
불 앞에 한참 서서 멸치랑 다시마 등을 넣고
육수를 만들어 내기도 하고,
잘 안 먹는 아이에게 먹여보자며
다양한 시도를 해서 음식을 만들기도 했지요.
자기 전에는 아이에게 한참 책을 읽어주기도 했어요.
엎드려 있는 등 위로 아이가 올라타면
이제는 제법 무거운데도 허허거리며 잘 놀아줘요.
늦은 밤 입었던 내복이 싫다며 잠투정을 하는 아이를
조용히 데리가 나가 원하는 내복으로 바꿔 입혀 주죠.
사람은, 누구나 그렇잖아요.
모든 걸 잘하는 사람은 없어요. 저도 마찬가지고요.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가면서 살았어야 했는데
당시 저는 제 마음의 눈을 감고는
아이 아빠의 부족한 부분은 커다란 돋보기로 확대하여 보고,
멋진 부분은 티끌처럼 축소해서 보았던 것 같아요.
처음 아빠가 된 이 남자도 많이 당황했을 텐데..
웃음을 잃은 아내의 얼굴에 어찌할 바 몰라했을 텐데..
어제는 아이가 태어난 지 천 일이 되는 날이었어요.
천 일 동안 많이 자란 아이도 신기하고 기특하고
제법 부모 티가 나는 우리 부부도 신기하고 기특합니다.
우리 모두 고생 많았어요.
부족한 부분은 한쪽 눈을 감고 볼게요.
잘하는 부분은 두 눈 크게 뜨고 볼게요.
앞으로도 잘 살아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