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서나 보던 풍경이 펼쳐지고 있다. 길에 사람이 없고 슈퍼에서도, 길 가는 사람들도 모두 마스크를 쓰고 있다. 카페에서는 테이크아웃만 가능하며 마스크를 꼭 쓰고 들어와 달라는 문구가 문 앞에 적혀 있다.
"노원구에는 어린이집이 전부다 휴원했대." 라는 말을 듣고 "갑자기 그렇게 닫으면 거기 엄마들은 어떻게 해?" 라며 놀란게 채 가라앉기도 전에 내가 살고 있는 성동구에서도 "오늘 아침에 성동구에서 확진자가 나왔습니다."라는 메세지와 함께 2월 19일 아침, 즉각적으로 모든 어린이집이 휴원했다. 하지만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잠깐 소강상태에 이르른 것처럼 보이던 코로나 확진자는 특정 종교 사람들이 집단으로 확진자로 진단되면서 걷잡을 수 없이 퍼졌고, 학교와 유치원, 어린이집이 장기 휴원에 들어갔다.
이번에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우리집 첫째는 3월 말까지 미뤄진 입학식 덕분에 입학을 못하고 있다. 둘째도 오빠와 늘어지게 자고 일어나 밥을 먹고 집 안에서 숨바꼭질,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가위로 종이자르기 놀이, 유투브 영상보기를 반복한다.
오늘 아침 첫째 아이가 말했다.
"엄마. 지금 참 좋다."
학교가 왠지 무섭던 아이는 무기한으로 느껴질만큼 긴긴 자유시간이 좋기만 하다.
재작년 11월 말에 일산에서 서울로 이사를 왔다. 바로 들어갈 수 있는 어린이집과 유치원이 없어 당시 6살,3살 아이 둘을 집에서 12월부터 2월까지 3개월간 데리고 있어야 했다. 아아, 그 때의 두려움이란.
일산에 살 때 나는 주말이 두려운 엄마였다. 아이 둘을 데리고 밥 세 끼를 해먹이며 집에 있는 것은 생각만 해도 머리가 절레절레 저어지는 일이었다. 그래서 주말이면 아이들을 데리고 동네 키즈카페에 갔다. 그리 크지 않은 키즈카페여서 아이들은 어디에 있든 눈에 들어왔다. 거기에 풀어 놓으면 시시때때로 과자와 음료수를 먹으며 실컷 뛰어 놀았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미소야에 들러 뜨끈한 우동에 알밥까지 시켜 먹으면 하루가 마무리되곤 했다.
이사와서 가장 먼저 한 것은 그래서, 집에서 가까운 키즈카페를 찾는 일이었다. 다행히 꽤나 규모가 큰 키즈카페가 차로 5분거리에 있어, 우리는 아이 둘 연회원을 끊고 매일같이 출퇴근을 했다. 아무도 없는 큰 키즈카페에 풀어놓으면 첫째는 그 곳 선생님과 끝도 없이 쫑알거리며 수다를 떨었고, 둘째는 모래놀이를 몇시간씩 했다. 아아, 이렇게 완벽한 일상일수가.
그런 날은 오래가지 않았다. 키즈카페 선생님이 놀렸다며 다시는 그 곳에 가지 않겠다는 첫째. 일 년치나 돈을 냈으니 가자고 구슬러 보았지만 아이는 요지부동이었다. 그 때쯤 둘째도 매일 간 그 곳이 시시해져버렸다. 감사하게도, 그 키즈카페가 문을 닫으며 많은 금액을 환불해주셨다.
나는 다시 불안해졌다. 키즈카페를 안가면 어떻게 한담. 어쩔 수 없이 집에 셋이 있어야 했다. 심심해진 아이들은 집 안에서 놀거리를 찾았다. 책을 꺼내왔고 글씨를 썼다. 나도 아이들도 그렇게 오랜 시간 한 공간에 있어본 것은 처음이었다는 걸 그 때 알게 되었다.
남매가 둘이 노는 법을 알게 된 것도 그 때가 처음이었다. 둘째가 태어났을 때 이미 첫째가 어린이집에 다니고 있었기 때문에, 둘만 붙어 놀 시간이 없었던 것이다.
아이들과 오랫동안 대면할 때에야 나에 대해 알게 되는 것들이 있었다. 일곱살 아이와 7년차 엄마가 싸울 때 얼마나 피터지는지 알게 되었고, 평온하다가도 그렇게 싸울 때에만 곰곰이 생각해보게 되는 나의 불안, 내 안의 어린아이를 볼 수 있었다.
'시국'이라 할 정도로, 매일의 뉴스는 걱정과 불안과 공포로 뒤덮여있다. 외출을 최대한 자제하고 사람들과의 만남을 하지 않는 것이 미덕인 때라, 우리 모두 집에서만 지내고 있다.
우리는 그런 와중에도 평화로울 수 있다. 재작년 겨울을 아이들과 붙어 지낸 덕분에, 지금 이 시간도 '힘듦'보다는 '기쁨'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아이들과 하루종일 붙어 있는 시간을 두려움이 아닌 여유로움으로 느낄 수 있다.
자발적으로는 만들지 못할 이 방학을, 지지고 볶는 미칠 것 같은 시간이 아닌, 함께 하는 여유로운 시간이라 느끼는 건 어떨까. 이 시기가 지나고 나면 아이도, 엄마로서의 나도, 이 힘든 시기를 같이 겪어낸 국민들도 한 발짝 성장해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