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에 닿는 공기가 부쩍 달라진 것이 느껴지는 요즘입니다.
달큼하고 포근한 공기가, 이제는 제법 따뜻해졌어요.
포근한 공기가 코에 닿아 봄이 왔다는 것이 느껴지면
어쩐지 마음이 두근두근 합니다.
낯가림 심한 저에게 봄은 긴장의 계절입니다.
새 학교, 새 학기, 새로운 시작.
그렇게 몇 년을 보내다 보니,
긴장의 강도가 점점 약해지긴 했어요.
새로운 학교로 옮기더라도 곧 다행히 적응이 되어서요.
하지만 봄의 끝자락까지도
긴장감으로 두근두근 했던 봄이 있었어요.
신촌에서 맞이한 봄.
올해 봄 공기가 처음 느껴진 날 갑자기 신촌이 떠 올랐어요.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은 참 좋았지만
고용에 대한 불안감은 언제나 저를 참 힘들게 했어요.
'나도 계속 함께 하고 싶다.
불안하지 않게 쭈욱 일 하고 싶다.'
그런 저의 마음을 잘 알던 친구의 소개로
이직을 하기로 하였습니다.
주변의 응원과 만류를 동시에 받으면서
근무하던 학교의 계약기간이 만료된 시기에 맞춰서
신촌에 있는 병원에서 근무하기로 하였습니다.
개인 병원이었지만 규모가 작지 않아서
원장님을 도와 병원 경영을 하는,
총무과에서 일하기로 했어요.
그동안 해왔던 일과는 전혀 다른 일이죠.
돈을 관리하고, 병원 경영에 관련된 전반적인 일을 하는 것.
'전반적'이라는 말에는 참 많은 일이 내포되어 있어요.
한 번도 해 본 적 없는 일들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문서작업뿐 아니라, 자금 관련 일들, 직원의 인사에 관한 일들..
아, 한 가지 예로 들자면,
병원에서 일하기 전까지 급여날은 언제나 신나는 날이었죠.
급여를 늘 받아왔었으니까요.
그런데 이직 후부터 급여날은 엄청난 긴장의 날이었습니다.
급여를 정확하게 지급해야 하는 것도 저의 업무 중 하나였거든요.
그나마 익숙했던 학교와는 많이 다른 분위기,
일을 배워도 배워도 손에 익지 않아 실수할까 두려운 기분,
총무 관련 공부를 제대로 한 적 없이 일을 시작해서
전문적인 사람들 사이에서 혼자만 비전문적이라는 생각,
내가 일을 잘하고 있는 건지 아닌 건지 조차도 모르는 막막함까지.
병원에 있는 시간들은 저를 자꾸만 위축되게 만들었어요.
개나리가 담장을 노랗게 물들였다 지고,
벚꽃이 하얗게 솜사탕처럼 피었다 지고,
나무가 귀여운 연둣빛 나뭇잎을 내고 진한 초록으로 바뀔 계절까지
병원에 있는 시간은 언제나 참 많이 답답했죠.
그렇게 병원에서 부딪치며 일을 배울 때
제가 가장 좋아하는 시간이 있었어요.
은행가는 시간.
제 마음을 작아지게 억누르는 병원의 기운에서
잠시나마 벗어날 수 있었던 시간이었어요.
신촌의 번화가를 걸어서 은행에 가면서
따뜻한 햇살도 받고, 밝게 빛나는 대학생들을 보면서
마음이 환기되었어요.
햇볕이 따가워져 은행가는 길이
더위로 힘들어질 때쯤이 되어서야
병원 일은 조금씩 적응이 되기 시작했어요.
따뜻한 봄 공기가 오랜만에 코로 전해지자
햇볕을 받으며 해방감으로 은행가던 그 날들이 생각났습니다.
길었던 신촌의 봄.
코로나 때문에 집에서 있는 시간이 길어져서
계절의 변화를 늦게 알아차리고 있어요.
갑자기 확 다가온 포근한 공기 냄새에 그때의 봄이 생각난 건
아마도 병원에서 은행가던 시간을 기다렸던 것처럼
자유롭게 외출할 그때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봄이 가기 전에 그 날이 꼭 오길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