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외출을 했습니다.
그동안은 아이랑 집에서 콕 박혀 있었는데
주말에 일이 있어 나가 보니,
동네 아파트 담장에 개나리가 노랗게 피었더라고요.
담장 안쪽에는 목련이 하얗게 피어있고요.
그제야 비로소 봄이 왔구나 싶었어요.
봄이 와서 꽃이 핀 것일 텐데
꽃이 피어서야 비로소 봄이 왔구나 생각하다니...
그런 생각을 하면서 꽃을 보니 그저 기분이 좋아집니다.
저는 꽃을 매우 좋아합니다.
늦겨울쯤 오랜만에 꽃집에 꽃이 나와 있는 걸 보았는데
갑자기 마음이 간질간질 몽글몽글 하면서
기분이 화악 좋아졌어요.
우와아~ 하면서요.
이런 저에게 전에 누가 이런 말을 했었어요.
단지, 식물의 생식 기관일 뿐인데
그런 꽃을 왜 그렇게 사람들이 좋아하는지 모르겠다고요.
그렇죠...
꽃은 단지 식물의 생식 기관일 뿐이에요.
식물 자신의 생존을 위해 존재하는 뿌리, 줄기, 잎과 같은 영양 기관처럼
자신들의 자손을 널리 널리 퍼뜨리기 위해 존재하는 생식 기관일 뿐이죠.
그런 얘기를 듣고 난 후부터 생각해 보았어요.
'꽃은 뿌리 같은 식물의 기관 중 하나일 뿐이야.
뿌리에는 열광하지 않으면서 나는 왜 꽃이 좋을까?'
그래서 꽃이 좋은 이유들을 꼽아 보았습니다.
꽃이 가진 다양한 색깔들이 좋아요.
계절에 따라 피는 꽃들의 색깔이 달라지는 것도 좋고,
꽃잎과 암술, 수술의 색깔이 다르게 어우러져 있는 것도 좋아요.
꽃이 풍기는 향기도 참 좋고,
꽃잎들이 규칙적으로 옹기종기 모여 있는 것도 좋고,
꽃잎의 보드라운 느낌이 좋아요.
한 송이만 있는 꽃도 참 좋고, 꽃들이 모여 있는 것도 좋고,
꽃집에 있는 꽃들도 좋고, 정원에 있는 꽃들도 좋고,
산에 들에 핀 꽃도 좋아요.
꽃을 좋아하는 이유를 생각해 보았지만
딱 하나 꼬집어 말할 이유가 없었어요.
그래서 저는 '그냥' 꽃을 좋아하는 사람이기로 했어요.
뭔가를 좋아하는데 꼭 이유가 있어야 하는 건 아닌 것 같아서요.
이유 없이 그냥 좋은 것들이 있잖아요.
굳이 찾으면 이유가 많을 수도 있겠지만
그 이유들로 규정하고 싶지 않은, 그냥 좋은 것.
글을 쓰면서 그냥 좋아하는 게 또 뭐가 있는지 생각해 봅니다.
요즘은 조용히 앉아 글 쓰는 것도, 그림 그리는 것도 좋고,
지금 막 생겼는데 조용한 집에서 저 멀리 새 지저귀는 소리를 듣는 것도 좋네요.
커피도 좋고, 아이의 볼살도 좋고, 떡볶이도 좋고...
좋아하는 이유가 많아서,
그래서 그냥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