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덧이 심하지 않았던 저는
임신했을 때 특별히 먹고 싶었던 음식도 없었어요.
솔직히 말하자면, 먹는 걸 좋아하는 편이라
언제나 먹고 싶은 음식이 있어서
임신 중이라고 특별히 먹고 싶었던 게 있진 않았어요.
굳이 꼽자면 상큼한 자몽이나 달콤한 딸기 같은 과일이나,
시워어언한 국물이 있는 물냉면, 메밀 국수 같은 게
유난히 먹고 싶더라고요.
숙취로 속이 안 좋은 다음날 같은 느낌이어서
시원한 국물이 당겼던 것 같아요.
하지만 있으면 먹고 없으면 안 먹고,
새벽에 일어나서 갑자기 뭐가 먹고 싶다고 한 적은 없었는데
딱 하나! 신랑에게 먹고 싶다고 얘기한 게 있었어요.
바로 설렁탕.
엄밀히 말하자면, 그 설렁탕 집에서 주는
국물 많은 김치가 먹고 싶었어요.
그 설렁탕 집은 결혼하기 전에 한 번 갔던 곳이었는데,
저에게는 정말 신세계였어요.
설렁탕이 나오기 전에 소면을 먼저 주시는데,
그 소면을 김치 국물에 말아서 후루룩 먹으면
시큼 상큼 새콤한 김치가 입맛을 돋아줘요.
그러고 나서 소면을 조금 더 달라고 해서
원래 설렁탕 먹듯 넣어 먹는 거죠.
소면에, 설렁탕에, 밥에...
엄청난 양을 먹고 오는 건데, 속이 불편하지 않은 식사였어요.
임신했을 때 그 설렁탕 집이 생각나더라고요.
그 설렁탕 집의 김치 가요.
그래서 퇴근한 늦은 저녁에 굳이 굳이 찾아갔죠.
역시 원했던 그 맛이었어요.
아이가 태어나고 함께 갔었는데
국수를 엄청 좋아하는 아이도 한 자리 잡고 앉아
국물을 살짝 묻힌 국수를 열심히 먹었습니다.
가까운 주변에 임산부가 한 명 생겼습니다.
아직은 완전 초기라 많이 조심스러운데
슬슬 입덧이 시작되는 것 같더라고요.
먹고 싶은 음식이 있는지 물어보면서,
나는 시원한 국물이 먹고 싶었었다는 얘기를 했더니
전날 두 끼를 물냉면 먹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그 설렁탕 집에 한번 같이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와 비슷한 상태라면 그 설렁탕 집의 김치도 좋아할 것 같아서요.
여러모로 힘든 시기에 기쁜 소식이 있어 너무 행복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이런저런 걱정도 많은 것 같습니다.
걱정은 우선 묻어두고,
맘 편하게 즐겁고 행복하게 이 시기를 보냈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이런저런 걱정을 미리 사서 하느라
임신 시기를 행복하게만 보내지는 못했어요.
시기가 시기인지라 모든 임산부들이
어쩌면 더 많은 걱정을 안고 있겠지만
조금만 걱정하고 곧 만날 아기를 생각하며
즐겁게 지내길 바라봅니다.
예비 엄마 아빠 모두 건강 조심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