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수업의 난감함

금요일(오늘) by 진희

by 플로우지니

코로나 사태가 길어지며 두 번의 개학 연기가 있었다. 예상된 일이었다. 폐렴이라는 병은 감기같이 봄이 되면 없어질거래, 하는 말은 눈녹듯 어디론가 가버렸고 이제 전세계적인 이슈가 되었다. 중국에서 시작된 바이러스는, 동양에서나 난리지 뭐, 라던 유럽과 미국에 치명타를 안기고 있다.


우리 아이는 8세, 5세로 학교와 유치원에 입학하는 나이다. 큰 아이는 책가방을 사두었지만 학교 교실에 한 번도 들어가 본 적이 없고, 둘째는 원복을 주문했지만 유치원이 있는 체육센터 건물 자체가 폐쇄되며 원복을 받지 못한 상태다.


이번 코로나 사태로 일상이 완전히 바뀌고 있음을 느낀다. 외출이 자유롭지 않고, 음식점에서의 코로나 전염도 한참 이슈였던 터라 아이들과 삼시 세끼를 집에서 먹는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해)먹는 건 아니라는 점이다. 배달 음식을 급격히 많이 시켜 먹고 있다. 내가 사용하는 건 요기요 앱이다. 배달의 민족보다 먼저 깔았다는 게, 내가 요기요를 사용하는 이유다. 처음 요기요 앱을 깐 것은, 이번주에 KFC에서 주문하면 만원 할인이라고 했던가, 1+1이라고 했던가. 하는 파격적인 할인 소식을 들어서였다.

앱을 까는 건 어렵지 않은 일이었지만, 문제는 그 이후였다. 나는 일단, 회원 가입을 할 때에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설정해 넣고 주소를 기입하는 일에 상당한 피로감을 느낀다. 배달 앱의 특성상 우리집 주소를 넣어야 배달 가능한 주변의 음식점 목록이 보이는 것인데 뭐가 문제인지 몇 번이나 주소를 넣어도 튕겨져 나왔다. 두세번 다시 주소를 써넣자니 내가 돈 만원 때문에 이 짓을 해야 하나 하는 자괴감이 들었다. 하지만 그 날은, 배달을 시켜먹겠다는 의지가 귀찮음을 이겨, 기어코 그 앱에 주소등록을 해내었다.

이렇다보니 배달의 민족 앱은, 깔 생각도 하지 않았다. 나같은 사람은 그저 어디 한군데라도, 배달이 되기만 하면 되고, 두번다시 회원가입이라는 절차를 거치고 싶지 않은 것이다.


이렇게 앱을 깔긴 했지만, 내 머릿속 배달 음식은 중국집이어서, 나가기 싫고 밥도 하기 싫은 날이면 보통은 네이버에 '○○동 중국집'으로 검색을 해서 주문을 하는 식이었다. 불과 서너달 전, 아는 분의 초대로 집에 갔는데 그 분이 해주신 음식의 양이 모자라서, 우리 한 두개 더 시킬까요? 하며 배달 책을 찾는 나를 보며, 그 날 오신 분들이 혀를 끌끌 찼다. "얘 어쩌니. 요즘 누가 배달책을 보니." 아하하. 그제야, 아하 요즘 배달 앱이 있구나. 심지어 내 핸드폰에도 깔려 있었네. 하고 깨달았다

그런데, 요즘 내 생활에 변화가 생겼다. 일 주일에 몇 번이나 맥도날드에서 피클 뺀 치즈버거 세트를 시켜먹고 있다. 배달비 3천원이 아깝다가도 아이 둘을 준비해서 나가 음식을 사와야 하는 수고로움을 생각하면, 지급할 가치가 있다고 느껴진다.


이런 일은 무릇, 음식에서 끝나지 않는다. 얼마전, 부산에서 서울로 올라와 들으려던 수업이 취소되었다며 아쉬워하던 선생님께서 며칠 후 'zoom'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온라인 수업을 들으셨다는 포스팅을 하신 것이다. 심지어 부산에서 올라오는 시간과 비용의 부담까지 덜었다며 굉장히 만족하셨다고 했다. 이렇게 획기적일수가! 만큼이나 놀란 것은, 그 포스팅을 하신 분이 예순 나이셨던 것이다.


나도 수업을 하는 사람으로서, 이 사태가 언제까지 가려나 하며 보고 있었고, 주위의 수업하시는 분들도 갑자기 모든 수업이 중단되어 어려움을 겪는 것을 보았지만, 불과 내가 그 글을 본 지 한 두 달 안에 온라인 수업은 어디에서나 열리는 것처럼 보인다. zoom을 통해 독서 모임을 하고, 온라인 수업을 열었다, 들었다는 사람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바야흐로 온라인 수업의 시대가 도래했다는 느낌이 든다. 시대가 주는 흐름이랄까. 오히려 이 일로, 아무리 먼 곳에 있어도, 서울 부산이 아니라 지구 반대편에 있어도, 우리는 함께 할 수 있게 되었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하지만 한 편, 아이들은 다르게 느껴진다.

초등학교 1학년이 어떻게 온라인 수업에 참여할 수 있을까. 감조차 잡히지가 않는다. 학교에 가지 않고 선생님의 얼굴을 보지 않고 어떻게 서로 소통할 수 있을까.

선생님들은 온라인 수업을 할 준비가 되어 있을까. 나처럼 온라인 회원가입조차 힘든 사람이 선생님이라면, 수업 자료를 어떻게 띄워가며 수업을 하실 건가.


온라인 수업을 앞두고 내가 하는 걱정들을 깊게 들여다 보니, 가장 걱정이 되는건 엄마로서의 내 역할이다.

한 번도 경험해보지 않은 아이의 학교 생활을 잘 하도록 도와줘야 하는데, 인터넷에 어떤 식으로 접속해서 수업을 듣게 할 수 있는지 나는 아직 잘 모르겠다. 매일 열한 시가 다 되도록 자는 아이를 9시에 화면 앞에 잘 앉힐 수 있을지 모르겠다. 화면이 잘 나오는지 확인하려다가 내 얼굴이 찍힐까봐, 화장을 하고 있어야하는 건 아닌지. 하는 바보같은 생각부터, 아이가 화면 앞을 이탈하면, 둘째가 난입해서 핸드폰을 가져가버리면, 등의 통제할 수 없는 상황도 어떻게 해결해야 할 지.





오늘 아침 두 통의 온라인 안내문을 받았다.


초등학교 아이는, 다음주에 교과서를 배부하고 4월 20일부터 온라인 수업을 시작한다고 한다. 네이버 밴드에 초대하는 문자가 갈거고 선생님이 안내 전화를 순차적으로 하신다고 한다.

출석은 9시부터 10시30분 이내에 하면 되는데 그 날 안에 선생님이 내주신 과제를 내면 포괄적으로 출석을 인정한다. 고 되어 있다. 내가 생각하던 9시 땡 출석체크가 아니라는 데에 조금 안심이 된다.


유치원 아이의 안내문에도 온라인 수업을 시작한다고 되어 있다. 다섯살짜리 아이가 온라인 수업을 듣는다니. 가능한 일리려나. 내가 잘 도와줄 수 있으려나.

선택적으로 한 타임 수업만 들어도 되고 다 들어도 되고, 요일도 골라서 할 수 있는데 어떻게 하실건지 금요일 3시까지 연락 주세요, 라는 기한에 머리가 다시 깜깜해진다. 상상이 되지 않는, 앞으로 다가올 아이의 일에 엄마로서 잘 선택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든다.


아이들의 온라인 수업이 열리는 일은 큰 시대의 변화로 연결되지 않을까. 어른들에게 재택근무, 온라인 수업의 시대가 열리고 새로운 흐름이 생긴 것처럼, 어쩌면 이것은 우리가 생각하던 먼 미래, 아이들이 학교에 가지 않고 집에서 학교 수업을 듣는 시대로의 첫걸음일 수도 있겠다. 이 일이 단 며칠로 끝나지 않고 몇 개월에 걸쳐 이루어져, 다들 이 방법에 익숙해지고 나면, 오히려 이 생활을 다수가 원하게 될 지도 모르겠다.


새로운 시대로 가기 직전의 혼돈의 시대를

선택의 마지노선에 놓인 오늘

금요일 오후 3시.

이렇게 기록으로 남겨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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