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이야 커피 마시면서 케이크 한 조각씩 사 먹곤 하지만
어렸을 때에 케이크는 특별한 날에만 먹는 거였어요.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저희 집은 특별한 날이 많았네요.
네 가족 생일, 부모님 결혼기념일, 크리스마스,
그런 날 말고도
처음 서울로 이사한 날에도, 처음 우리 집이 생긴 날에도
몇 년간은 해마다 기념하고 축하하고 케이크를 먹었어요.
저는 어릴 때 시골에 살았어요.
4학년을 다니다가 서울로 왔으니,
유년 시절의 많은 기억은 그곳을 배경으로 합니다.
학교가 작아서 전교생이 몇 되지 않아,
새로 전학 온 사람은 학년 구분 없이 다 알고 있었고
학교 운동회는 마을 체육대회와 같았어요.
친구들과 들로 산으로 놀러 다닌 기억,
학교 운동장에서 늦게까지 놀았던 기억...
계속 그곳에서 살았다면 그냥 그렇게 쭉 살았을 것 같아요.
크게 변하지 않는 그곳에서.
하지만 우리의 교육 때문에 아버지는 하시던 일을 다 접으셨고
서울에 와서 한동안은 일 없이 우리와 많은 시간을 보내셨죠.
하지만 그래도 큰 도시로 이사 온 기념은 매해 했었어요.
기념하고, 축하하고, 케이크를 먹고...
이후에 아빠는 외국으로, 지방으로 출장을 많이 다니셨고
엄마도 이일 저일 많이 하셨어요.
그때는 정말 아껴서 살았던 것 같아요.
그렇게 두 분이 알뜰이 모아서 서울 온 지 몇 년 만에
작은 우리 집을 갖게 되었어요.
그리고는 처음 우리 집이 생긴 날.
그날은 무척 더웠고,
먼 친척 오빠들까지 와서 트럭에 이삿짐을 옮겼죠.
어렸던 저는 차가운 물을 사러 다녔고,
이사한 날 저녁에는 온 가족이 방에 누워있었어요.
엄마는 밥을 안 먹어도 배부르다고 하셨고요.
사실, 이사를 자주 다닌 건 아니라
'우리 집'의 느낌이 어린 저에게는 크게 오지 않았지만
엄마가 너무 좋아하셔서, 아빠도 너무 좋아하셔서
그래서 더 좋았던 것 같아요.
그렇게 처음으로 우리 집이 생긴 날에도
몇 년간은 케이크를 먹고 파티를 했습니다.
더운 여름쯤이 되면
'이번에는 무슨 케이크를 먹을까~' 하는 생각에 신이 났었어요.
하지만 아빠의 사업이 안 좋아지면서 우리 집은 사라졌고,
이집저집 옮겨 다니면서
이제 더 이상 이삿날을 기념하지도, 축하하지도 않게 되었어요.
저희도 많이 자라, 함께 모일 시간을 만들기도 어려워졌고요.
그리고 그쯤부터 케이크를 조각으로도 팔았어요.
케이크는 더 이상 예전처럼 먹기 어렵지 않았어요.
언제든 원하면 조금씩 사 먹을 수 있었어요.
얼마 전에는 결혼기념일이었어요.
결혼기념일에 케이크에 초를 꽂고
그 초를 신나게 부는 아이를 보면서 생각했습니다.
기념할 일을 많이 만들어줘야겠다고요.
케이크는 먹기 쉬워요. 언제든요.
하지만 함께 모여 박수를 치고 촛불을 끄면서 먹는 케이크에는
이야기가 들어있는 것 같아요.
아이가 자라서 케이크를 먹으면서
소소하지만 행복한 많은 이야기를
기억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