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은 나도 커피 좋아해

커피2 by 선주

by 플로우지니



저는 커피를 무척 좋아합니다.
시어머니도 커피를 무척 좋아하십니다.

시가에 가면 아침이든 점심이든 저녁이든
식사를 마치고 나서 정리를 하고 나면
언제나 여자들끼리의 커피타임을 갖습니다.
어머님이 내려놓으신 향기로운 커피를 마실 때도 있고
인스턴트커피에 뜨거운 물을 부어 휘휘 저어 마실 때도 있지만
어쨌든 커피입니다.

어머님께서 저 먹으라시며 커피를 물병에 담아 냉장고에 넣어두셨습니다.
그런데 냉장고에 있는 커피를 본 저희 신랑이
그 커피를 한 병 가져가도 되는지 여쭤보고는
집으로 가져왔습니다.

커피 한 병을 다 마실 때 쯔음 신랑이 고백을 합니다.
"사실은 나도 커피 좋아해."

집에서든 시가에서든 커피타임에 신랑을 끼워준 적은 없습니다.
커피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사실은 좋아한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저의 인스턴트커피 두 숟가락을 병에 넣어
물을 넣고 저어서는 다시 냉장고에 넣습니다.
그렇게 지금 두 세병째 마시고 있습니다.
커피를 좋아한다고 흘러가듯 얘기했는데
흘러가듯 얘기해서 그냥 흘려보냈었나 봅니다.

냉동실에 있는 굴비를 해치우기 위해
어느 날 저녁 굴비 조림을 해 먹었습니다.
저는 생선을 꽤 잘 발라 먹습니다.
잔 가시는 그냥 씹어 먹기도 하고요.
반면 신랑은 아주 작은 잔가시도 입에서 뱉어내야 하고
그게 힘들 경우에는 입에 있던 것을 모두 뱉습니다.
전에 가시가 심하게 목에 걸린 적이 있대요.
게다가 집에서 생선 굽는 냄새가 나는 것도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생선은 거의 아이를 위해서만 구워 먹었죠.
그래서 저는 신랑이 생선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굴비 조림을 너무 잘 먹는 겁니다.
먹으면서 "오 맛있다!"라는 말을 몇 번이나 하면서요.
잘 먹는 신랑이 의아하고 신기해서 저녁을 다 먹고 물었습니다.
"조림이 잘 돼서 맛있었어? 잘 먹네?"
"사실은 나 생선 좋아해."

신랑에 대해서 꽤 많이 안다고 생각했는데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저는 잘 몰랐던 것 같아요.
가까운 사람에 대해서도 이런데
사람들을 부분으로만 보고 있진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나와 많이 다르다고 생각했던 사람도
자세히 보고 오래 보면 나와 같은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요.

앞으로는 제 커피를 마실 때 신랑에게도 한 잔 권하려고요.
고기 먹는 빈도 반의 반이라도 생선을 먹어보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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