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손톱에 봄을 바르자

노란색 by 선주

by 플로우지니



어느 날 아이가 본인의 손톱을 만지면서 '미니큐'라는 말을 했어요. 처음에는 '미니큐가 뭐지?'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가만히 보니, 아무래도 매니큐어를 얘기하는 것 같았어요.
"손톱에 칠하는 거? 매니큐어?"라고 되물으니 그렇다고 해요. 그래서 깜짝 놀랐어요. '아이들도 매니큐어를 바르나?' 하고요.
얼른 검색을 해 보니, 아이들용 매니큐어가 있더라고요. 칠하면 어른들 것과는 다르게 잘 벗겨지는 아이들용이요. 그래서 아이가 좋아하는 핑크색이 들어있는 한 세트를 주문했습니다.


그런데 그전부터 아이는 손톱을 물어뜯는 습관이 있었어요. 그래서 손톱을 물어뜯지 않기로 새끼손가락 걸고 약속하고 '미니큐'를 발라줬는데, 역시나 손톱을 물어뜯더라고요. 심지어는 '미니큐'와 함께요. 입 주변에 분홍색이 묻어 있는 것을 보고는 '미니큐'를 버려버렸어요. 그 날은 아이가 정말 많이 울었습니다. '내가 아이한테 진짜 큰 상처를 줬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는 봄이 되길 기다렸어요. 손톱에 칠해도 되는 풀이 얼른 나길요.


우리가 어릴 때는 어린이용 매니큐어가 당연히 없었죠. 하지만 엄마처럼 손톱에 예쁜 칠을 하고 싶어서, 동네에 있는 풀을 뜯어 손톱에 칠했습니다. 그 풀은 줄기를 꺾으면 줄기에서 노란 물이 나와서, 그 줄기를 붓 삼아 손톱에 노란 매니큐어를 칠할 수 있는 풀이었어요. 당시에는 이름을 모르고 그냥 '매니큐어 풀'이라고 불렀습니다. 그리고는 봄이 되면 들에 '매니큐어 풀'을 찾으러 돌아다니곤 했어요.


'매니큐어 풀'의 진짜 이름을 알게 된 건 나무와 풀에 대해서 공부할 때였어요. 잠깐이었지만 숲에 대해서 공부하면서 숲을 돌아다니면서 많은 풀, 나무들에 대해 자세히 알게 됐었어요. 그때 알게 된 '매니큐어 풀'의 이름은 '애기똥풀'이었습니다. 이름을 듣자마자 너무 딱 어울리는 이름이라고 생각했어요. '애기똥 풀.' 줄기를 꺾으면 애기똥처럼 노란 진물이 나와서 붙여진 이름이었어요.


날씨가 좀 풀려 동네 산책을 가는데 오랜만에 애기똥풀을 발견했습니다. '애기똥풀아 미안해.'라고 사과하면서 줄기를 하나 꺾어 노란 물을 아이 손톱에 발라주었습니다. "와아~! 미니큐!" 하면서 좋아하는 아이의 모습에 무척 좋았습니다. 내가 어릴 때 좋아서 찾아다녔던 풀을 아이도 좋아한다는 것에, 그리고 이제는 정확한 이름도 알려줬다는 것에요.


다음번 같은 길로 산책을 하는데 노란 꽃만 보면 "애기똥!"이라고 외칩니다.
아이가 커갈수록 제가 어릴 때 좋아했던 것을 나눌 수 있어서 신나고 재밌습니다. 아이와의 앞으로의 시간이 더 기대된다고 애기똥풀을 꺾어 손톱에 매니큐어를 칠해주면서 생각합니다.

다음 봄에도 우리는 노란 꽃을 핀 애기똥풀을 찾아다니면서 우리에게 준 매니큐어를 찾아다닐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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