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달의 장미

5월 by 선주

by 플로우지니



내가 아이를 만날 수 있는 예정일은 6월 초였다. 아이는 이미 작은 편은 아니었기 때문에 나는 아이가 예정일을 넘기지 않고 좀 일찍 나오길 바랐다. 그래서 막달에는 배를 문지르며 아이에게 얼른 5월에 나오라고 계속 얘기했다. 하지만 그때도 지금도 이 녀석은 고집이 좀 있었던 것 같다. 예정일에 거의 맞춰서 나왔으니 말이다. 엄마의 바람보다는 본인이 나오고 싶은 날 건강하게 나와주었다.



출산일이 다가오자 언제부터 출산휴가를 써야 할지 고민이 되었다. 여자가 많은 회사에 다니고 있었기 때문에 주변 선배 엄마들에게 조언을 구하니 아이가 나오기 직전까지 출근을 했었다는 이야기를 했다.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을 하다가 후임이 구해지고 난 후, 나는 마음을 굳혔다.
예정일을 한 달이나 남긴 시점에 나는 출산휴가를 쓰기로 했다. 다른 사람들의 조언에 따르지 않고, 출산휴가를 좀 일찍 쓰기로 했다. 감사히도 몸이 안 좋아서 어쩔 수 없이 일찍 쉰 것은 아니었다. 표면적인 이유는 출산 준비였지만 순전히 나를 위한 결정이었다. 혼자 있는 시간이 꼭 필요한 내가, 어쩐지 아이를 낳고 나면 그럴 시간이 없어질 것만 같아서 마지막 한 달은 나 혼자서 아이를 만날 마음의 준비를 하고 싶었다. 결혼 전에는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지만, 결혼 후에는 신랑과 출퇴근을 같이하고 주말에도 거의 같이 있다 보니, 혼자 있는 시간이 별로 없었다. 함께 있는 시간이 참 좋기도 했지만 아이까지 낳고 나면 정말 그럴 시간이 없을 것 같았다. 아이를 낳고 보니, 정말 그랬다. 아이를 낳고 어린이집에 보내기 전까지 혼자 있을 수 있는 시간은 정말 없었다. 이제 와서 보니, 그때 그 결정은 잘했던 것 같다. 그 한 달은 내게 꼭 필요한 시간이었다. 그래서 이맘때쯤 출산휴가를 들어갔다.



하지만 막달의 배 나온 임산부가 자유롭게 할 수 있는 것은 한정적이었다. 게다가 아이가 여전히 위에 있다고 해서 내가 주로 했던 것은 운동이었다. 우선은 아이를 낳기로 한 산부인과에서 하는 임산부를 위한 필라테스에 열심히 참석했다. 전철역에서 내려서 병원까지 걸어가는 길은 짧지 않았는데 배가 나와서였을까, 5월의 따가운 햇살은 더 뜨겁게 느껴졌다.



걸어가는 길을 그나마 짧게 느끼게 해 준 것은 역과 병원 사이에 있던 아파트 단지 울타리 밖으로 예쁘게 핀 들장미 꽃이었다. 열심히 걸어서 산부인과까지 가서는 한 시간 운동을 하고 또 열심히 걸어서 집에 오곤 했는데 운동을 가는 날마다 장미가 얼마나 피었는지 관찰했었다. 전날에는 봉우리였던 꽃이 피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고, 활짝 핀 장미꽃이 사라지면 아쉬웠다. 장미를 보면서, 장미꽃 옆을 지날 때는 코를 킁킁거리면서, 배를 문지르며 뱃속의 아이에게 이야기를 했다. "이게 장미야. 장미 향기가 참 좋아. 내년에는 우리 같이 장미꽃을 보자." 그래서 장미를 보면 그때가 생각난다. 그 뜨거웠던 햇빛, 막달의 더운 공기에 숨찼던 그 길.



아직은 5월 초라 장미가 이제 조금씩 피기 시작하는 것 같다. 퇴근길에 아파트 담벼락에 피어있는 부지런한 장미 한 송이를 발견했다. 5월이 무르익어 햇빛이 더 따가워질 때쯤엔 담벼락에 피어있는 빨간 장미 무리를 곧 볼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빨간 장미가 더 많이 피면 올해는 아이의 손을 잡고 엄마 뱃속에 있었을 때가 기억나는지 물어봐야겠다. 그리고는 함께 코를 킁킁거리며 냄새도 맡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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