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만큼 강해진 그대 앞에 찾아온 작은 습관 둘
지난 시간에 우리는 산발적인 사고가 우리 자신을 얼마나 갉아먹는지에 대해 알아보았다. 과거의 일들에 얽매여서 괴로움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거나, 미래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에 떨고 있는 상태라면 지금 당신은 산발적인 사고의 공격을 끊임없이 받고 있는 것이다. 지금 이 순간 너무 힘들고 지친다면, 산발적인 사고로부터 벗어나 당신만의 비산발적인 사고 유도 방향대로, 다시 말해 당신의 방향대로 삶을 이끌어나가는 것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1) 머릿속에 자리 잡고 있는 산발적인 사고 정리
(2) 추가적인 산발적 사고를 불러올 요소 차단
이를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활동을 세 가지 제시하고 한 달간 과제와 시험에 휩쓸려 본의 아니게 한 달간 잠수를 탔었다. 그동안에도 계속해서 산발적인 사고를 정리하는 방법을 계속 고민하고, 생각을 추가해왔다. 이제 첫 번째 방법에 대해서 천천히 얘기해보고자 한다.
생각과 감정, 그저 바라보기
나의 일상을 망칠 정도로 기분을 가라앉히는 안 좋은 일이 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면, 나의 감정과 생각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것이 필요하다. 한번 경험해보고 싶다면, 순서대로 따라 하면서 글을 읽어가는 것을 추천한다.
가장 먼저 빈 A4 용지를 꺼내보자. 5분의 시간을 재고, 내 머릿속에 떠다니는 말들을 쏟아부어보자. 펜을 집어 들고 마음 가는 대로 적어보자.
그다음에는 적어놓은 것들을 내 얘기가 아닌 것처럼 다시 한번 읽어보아라. 내가 생각했던 것들이 의식의 흐름대로 여기 갔다가 저기 갔다가 날아다니고 있는지, 한 상황에 매몰되어 같은 얘기를 읊조리고 있는지 봐보아라. A4 용지 모퉁이에 작게 썼는지, 분노에 가득 차서 큰 글씨가 종이에 꾹꾹 박혀있는지 그 모습도 관찰해보아라.
생각을 관찰하듯이, 감정에 온전히 집중해서 지켜봐보는 작업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제시되어 있는 느낌 목록을 보고, 지금 현재 내가 담고 있는 감정 5개 정도를 꼽아보자.
욕구가 충족되었을 때
감동 받음, 뭉클한, 감격스러운, 벅찬, 환희에 찬, 황홀한, 충만한, 고마운, 감사한, 즐거운, 유쾌한, 통쾌한, 흔쾌한, 기쁜, 행복한, 반가운, 따뜻한, 감미로운, 포근한, 푸근한, 사랑하는, 정을 느끼는, 친근한, 훈훈한, 정겨운, 뿌듯한, 산뜻한, 만족스러운, 상쾌한, 흡족한, 개운한, 후련한, 든든한, 흐뭇한, 홀가분한, 편안한, 느긋한, 담담한, 친밀한, 친근한, 긴장이 풀리는, 안심이 되는, 차분한, 가벼운, 평화로운, 누그러지는, 고요한, 여유로운, 진정되는, 잠잠해진, 평온한, 흥미로운, 매혹된, 재미있는, 끌리는, 활기찬, 짜릿한, 신나는, 용기 나는, 기력이 넘치는, 기운이 나는, 당당한, 살아있는, 생기가 도는, 원기가 왕성한, 자신감 있는, 힘이 솟는, 흥분되느 두근거리는, 기대에 부푼, 들뜬, 희망에 찬
욕구가 충족되지 않았을 때
걱정되는, 까마득한, 암담한, 염려되는, 근심하는, 신경 쓰이는, 뒤숭숭한, 무서운, 섬뜩한, 오싹한, 주늑든, 겁나는, 두려운, 간담이 서늘해지는, 진땀 나는, 불안한, 조바심 나는, 긴장한, 떨리는, 안절부절못한, 조마조마한, 초조한, 불편한, 거북한, 겸연쩍은, 곤혹스러운, 떨떠름한, 언짢은, 괴로운, 난처한, 멋쩍은, 쑥스러운, 답답한, 갑갑한, 서먹한, 숨 막히는, 어색한, 찝찝한, 슬픈, 가슴이 찢어지는, 구슬픈, 그리운, 눈물겨운, 목이 메는, 서글픈, 서러운, 쓰라린, 애끓는, 울적한, 참담한, 처참한, 안타까운, 한스러운, 마음이 아픈, 비참한, 처연한, 서운한, 김 빠진, 애석한, 냉담한, 섭섭한, 야속한, 낙담한, 외로운, 고독한, 공허한, 적적한, 허전한, 허탈한, 막막한, 쓸쓸한, 허한, 우울한, 무기력한, 침울한, 꿀꿀한, 피곤한, 고단한, 노곤한, 따분한, 맥 빠진, 맥 풀린, 지긋지긋한, 귀찮은, 무감각한, 지겨운, 지루한, 지친, 절망스러운, 좌절한, 힘든, 무료한, 성가신, 심심한, 혐오스러운, 밥맛 떨어지는, 질린, 정 떨어지는, 혼란스러운, 멍한, 창피한, 놀란, 민망한, 당혹스러운, 무안한, 부끄러운, 화가 나는, 끓어오르는, 속상한, 약 오르는, 분한, 울화가 치미는, 핏대서는, 격노한, 분개한, 억울한, 치밀어 오르는
5개를 꼽아보았는가? 5개의 느낌은 위의 카테고리에 치우쳐져 있는가, 아니면 아래쪽에 많이 분포해있는가? 아마 지금 이 글을 읽는 당신은 당신 자신의 사고방식의 문제가 있다고 생각을 하고 들어와있는 상태이므로, 밑에 쪽에 더 많은 감정을 주워 담고 있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상해본다. 긍정적인 감정보다 부정적인 감정이 더 오래, 더 강렬하게 우리에게 남아 있는 경향이 있으니 길을 지나가는 사람을 잡고 임의로 물어봐도 대다수 아래의 감정들에 체크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욕구가 충족되지 않았을 때 드는 감정들이 우리를 덮쳐오면, 부정적이니까 어서 이 기분을 떨쳐내고 긍정적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자기 자신을 다그치기 마련인데, 이와 같은 태도는 상황 변화에 도움이 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코끼리를 생각하지 마라!라고 하면 코끼리를 떠올리듯이, 설사 감정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주문을 받더라도 우리는 그 감정을 흘려보내지 못하고 붙들고 있게 된다. 더군다나 부정적인 감정이어도 이를 나쁘다고 차단해버리는 것은 건강하지 못한 접근법이다. 감정은 감정이고, 나는 나임을 분리하여 인식하였을 때 비로소 이를 흘려보낼 수 있는 마음을 얻을 수 있다. 나를 찾아온 감정을 인지하였는가? 괴롭다면 스스로 자꾸 '괴롭다, 괴롭다.'라고 되뇌며 감정이 변해가는 상태를 자꾸 괴로운 마음으로 돌아오게 하지 말고 한 발자국 떨어져서 그냥 나는 지금 그렇구나, 다른 사람인 것처럼 생각해보자.
두 가지의 활동으로 어떠한 생각과 감정들이 지금 나를 찾아왔는지 살펴보았으면, 이제는 다음 단계로 넘어갈 차례이다. 감정의 뿌리를 찾고, 보이지 않는 사고를 정리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보이게 만드는 방법! 글쓰기를 통해 정리해보는 습관을 만들어보자.
나와 생각을 분리시키는 작업, 글쓰기
우리는 스스로 소설가를 자처하며 나서 망상에 빠지며 자신을 괴롭힌다. 그러다가 스스로 아닐 거라고 마음을 다잡다가 다른 상상을 가득 채워 또 하나의 챕터를 쓰게 되고, 상상력이 고갈되었을 때 즈음에는 자신이 이전에 했던 상상을 복습하는 형식으로 생각에 얽매이게 된다.
(생각에 대한 생각 시작하기 中)
같은 생각을 반복하는 것이, 특히 나를 괴롭히는 생각들을 되풀이하는 것이 매우 비효율적임에도 불구하고 다시 같은 사고 과정을 거치는 것은 사실 우리가 이러한 패턴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같은 생각도 정확히 같은 단어를 같은 순서대로 반복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반복한다는 느낌을 실제만큼이나 강렬하게 전달하지 않는다. 글로 쓴다면 나의 생각을 분리하여 다른 곳에 담아내는 과정에서 사고의 결과물을 가시적으로 바꾸게 되며, 같은 생각에 다시 도달할 때 이미 이 과정은 거쳐서 정리되어있음을 인지할 수 있게 만들어 무의식적으로 생각을 되풀이하는 것을 막을 것이다. 생각을 다시 되풀이하지 않아도 될 만큼 탄탄하게 글로 생각을 정리하는 과정에서는, 두 가지 검토 과정이 필수적이다.
우리는 과연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있는가 하는 질문을 던져보자. 사실이 나를 괴롭히는 것일까, 아니면 그와 관련된 나의 부수적인 생각들이 나를 쫓아와 괴롭히는 것일까? 내가 평소에 시기하는 친구가 있는데, 지나가다가 인사를 했는데 그 친구가 인사를 받아주지 않았다고 해보자. 언제나 상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계속 이어지길 마련이다.
'그 친구가 내 속마음을 알아차려서 이제 나를 무시하는 것일지도 몰라, 어쩌면 내가 싫을 수도 있어. 내가 지난번에 토론 시간에 그 친구 의견에 신랄하게 반박한 이후로 내가 싫어진 걸까? 근데 내가 딱히 잘못한 것도 아니잖아. 다음 조별 과제에서 같은 팀이었던 것 같은데 앞으로 어쩌지?'
어쩌면 단순히 못 봐서 지나쳤을 수도 있는 것을 내가 소설을 써가며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걱정하지 있지 않은가? 또 다른 경우를 살펴보자. 나보다 어린 후배가 내가 실수한 것을 지적해줬다고 가정해보자. 기분이 굉장히 나쁘고 자존심이 상할 수도 있지만, 이를 그가 나를 무시했다고 하거나 우습게 봐서 그러한 행동을 취했을 것이라 상상하기 시작하면 이는 끝도 없이 나의 자존심을 갉아먹고 상대방이 싫어지게 만들기 시작하는 생각일 것이다. 단순히 내가 틀려서 그것을 제대로 아는 친구가 나에게 그 사실을 알려주었다는 것임을 단순하게 파악하고 사실과 사실이 아닌 것 (=내가 만들어낸 가정들)을 구분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사실인 것은 내가 바꿀 수 있는 것인지, 신경 써야 하는 것인지를 다시 구분해나가는 두 번째 작업을 거쳐야 해서 바로 다음 문단에서 다루겠지만, 사실이 아닌 것은 지금 이 순간 바로 버려도 된다. 사실일 수도 있는 상상들을 당사자에게 가서 물어볼 수 있으면, 물어보고 사실일 경우에는 두 번째 작업으로 넘겨라. 하지만 사실이 아니거나, 사실인지 물어볼 수가 없을 것 같으면 과감히 버려라. 단순히 당신의 마음과 머리의 여유를 맛있게 먹어치우는 쓸데없는 괴물일 뿐이다.
나를 괴롭히는 일이 사실이고, 내 머릿속의 악마가 덧붙여서 속삭이는 기분 나쁜 목소리일 뿐이 아닌 진실들과 마주하는 것은 괴로운 일이다. 하지만 괴로워하면서 마냥 계속 투덜거리기만 할 수는 없지 않은가. 충분히 슬퍼하고, 괴로워했다고 생각하고 이제 바뀌어야 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하면 이제는 넘어갈 차례이다. 바꿀 수 없는 것은 과감히 버리자. 나를 싫어하는 친구의 마음도, 이미 나를 떠나버린 사람의 마음도, 불합격해버린 대학에서 날아온 통지서도, 어제 본 시험의 성적도 바꿀 수 없으면 이제 그만 생각해보도록 하자. 계속 마음속에 담아두면 당신만 지칠 뿐이다. 그 에너지를 앞으로 바꿀 수 있는 것들에 집중해보고, 바꿀 수 없는 것들을 복습하는 데에 들이는 시간을 나를 개선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대신해서 투자해보는 편이 나을 것이다. 내가 하고 있는 걱정들을 하나씩 적어보고, 그 바탕이 되는 것을 분석해보면서 상황을 바꾸어보자. 모두가 옳다고 하는 것이 틀렸다고 생각하며 불안해한다면 내 주장을 뒷받침하는 자료가 있을 때마다 추가해보며 나의 생각들을 탄탄하게 만들어보자.
블로그라는 생각의 창고 만들기
새 노트에 내키는 대로 나의 생각들을 적어가는 것도 좋지만, 추천하고 싶은 방법은 블로그를 이용하여 나의 생각의 창고를 만들어보는 일이다. 블로그가 오픈된 공간이어서 꺼려진다면, 전체 포스트 혹은 해당 카테고리 전체를 비공개로 설정할 수 있으니 딱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해주고 싶다. 블로그가 추천하는 이유는, 나의 생각과 걱정을 정리하고 더욱 탄탄하게 담아내려면 계속 손을 봐야 하는데, 지속적으로 수정하고 카테고리화하고 검색을 통하여 다시 찾아보기 쉬운 장점을 블로그가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걱정을 완화시켜주거나 나를 위로해줄 문구, 나의 주장들을 뒷받침해줄 자료들을 단순히 복붙만 시키면 되는 편리성도 지니고 있다.
나는 개인적으로 미래에 내리게 되는 큰 선택들 (ex. 진로 관련, 결혼과 육아 관련 등등)에 대한 두려움을 지니고 있다. 벌써부터 걱정하는 것이 바보 같아 보일 수도 있지만, 내가 그려나가고 싶은 삶의 지도가 다른 친구들이 많이들 꿈꾸는 방향과 조금 다르기 때문에 흔들리고 불안해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또 다른 사람의 비난에 맞서기 위해서는 근거들을 정리해놓아야 했다. 이를 글로 써 내려가기 전에는 계속해서 같은 근거들을 반복해서 생각하며 다른 사람들에게 받을 수 있는 반박들을 재반박하는 상황을 머릿속에서 되풀이할 뿐이었다. 차곡차곡 정리해 나아가며 큰 조언들과 새겨들어야 할 가치들을 긁어모으고, 잊지 말아야 할 나만의 신념을 적으며 나는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히 알아가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더 이상 잊어버리게 되는 것을 걱정할 필요가 없어졌다.
원하는 삶의 방식에 대해서 계속해서 생각하던 것을 적고 나서, 더 견고하게 나만의 방식을 가꾸어 나아갈 수 있었으며, 전에 언급한 1차원적으로 맴도는 사고 패턴에서 벗어나 계속 발전해가는 방향성 있는 사고를 해 나아갈 수 있었다.
나를 괴롭히고 있는 생각이 무엇이든 간에, 글쓰기를 통해 나와 분리시켜 바라보자.
메타인지의 힘, 생각보다 놀랍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