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만큼 강해진 그대 앞에 찾아온 작은 습관 하나
행복함을 느끼는 순간들에 대해서 떠올려보자. 최근에 나는 고추참치를 비빈 밥에 쫀득쫀득한 치즈를 따뜻하게 올려놓았을 때 행복함에 취해 콧노래를 불렀었다. 지옥철을 타고 일하러 가야 하는 평일이 아닌 널브러져서 마음껏 자도 되는 주말 아침에도 달콤한 행복을 맛보았다.
하지만 가장 충만한 행복감을 느낄 때는 다름 아닌 내가 나의 방식대로 삶을 살아가고 있다고 느꼈을 때이다. 거꾸로 상황을 돌려놓고 다시 말하자면, 나는 내 삶을 제대로 살아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지 않을 때 기분이 별로 좋지 않다. 상황에 휩쓸려서 나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수 없을 때, 내가 정체되어있음을 발견했을 때, 내가 바라던 삶의 모습과는 사뭇 다른 모습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나는 그다지 행복하지 않다.
프랑스의 시인이자 사상가였던 폴 부르제의 명언을 한번 함께 읽어보자.
You must live as you think. If not, sooner or later you end up by thinking as you have lived.
-Paul Bourget
생각대로 살지 않으면 살아온대로 생각하게 된다.
많은 이들로 하여금 반성과 새로운 다짐을 하게끔 만드는 힘을 가진 이 문장을 한번 찬찬히 뜯어보자. 방금 얘기했던 것처럼 나는 생각대로 살 때 행복을 느끼고, 사는 대로 생각하고 있을 때 행복하지 않다. 나는 폴 발레리의 작품들을 한 번도 읽어보지 않았고, 더군다나 개인적인 친분이 없기에 폴이 이때 얘기하는 '생각'이 정확히 무엇을 지칭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나의 나름대로 해석하면 '삶의 방향'과 '가치'를 담고 있는 것일 거라고 추측하게 된다. 본래 조금 더 사회에 관심을 가지고 더 나은 세상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다짐한 한 꼬마가 세상에 휩쓸려 돈만을 최고의 가치로 두게 된 어른으로 자란 경우를 가리키기에 꽤나 적절한 문장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오늘 내가 논하고 싶은 것은 우리가 가장 소중하게 생각해야 하는 가치에 대한 것이 아니다. 그리고 어느 쪽이 더 옳은 것이라며 내 삶의 방식을 강요할 생각은 더더욱 없다. 그러니 한 번 우리가 하는 생각들의 형태에 초점을 맞추어서 이 문장을 접근해보자.
우리가 하는 생각들의 형태를 두개의 카테고리로 분류하여 이야기를 해보겠다.
산발적인 생각은 말 그대로 정리되지 않은 채로 뒤죽박죽 머리를 어지럽히는 생각들이다. 어떤 사건을 겪고 나서 드는 감정이나 추가적으로 따라붙는 상상들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생각의 포로가 되어있을 때 우리는 산발적인 사고를 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보통 우리는 하루에 같은 생각을 하고 또 하고, 1차원적인 패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이 말을 하면 많은 이들이 자기만 그런 것이 아니였냐고 하며 무릎을 탁 치곤 한다) 이것이 긍정적인 방향의 감정들을 담고 있는 것이었으면 그다지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대다수이기 때문에 이 패턴은 우리 삶의 골칫덩어리가 된다. 이를테면 나의 애인의 과거를 알게 되었을 때, 우리는 스스로 소설가를 자처하며 나서 망상에 빠지며 자신을 괴롭힌다. 그러다가 스스로 아닐 거라고 마음을 다잡다가 다른 상상을 가득 채워 또 하나의 챕터를 쓰게 되고, 상상력이 고갈되었을 때 즈음에는 자신이 이전에 했던 상상을 복습하는 형식으로 생각에 얽매이게 된다.
때마침 자신의 이번 달 결심하게 된 다이어트 목표가 떠올라서 지키지 않았던 규칙들, 어젯밤에 흡입한 라면에 대한 후회로 머릿속을 채우다가, 새해에 다짐했던 또 다른 목표인 독서를 해야 한다는 사실을 다시 마음속에 새기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애인의 과거를 알게 됨으로써 겪게 되는 스트레스, 살을 빼고 싶은 욕구, 지키지 않은 것들에 대한 후회가 불러일으키는 감정을 크기 때문에 우리는 이처럼 쉽게 같은 생각을 반복한다. 물론 글자 그대로 생각의 흐름이 완전히 똑같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한 생각의 포로가 되어버렸다는 사실을 쉽게 인지하지 못한다. 물론 같은 문제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하고 있다는 것은 매우 잘 알지만, 우리는 순간의 감정에 충실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스스로가 비효율적인 사고의 패턴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기 전까지는 그냥 그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이 글을 읽었으니 당신은 당신의 생각으로부터 한 발짝 떨어져서 자신의 1차원적인 사고방식에 뜨악해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박수 짝짝짝)
자, 이제 와서 생각해보니 문제가 있지 않은가? 우리는 감정에 매몰되어 건강한 생각보다는 고인 물과 같은 제한적인 생각을 안고 살아가는 경우가 필요 이상으로 너무 많다. 하지만 자책하지 마라, 이를 인지했다는 사실은 벌써 반이나 해결한 것과 같은 힘을 가지고 있다.
아무튼간에, 이러한 산발적인 사고가 나의 머리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면, 우리에게는 현재에 집중하고 앞으로 나아가며 발전하는 촉진제가 되는 생각들을 채울 공간이 부족하다. 그러면 우리는 이러한 산발적인 사고를 정리하고, 이를 정리되고 방향성을 가졌으면서도 흐름이 있는 생각들, 즉 비산발적인 사고 패턴으로 전환시켜야 한다. 자신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고, 그에 맞게 일상의 행동과 생각들을 제대로 인지하고 컨트롤하여 삶의 주인으로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방향성을 가진 정리된 사고 패턴을 가지고 있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 (산발적인 생각을 하게 된다).
왜 이렇게 산발적인 생각, 비산발적인 사고 패턴에 집착하느냐고 물어볼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것들이 곧 우리가 인지하는 세상의 모습이며, 이들이 모여 우리의 순간순간을 이루는 요소, 즉 삶의 구성요소이니 아무리 중요성을 강조해도 부족할 것이다. 생각이 어지러우면 삶도 어지럽게 느껴지기 마련이다.
여기서 설명을 그만두면 사실 아무런 도움이 안 될지도 모른다. 우리가 산발적인 사고를 하고 있었음을 인식하고 이를 정리하여 흐르는 강물과 같이 건강한 사고를 이어가기 위해 무언가를 바꿔야겠다고 결심했으면 이제 다음 단계를 배워나갈 차례이다.
(1) 머릿속에 자리 잡고 있는 산발적인 사고 정리
(2) 추가적인 산발적 사고를 불러올 요소 차단
생각에 대한 생각, 메타인지를 하고 나면 자신의 순간을 정말 자기의 것으로 만드는 모습을 어느새 발견하게 될 것이다.
MISSION 01
다음 장을 읽기 전에, 어떤 방식으로 나는 더 건강한 생각의 흐름을 만들 수 있을지 하루정도 생각을 해보고 들어오길 바란다. 내가 제시하는 것은 하나의 방법일 뿐이니, 먼저 자기에게 맞는 방법들을 탐구해오길 바란다.
여하튼, 생각에 대한 생각이라니, 말장난 같아서 이만 생각을 줄일 생각에 다다랐다고 생각하는 내 자신을 발견하고 오늘은 이만 여기서 생각을 마쳐야겠다는 생각을 실천하려고 한다. 이만 총총
2016.03.27.
시율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