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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니 Apr 18. 2019

그래서 호주를 다시 왜 가냐면,

말해 뭐해. 

맞아. 호주의 하늘은 언제나 이랬었지.



대학교 3학년을 마치고, 나는 호주로 워킹홀리데이를 떠났다. 지금이야 더하겠지만 그때도 2, 3학년을 마치고 해외연수를 떠나는 것은 흔한 일이었다. 다들 신나거나 두렵거나 해외만 다녀오면 뭔가 엄청나게 변할 것 같다는 기대를 품었거나 혹은 등 떠밀리듯이 각자의 모습을 하고 어디론가 떠나기 시작했다.



나의 선택은 호주 워킹홀리데이였다. 어디론가 가긴 가야겠는데 어학연수 비용을 충당하기 힘들었던 나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워킹홀리데이가 유일했다. 일자리를 구하고, 이방인이라는 이유로 한국에서는 대학생으로서 생각할 수 없는 궂은일을 하고, 하찮은 영어실력에 매일 치이며, 인종차별을 당하며, 난생처음 겪는 외로움을 견디며... 뭐 이리 쉬운 게 하나도 없었는지. 내가 잘하고 있을 거라고 믿고 있을 엄마를 생각하며 1년은 채우자 생각하며 힘들게 버텼던 호주 생활. 한국으로 돌아가는 날, 버스정류장에서 공항 가는 버스를 기다리며 내가 적어도 호주에 다시 올 일은 없겠지? 해외여행할 기회가 생겨도 다른 나라를 가겠지 굳이 지긋지긋한 이 곳을 다시 돌아오는 일은 없겠지 하며 미련 없이 발을 떼던 내 모습이 아직 선명하게 기억난다. 



그리고 민망할 정도로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호주를 그리워하기 시작했다. 호주 생활이 쉬웠다고 말하는 사람은 한 명도 보지 못했는데, 그런 사람 중에 호주를 그리워하지 않는 사람도 없더라고.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졸업을 하고 다시 호주로 돌아갈 궁리를 꽤나 진지하게 했다. 이제는 한번 해봤으니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 이렇게 저렇게 돈을 모아서 가면 될 거 같고, 일하던 레스토랑에 부탁하여 다시 일을 시작할 수도 있을 것 같으며 다시 가면 더 여유 있게 그 전에는 충분히 즐기지 못했던 것들을 이제는 정말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들 말이다. 실제로 실행에 옮기는 사람들도 많았지만 나는 일단 대학교를 졸업해야 했기에 잠정적으로 그런 생각들은 묻어두어야 했다. 그리고 돌고 돌아 내가 언제 호주에서 살았더라? 가물가물해질 정도로 시간이 흐른 2019년 겨울, 다시 호주로 떠날 준비를 하고 했다. 



그때 만한 패기도 없고 매달 꼬박꼬박 들어오는 월급도 포기할 수 없는 이제는 여행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호주 땅을 밟아보기로 했다. 그래 이것이 가장 안전하게 호주를 다시 만날 수 있는 방법. 모험을 하기에 절대 늦진 않았어도 이제는 한 발 한 발이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는 서른두 살의 직장인. 일을 구하느라 조마조마할 필요도 없고, 매주 렌트비와 생활비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호주는 어떤 모습일까 궁금했다. 참 친절하지 않았던 그때의 호주와는 다를까? 이미 1년씩이나 살아보았던 나라를 다시 여행하는 것도 이상하지만 그게 그렇게 설렌다는 것도 참 이상한 일이란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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