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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니 Jul 19. 2021

6개월의 워홀 , 그 후의 이야기

과거의 나에게 다가가 한마디 해줄 수 있다면,


연재를 마쳤다고, 첫번째 탈고를 했노라고 마침표를 찍고나서도 어쩐지 개운하지 았다. 마냥 슬프고 아쉽게 끝을 맺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이래서 읽는 누군가에게 어떤 도움을   있을까. 심장이 작은 람, 예를 들면 인프피들~ 워홀 슬프게 끝날  있으니 진즉에 단념하세요? 허허 그게 아니잖아...? 이미   거라 되돌릴  없고, 아니 그때의 날들을 다시   없으니,  이후의 이야기를  덧붙여야겠다. 고로 끝날 때까지 끝난  아니다.










아보면서 가장 아쉬운 것은 너무 많은 목표와 다짐을 세웠던 과거의 나.


난생처음 해외에서 살아가는 것 자체가 이미 너무나 큰 목표라는 걸 그때는 실감하지 못했다. 참 여러 가지 꿈을 꿨다. 돈을 많이 벌겠다, 영어를 많이 쓰고 늘리겠다, 여행을 많이 다니겠다 등. 물론 꿈을 꾸는 것 자체는 아름다운 일이다. 그러나 그것을 어떻게든 다 이루겠다는 부담 속에 살다 보면 결국 현실에 부딪치고는 나처럼 제 풀에 지치게 되는 게 아닌가. 그때의 내가 조금 더 현명했다면 중간중간 계획을 수정하고 또 그 속에서 알맞은 길을 찾았을 텐데 그때의 나는 스스로를 몰아치기만 했다. 쉽게 얻은 기회가 아니었기에, 돌아갈 곳이 없다고 생각했기에 계획을 밀고 나가야 한다고 다그쳤다. 그러나 6개월을 뼈저리게 경험하고 나서야, 아니 그 후 오랜 되새김 끝에 비로소 이해하게 되었다. 미리 경험한 선배들이 왜 목표는 하나만 정하라고 했는지. 역시 직접 경험하기 전까지는 결국 모르는 일이다.




그럼에도 다녀온 호주를, 퍼스를 그리워했다.

아니 아직도 드문드문 얕고 깊은 그리움에 휩싸인다. 그곳에 있을 때는 지금 있는 이곳을 그리워했는데, 이곳에 오고 나니 그곳이 그리운 아이러니. 물론 생활자가 아니라 여행자로서 다시 경험할 나날을 그리지만.




그리움에 이런저런 호주 관련 영상을 찾아보다 어떤 워홀러의 영상을 보았다. 호주에서 일하며 살고 싶어 대학 입학 후 무작정 호주로 갔다는 사람. 그의 목표는 오로지 호주에서 일하며 생활해 나가는 것. 일을 구하는 것이 제일 중요했다. 물론 우여곡절을 겪었겠지만, 한국인이 운영하는 디자인 회사에 취업하여 벌써 호주에 머무른 지 3년이 되었다고. 그렇게 경력도 없고, 영어도 못하던 그는 호주에서 3년간 디자이너로 일하며 커리어를 쌓은 것이다. 1년도 있기 힘들던 나로서는 3년을 버틴 그가 무척이나 대단해 보였다. 비결이 뭐였을지 곰곰이 생각했다. 대담한 성향과 강한 멘탈 등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이뤄내고 싶은 목표가 단 한 가지였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목표한 한 가지 이외에 다른 것은 잘 안되더라도 크게 신경 쓰지 않고 넘길 수 있는 마음. 연고도 없는 낯선 곳에서 3년을 지낼 수 있었던 힘은 아마 그런 데서 주로 나오지 않았을까.




현명한 그의 3년이 부러웠지만 그때의 나에게는 최선의 선택이었다는 것을 안다. 언제나 그랬듯.


영어는 당연히 잘하고 싶었고, 많이 쓰고 싶었으니 어떻게든 영어만 쓰는 외국인들 사이에서 일하고 싶었다. 한국에 돌아가도 통장일 미래가 걱정되어 갑자기 돈이 많이 벌고 싶었지만, 그곳에서의 윤택한 삶 또한 포기하고 싶지는 않았다. 이미 어떤 것 이후의 삶만큼이나 하루하루의 삶이 중요해져 버린 나기에. 여행도 많이 다니고 싶었지만, 여행을 많이 하고도 통장 가득 넘치는 돈을 가지고 귀국하고 싶었다. 이렇게 적고 보니 결국 나는 왕왕 욕심쟁이였구나. 그러나 스스로는 크게 바라는 게 없다고 생각하는, 나도 나를 속이고 있던 욕심쟁이.




원하는 것을 한 번에 다 가질 수는 없다는 것을 세포 하나하나로 느꼈다. 하나를 쥐려면, 다른 하나를 내려놓아야 한다. 누군가는 인생이 추운 겨울 짧은 이불을 덮는 것과 같다고 했다. 발을 덮으면 얼굴이 시리고, 얼굴까지 덮으면 발이 시리고. 그래도 둘 중 하나를 골라야 하는 것이다. 그때의 나는 여러 개 중 하나를 끝까지 고르지 못했고, 결국 다 내려놓아야 했으니까.




돌이킬 수 없다. 다만 미래의 나는 다 쥘 수 없을 때 내려놓는 연습을 잘 해 나가리라 믿는다.


하나만 잘 고르기. 고른 방향을 향해 마음 다해 달리기. 달릴 수 없을 땐 느리게 걷더라도 멈추지는 말기.


앞으로 이런 다짐들을 마음에 단단히 하며 살 수 있다. 이것이 내가 6개월 간의 이방인 생활로부터 뼛속 깊이 얻은 배움, 앞으로 헤쳐나가는 길에 언제나 둘 몇 개의 이정표다. 뭐 하나 쉬운 것이 없었지만, 아쉬움은 당연히 남아 있지만, 도전한 것에 후회는 1도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래도 만약, 지금의 내가 과거의 나에게 다가가 한마디 해줄 수 있다면,

"야, 돈 못 벌어도 괜찮아. 영어가 생각보다 잘 안 되면 어때. 큰 성공은 바라지도 마. 그냥 1년만 잘 적응하고 즐겨. 그게 네가 해내야 할 단 하나의 미션이야."






호주에 도착하여 마주한 첫 풍경을 기억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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