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바라보는 자소서
김미경 TV의 하위 컨텐츠 중 '네 자매 이야기'라는 채널이 있다. (그런데 세 자매만 나옴 ㅎ) 정글을 떠나 '집사람'이라는 곳에서 서식하던 자매들이 사회로 다시 돌아가는 시도를 했던 이야기부터, 현재의 인생 이야기들이 재미있게 구성되어있다.
(엄마의 세대에게 더 재미있을 컨텐츠이지만, 김미경 강사님을 너무 좋아해서 다 챙겨 보고 있다.)
내 뼈가 반응했던 부분은 자매들이 아르바이트를 구하려 노력한 애피소드가 있는 부분 이었다. 서빙 아르바이트를 하기 힘든 나이가 다가오고 있음을 이 유튜브를 보며 감지했다. 아뿔싸, 넋 놓고 '집구석' 생활에만 집중하다 보니 그 시기가 머지않아 버린 것이었다.
과거의 능력은 정말 능력이었을 까?
<뼈있는 아무 말 대잔치> #뼈아대 라는 책에는 '운을 실력이라 착각한다'는 내용이 있다.
직장 옮기기를 즐기고 이력서, 자소서 꾸미기를 한 껏 즐기던 때가 있었다. 무엇이든 두드리면 열리리라! 이 진리를 무너트리는 것은 세월이다. 나이에 따라 할 수 있는 일과 , 어쩔 수 없이 도전하기 힘든 일들이 분명히 있다는 것을 모르고 시간에 오만하며 비트코 인했다.(응? ㅋ)
어쨌든, 다시 이력서를 쓰기 시작해 과거와 같이 그 순간을 즐겨 보았다. 마케팅에 너무 흥미가 있어 회사를 조사하고 회사가 좋아할 만한 것들로 자소서와 포트폴리오를 만들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이 회사는 이런 것을 좋아하겠지'로부터 시작되는 생각들은 침체되어있던 생각의 세포를 깨우고, 입가엔 '낄낄 ~'미소를 머금게 했다.
좋아하는 대상이 생긴 다는 것은 인생을 설렘으로 전환시켰다.
다시 이력서에 별짓을 시작하고 , 비트코인에 정신 나간 뇌의 중추를 찾은 것 같이 생기가 생겼다. 영상을 찍고 편집을 해본 날 밤, 웹디자인을 어설프게 만든 날 새벽이 스쳐간다.
세상은 그동안 더 치열해졌다. 고 스팩자는 넘쳐나고 올해는 취업난이 최악이라는 기사가 쏟아졌다.하지만, 안된다고 안 해보면 너무 후회가 될 것 같아 시작한 이 이력서 만들기가 꽤 많은 방향을 알려주었다.
과거의 이력서에 '별짓'을 할 때 시기상 맞물린 부분이 있었다. 내가 원하던 직종에 인력이 부족한 시기였고, 그렇기 때문에 몇십 번을 두드리면 '참깨!' 하고 문이 열렸던 것이다. 다른 이직을 할 때에도 나의 젊음과 현재의 환경은 배제한 채 , 모든 것이 나의 능력이라 믿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진심 이력서
이력서와 포트폴리오를 작성하며, 자신이 동경하던 회사를 대비해 보면 , 분명 차이가 생긴다. 이 회사의 인재상, 스타일, 지향하는 바와 내 포트폴리오가 맞물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살짝 간장을 넣을 수는 있겠으나 그냥 쓰던대로 내가 하던걸 해야된다는 기저가 있는 것인지 ...그냥 내가 재미있는 대로 만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차이가 점점 벌어지고 이제는 추격이 불가능한 상태에서 희열을 느꼈다.(...)
그건데 그렇게 열댓 번 정도 포트폴리오를 만들며, 자소서를 써보면 내가 지향하는 방향을 알게 되더이다.
(이, 순간 저는 무슨 주제를 더 먼저 써야 할지, 자리 잡히기 시작 했습니다. )
샌드 버튼을 누르는 순간 인사담당자에 대한 죄송함이 밀려온다. '아... 이거 읽느라 피곤하시겠구나...' 플러스 나는 떨어지는구나...를 동물 적으로 감지하게 된다.
'진심은 통한다.?'
아니다. 진심은 나 자신과 통하거나, 회사의 지향점과 내 지향점이 같다면 통한다.
동경하는 회사를 조사하며, 진심으로 포트폴리오를 만들다 보면 자신의 바닥까지 내려가 나를 만나게 된다.
'아, 내가 이런 것을 좋아하던 사람이었지? 내가 이런 걸 할 때 흥을 느끼고 집중하는구나.' 하는 중요한 사실들 말이다. 막연한 동경 또한 어떤 심리인지 하는것 까지도...
어쩌면 더 활력을 찾아야겠다는 의지에서 시작된 이 이력서 쓰기는 나의 부족한 능력과 내가 잘하고 좋아하는것을 다시 한번 상기시켜 주었다.
고군분투 정신으로 하루하루를 치열하게 살아가는 이들도 분명 많다.
하지만 그 아래의 무기력에서 싸우고 있거나,
이 길이 맞는지 물음표를 띄운 채 무언가를 만들고 있는 이들도 많을 것이다.
'과연 내가 뭘 잘하는가? 왜 사는가? 잘하는 건 뭣이었나?! 나는 이걸 왜 하고 앉잤나?!!'
이런 상태에 놓여 있는 분들께 진심 이력서 써보기를 추천해 본다.
가장 기억에 남는 패션 포트폴리오를 보낸곳에 사과를 하며 마무리 한다.너무 재밌어서 하다 보니 결국 간장의 끝에 가있었다. 내가 옷을 입고 사진 찍어서 포트폴리오를 만들고 글을 썼다. 그것도 병맛으로....(막판엔 짤이 난무....) 너무 부끄러웠지만 전송 버튼을 눌러 버렸다.
이 작은 노트에 사과하는 마음을 띄우는 밤입니다.
옷을 자주 사겠습니다. ^^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