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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니공원 Jul 07. 2022

책먹다 체한주간

태도의 말들, 베를린 일기, 익숙한 새벽세시 - 맘대로 감상문

최근 쉬는날이 도통없어 마음이 불안했어요. 성실한 글자 생활을 못했을 뿐더러 중간중간 스트레스를 알코올로 씻어 냈어요. 숙취를 동력으로 몸이 굴러가는 기이한 생활을 지속 중이었습니다.


저는 미련한 불안감에 쓰지못한 글자를 내두고 아쉬운 대로 글자 먹기를 시작했어요. 일주일간 세권을 미련한 속도대로 집어넣었어요. 이 좋은 말과 글자들을 우겨 넣었던 날 막중한 피로감이 숙취보다 심하게 어깨를 때리기 시작했어요.


<태도의 말들>은 그 시작이 된 책입니다.
어지러운 사회에서 우리는 어떤 기준으로 사람과 일을 대해야 할까? 나는 일하는 사람으로, 친구로 어떤 기준을 가진 사람일까? 고민해 보게 하는 책. 엄격하게 좋은 사람의 잣대를 지니고 픈 사람들에게 특히 추천. 더불어 이 책을 소개해 주신 북스타그램 친구에게도 감사하는 아침이에요.

다시 글자를 우겨 넣던 미련한 나로 돌아가서...
그럼에도 우겨 넣어야 쓰기로 못한 채무감을 떨칠 수 있을 것 같아 또다른 책을 펼쳤지 뭐 에요. 처음저를 물가에 놓아주신 <밥보다 등산> 손민규 선생님의 추천 책 베를린 일기와 또다른 책을 주문했습니다. 그리고 시간을 쪼개 베를린 일기를 우겨 넣어보자 . 그러면 뭔가 더 좋은게 써질 꺼야!! 하곤 우겨 넣기를 시작합니다. 추천대로 베를린 일기는 너무 귀엽고 앙증맞고 사진은 또 왜 이리 귀엽고 난리 였는데 통찰까지 주며 가희 범접할 수 없는 명필이셨습니다.  

베를린 일기를 반 정도 우겨 넣고 각 잡고 읽어 야지! 아껴 두었던 <술과 바닐라>를 씹어야 하니까 마음이 급해 졌습니다. 많은 글자들을 빠른 속도로 소진하고 발효하는 사람들을 보며 아연한 사람은 저 뿐인 듯 원통하였어요.그치만 어제 다 곱씹지 못했던 <태도의 말들>에서 접어 두었던 부분들을 반복해야만 할 것 같았습니다. 일하는 중간중간 고사장에 나가기 전 써머리하는 수험생의 기분으로 졸음을 떨쳐내며 책을 들고 접힌 페이지를 반복해 보기로 했습니다.



� 신기하게도 그때 다시 펼쳐진 <태도의말들> 문장.



독일 철학자 쇼펜하우어는 “다독은 인간의 정신에서 탄력을 빼앗는 일종의 자해다. 압력이 너무 높아도 용수철은 탄력을 잃는다”고 했다. <다시, 책은 도끼다>를 쓴 광고인 박웅현은 이를 “주체적 사색 없이 모든걸 책에 의지해서는 안 된다.”고 해석했다. 독서의 백미는 되새김질인데, 다독은 좋지만 속독까지 더해진다면 오래 기억에 남을 책이 없을 텐데. (163P)



“내 속도대로 살고 싶어요. 매일매일 바쁘고 치열하고 촘촘하다 해도 그게 나랑 맞는 속도면 별문제가 없을 거예요. 서울에서 가장 힘들었던 건 내가 살고 싶은 속도를 내가 제어할 수 없다는 사실이었어요. 내가 기어를 쥐고 있는 것 같지 않았어요. 굉장히 많은 관계 속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어요. 적어도 핸들은 내가 쥐고 있어야겠다. 생각한 거예요. (103P)


�이내 마음이 너덜너덜 해졌어요. 그럼에도 밤에는 베를린 일기를 읽다가 맥주를 넣다가 내일은 쉬는 날이니까 어서어서 글자를 달려 야지! 하고는 잠들었습니다.


새벽에 눈뜨자 마자 여느 성실한 작가의 루틴대로 커피를 한잔 내려 마시고(는 아니고 그럴 시간이 없어요! 뜨거운 커피가 식도를 통과하기 위해 더 많은 시간이 소요 되오니 30초 전기 포트에 물을 올리고 전기 포트가 거의 끓기 시작할 때 카누를 찢어 컵에 붓고 물과 얼음을 투하 하여 식도에 밀어 넣었어요.)


새벽이니까 그냥 오지은의 산문<익숙한 새벽세시>를 펴봤어요. 첫 장을 읽고는 책을 덮어 두었습니다. 이 좋은 글자를 허공으로 떠올리며 아빠미소 지을 시간이 필요 하거든요. 왜 너무 사랑스런 사람 보고오면 미소 띄우며 시간 보내는 것 처럼요. 저는 비로서 휴식을 얻었습니다. 좋은 글자는 책을 덥게 만드는 군요.




그래서 결론은 세권이 전부다 너무 좋으니까 다음주에 한 권 씩 다시 친해질 것이야. 베를린 일기의 최민석 작가는 김현 평론가를 흉내내 볼 요량으로 70년대 문인들의 문체를 차용하여 심원한 문학적 고민을 꾀하고자 하셨습니다. 그러다 맘대로 흘러가 귀여움을 표출 하셨 사오니 나도 생긴 대로 허둥지둥 썼다. (고 쓸힘도 없다.) 밥먹고 자자.



필요한 날이었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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