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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니공원 Jul 10. 2022

여기서만 넘쳐.

넋두리 넋두리

오랫동안 소설가가 꿈이었습니다. 하지만 소설을 쓰는 대신 소설 리뷰를 쓴 시간이 더 길었어요. 소설가가 되는 대신 소설가를 인터뷰했습니다. 대신 인생. 나쁘지 않았어요. 좋지도 않았지만. - 소설가 백영옥 -


소설가 백영옥의 <그냥 흘러넘쳐도 좋아요>도입부 에요. 가끔은 왜 이렇게 많은 글을 버려야 하는지, 남의 글은 또 왜이리 오래 써야 하는지, 어디까지 인용에 인용을 해야 하는것이야.....지칠때 펴보는 책이에요.


누군가는 오늘도 계속해서 속삭입니다. 6주면 책을 낼 수 있다고, 또 누군가는 호통하듯 말합니다. 1주일 만에 성공하는 법칙, 한 달 만에 월300수입 만들기. 주식 한 달 만에 마스터 하기. 이거 너만모를껄 등등의 후킹은 어찌나 많은지...  세상은 왜 이리 간편해지는 걸까요? 한 달 만에 남자를 꼬시는 법, 일주일 만에 여자랑 자는 법 등등…호다닥 천둥 번개가 치듯 뚝딱 해결되는 일 따위 세상에 없던데...


일전에 출판사 대표님들이 처음 세상을 알려줬어요. 왜 이런책을 내는거죠? 하는 질문에 그들이 대답했어요. 그러지 않으면 팔리지가 않는다고... 사람들은 전부다 간편한걸 좋아한다고...


물론 저 또한 어떤 비법이나 방법은 수긍하고 공략집이 있다는 성공한 사람들의 책도 많이 읽고 있어요. 하지만 지속성을 생각할 때 역시나 무리라는 결론에 도달하죠. 세상이 그렇게 쉬웠으면 전부다 맘대로 되게요? 과정이 힘드니까 보람도 있고, 도착하는 희소성도 있구나 하면서 수긍해 보는것도 좋았어요.

부동산 상승기에 운 좋게 영 끌을 한들 하락기를 무사히 견딜 수 있을까요? 뭐 운이 좋다면 … 하지만 주식은 아무래도 조금더 난이도가 높죠.

목욕탕에 물 다 빠지면 뭐입고 있었는지 그때 보인다고 하잖아요.


이석원 작가의 '인생은 공격보다 수비다.'라는 문장을 좋아해요. 늘 겁이 많고 평균 불안도가 높은 사람이라서 너무 많은 준비를 한다는 걸 알고 있어요. 하지만 공격을 계속하려면 수비부터 배우는 게 좋다고 생각해서 미련하게 가는 중입니다.  좋은 글을 쓰려면 많은 글을 버려야 한다고 생각하는 편이고요. 가끔 이런 내가 진력나고, 누가 대신 용기를 내주었으면 좋겠는데 그런 일은 잘 일어나지 않으니까요. 금사빠 사랑은 영속성이 떨어지고 일주일만에 자고 나면 허무함이 남겠죠. (아님 말고..ㅋ) 이 또한 싫진 않지만 좋지도 않은 스쳐갈 인연이겠죠. 오죽하면 세상에 많은 글만큼의 글쓰기에  대한 글이 일대일비율로 존재할까 싶어요.


가끔은 쉬어야 함을 느껴요. 그 쉼이 누군 책을 읽는 것이고 , 누군 술을 마시고, 누군 여행을 가고 각자의 방식대로 화를 조금은 덜어 내는 게 좋아 보여요. 아니면 사랑하는 이에게 불똥이 튀고 말 테니까요. 아직도 그런 방법들을 터득해 가고 있을 뿐이에요.


힘은 이미 다 소진되었는데, 더 힘내고 더 구르라고 하는 사람들이 야속할 때도 있어요. 하… 죽겠는데 그대로 괜찮아. 근거 없는 긍정은 더 힘이 빠지기도 하죠. 이런 걸 많이 삼가하려고 하는데 역시나 힘든 사람들을 보면 힘내라는 말밖에, 잘될 꺼야란 말을 늘어놓은 어른이가 되고 말았아요. 하지만 충고 따위는 넣어두는 아량은 조금 생긴 것 같아요.


저는 아직도 여러 가지로 많은 걸 실패하고 있는 인생이에요. 어떻게 팔면 좋을까를 생각하고 어떻게 벌면 좋을까를 생각하다 보면 누군가 와서 가끔 도와주기도 하고, 아주 작은 성공을 하기도 하면서 … 나를 지키는 방법을 이제사 조금 터득하면서 ….


누군가 제주도에 가자고 했고, 누군가는 뭐 그렇게 까지 사냐고... 누군가와는 계속 삐그덕 되던 날, 가족은 조금 뒷전으로 밀어놓고 늘상 스치는 일들인데 유독 세상 모든 안개가 나를 향한 것 같은 기분을 떨칠 수 없어 이불 안으로 숨었습니다. 너무 많은 기억들이 문을 두드리진 않아서 다행이야 하며 조용히 책을 폈습니다. 책이 다시 나를 일으켜 책상에 앉혀 놓습니다.


책상에 오래 접합해 있을수록 노희준의 <오렌지 리퍼블릭>에 누군가 만나기 위해 책상과 침대만 만나기로 했다는 대목이 떠올라 다시 펴보곤해요. 그때는 잘 이해가 가지 않았는데, 요즘엔 조금 알 것 같기도 하구요.



공부하되 생각하지 말고, 잠자되 꿈꾸지 말 것. 책상과 침대처럼, 한 평도 안 되는 공간을 벗어나지만 않으면 세상은 나에게 필요한 것을 줄 것이다. 모든 게 다 한 평에 불과했다. 자동차의 시트고, 술집의 좌석도, 수많은 여자와 함께했던 호텔의 매트리스도 한평, 잘 나가는 것도, 사랑과 의리와 명예도 죄다 한평.



 모니터가 다시 속삭입니다.


“ 그래. 혼자, 쓸 시간이야.”




#사진<그냥 흘러넘쳐도 좋아요>백영옥 표지


쓰는만큼 쓰인글을 읽어줘야 하는데 오늘은 좀 쉬고 내일 죄다 방문해서 읽어볼 것이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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