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식은 아니라구욧

by 지플레르


저희 집은 종갓집이라 제사가 참 많습니다.

제사상도 제사상이지만, 그날 오신 분들의 밥상을 차리고 치우는 게 더 일이잖아요.

내년부터는 줄인다 줄인다 하면서도 한 번도 줄어든 적이 없는 제사상, 저녁상인데

그렇게 있는 정성 없는 정성 다 해서 준비했으면서 엄마는 늘 “차린다고 차렸는데 막상 먹을 게 별 게 없어서 어쩌죠”합니다.

그러면, 모든 사람들이 숟가락질을 멈칫하면서, 그게 무슨 말씀이냐, 너무 맛있다, 형수님 최고다, 큰엄마는 정말 제사음식의 달인이다... 칭찬을 아끼지 않습니다.

저런 얘기는 뭐하러 할까, 칭찬을 받으려고 하는 말인가, 그저 민망함만 저의 몫이었죠.


그런데, 요즘 저도 그런 생각이 종종 들어요.

꽃 수업을 하다 보면, 정말 많은 분들이 스튜디오를 찾아오십니다

시설이 그리 좋지도 않은 작은 스튜디오

그리고, 요즘은 잘하는 꽃집들도 얼마나 많나요

그런데, 굳이 저를 찾아와, 적지 않은 돈을 내고 수업을 들으시는, 혹은 들으셨던 분들을

떠올리면, 나는 과연, 그런 가치가 있는 사람인가... 그런 가치가 있는 수업인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아~잠시만요. 좋아요, 재밌어요, 너무 예뻐요 이런 얘기를 해달라고 옆구리를 찌르는 게 아닙니다.

시장을 돌고 돌며, 꽃을 고르고 막상 수업을 준비한다고 했는데

뭐, 그리 대단한 것도 없고, 한마디로 차린다고 차렸는데, 별 거 없다는 느낌이 듭니다.

그렇다고, 별 게 없죠? 물어볼 수는 없어서

더 예쁜 게 없었을까, 이게 최선이었을까 전전긍긍 속으로만 앓습니다.

그러니까, 엄마가 평생 상다리가 휘어지게 차려놓고, 우는 소리를 했던 것이

어쩌면, 진심이었겠구나... 저도 이 나이를 먹고, 일을 하면서 느끼게 됩니다.

힘들게 찾아와, 무거운 결과물을 이고 지고 다시 대중교통을 타고, 또는 비행기를 타고

돌아가시는 분들을 보면, 제 마음이 늘 무겁습니다.

오늘은 저녁 산책 겸, 작업실에서 지하철 역까지 쭉 걸어갔다 걸어옵니다.

이 길을 많은 분들은 어떤 마음으로 걸어오고, 또 걸어갈까 생각합니다.

다음 작업실은 지하철역 더 가까운 곳으로 가야겠다고

그리고, 더 좋은 수업을 해야겠다고 다짐합니다.

손발이 좀 오그라는 가식적인 말 같지만

정말이라고요. 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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