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잘하려는 마음만 접으면 되는데
꽃 하는 친구들끼리 만나면 우스개 소리로 급한 주문으로 냉장고에서 막 꺼내면서 만드는 게 제일 예쁘다 라고 합니다. 그건 정말 객관적으로 예쁠 수도 있지만, 기준치에 비해 잘 나왔다는 만족감이기도 할 거예요.
저에겐 귀는 활짝 열면서도 신경은 좀 꺼둬야 하는 주문이 있는데 바로 '굉장히 신경 써야 한다'는 주문입니다.
주문하는 분들의 입장에서 보면 너무나 중요한 선물이니 당연한 주문일 수 있지만, 멘털이 약한 저에게는 쥐약인 멘트입니다. 지금은 그런 실수를 안 하려고 하지만, 초창기 때는 정말 힘이 많이 들었어요. 안 그래도 잘해야 한다는 강박이 심한 저에게 '한 번도 보지 못한 스타일로 만들어달라'난 주문은 정말 저의 정신을 안드로메다로 끌고 가는 마법의 주문이었습니다. 본인도 스타일리시한 사람이며, 받는 사람은 우주 최강 세련되고, 문화에 조예가 깊으며, 외국에서 오래 살았고, 고급스러운 취향에, 또 꽃을 하면서 알게 된 사실로, 우리나라에 참 많은 회장님 사모님이신 분에게 보내니, 정말 특별하게 신경 써달라 는 주문이었습니다. 그에 꼭 덧붙는 말은 이 주문이 잘 되면 그분이 계속 꽃을 주문할 테니 너는 더더욱 잘해야 하고, 이런 거래를 만들어준 나에게 미리 고마워해라 이런 부연설명은 어떤 꽃을 만들까 하는 즐거운 마음에 찬물을 쫙쫙 끼얹는 기분이었죠. 한 번도 못 보던 스타일인데, 어떤 스타일을 보고 어떤 스타일을 못 봤는지 알 수가 없었던 저는 얼떨결에 주문을 받고, 정말 무거운 짐을 떠안은 기분이 되었습니다. 지금 같으면 시안 사진을 몇 장 보내드리고 고르시라고 했을 텐데, 초짜인 저에겐 그런 멋진 시안들도 많이 없었을뿐더러, 자꾸 물어보면 프로페셔널처럼 보이지 않을까 봐, 그리고 정확히 얘기를 했는데, 그걸 내가 해내지 못할까 봐 겁이 나서 그냥 네네 해 버렸죠. 그리고 저는 저도 처음 해보는 스타일을 선보였습니다. 그 이후로, 꽃을 받으신 회장님 사모님의 또 다른 주문 따위는 없었고 저 역시 성공가도를 탈 수 없었어요. 그냥 평소대로만 만들었어도 정말 예쁘고 새로웠을 텐데...... 지금 생각하면 참 부끄럽고 아쉽습니다.
너무 신경 쓴 꽃은 너무 높은 기대치에 오히려 예쁘지 못하죠. 아니, 예뻐보이기가 어렵죠. 최선을 다해 즐거운 마음으로 하면 참 좋을텐데, 잘해야한다는 생각에 시작부터 진이빠져 마지막에는 집중력을 발휘하기 어려울때가 있습니다.수업을 할때도 보면 너무 잘 꽂으려고 하다보면 좀처럼 진도를 못나가고 고민하는 수강생분들이 종종 있습니다. 그때 저는 얼른 '아몰랑'신이 와야한다고 얘기하는데, 아, 몰라, 그냥 될대로 되라지 하는 마음가짐이 되기를 기다리는 겁니다. 너무 잘 꽂으려고 노력하면 꽃이 두려운 존재가 되고합니다. 꽃은 그 자체로도 아름다운데, 그리고, 꼭 특별하고 어려운 기술을 가지고 만들어야 하는 것도 아닌데, 우리는 왜 꽃 앞에서 이렇게 벌벌 떨어야할까 생각하면 조금 우스운 기분이 듭니다. 어떤 분야건 어깨의 힘을 빼고, 마음을 가볍게 갖는게 가장 어렵다고하잖아요.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이, 문득 나를 두렵게 만들고 있다면, 한번쯤 생각해봐야 합니다. 내 마음에 힘이 잔뜩 들어가있는 건 아닌지. 너무 잘하려고 하는 부담감이 내 어깨를 누르고 있는 건 아닌가 하고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