갯버들에 대한 이야기
세례를 받기 전, 해가 바뀔 때나 점괘가 용하다고 소개를 받으면
점집을 종종 찾아가곤 했습니다.
절에 다니시던 할머니를 통해서, 다음엔 엄마를 통해 어린 시절부터 나에 대해 들었던 운세들은 평균적으로 뭐 귀에 걸면 귀걸이식의 좋은 말들이어서 이번에도 내심 듣기 좋은 얘기를 기대하며 찾아갔습니다.
음력 생일과 태어난 시를 넣고, 한참을 기다리니
“이른 봄 시냇가에 꽃나무 같은 격이다”
라는 거예요.
제 생일이 2월 말이니 아직 겨울이 채 가시지 않은, 을씨년스러운 개울가에
앙상하게 서있는 꽃나무라니... 그 추운 겨울날 차가운 시냇가에 선 꽃나무는 꽃을 피우고 싶어도 피울 수가 없는.... 그러니까 결국 꽃 피우지 못하는 꽃나무라는 말이고
그 말인 즉 슨, 뭔가 일에서도 풍성하게 성과를 피워내지 못한다는 말인 거잖아요.
그 뒤로 뜨뜻미지근하게 좋은 얘기들도 좀 있었던 것 같은데
처음에 임팩트가 너무 커서 귀에도 잘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그 뒤로 한동안, 뭘 해도 안 되는 기구한 운명이야, 난.. 하면서 빈둥빈둥
일도 열심히 안 하다가, 봄을 알리는 한 영상에서 갯버들을 보게 됐습니다.
예전부터 해가 바뀌면 꽃시장 소재 집에 많은 비율을 섬 점하면서 들어선 갯버들은
종류도 꽤 다양하고, 뽀송뽀송한 느낌이 따뜻해 보여 즐겨 쓰던 소재였습니다.
갯버들은 이름처럼 버드나무 종입니다. 그래서 이름도 갯버들이죠.
유속이 빠른 곳에 사는 버드나무는 홍수로 물에 떠내려가다가도 땅에 닿으면 다시 뿌리를 내려 살아가는 번식력 갑, 적응력 갑인 아주 탁월한 나무라고 해요.
갯버들은 다른 벚나무 종류보다 일찍 피어 봄이 시작된다는 것을 정확히 알려주는 지표식물인데, 원래 개화시기는 3~4월이지만, 이르면 1월 말에도 뽀송하고 부드러운 꽃망울을 터뜨려주죠.
이런 갯버들을 보고 있으려니, 이른 봄 시냇가의 꽃나무는 그리 절망적인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 점괘를 듣고 내내 찜찜했던 건,
저는 아마 꽃잎이 얇고 화사한 색감의 꽃나무만을 상상했기 때문이었나 봅니다.
하지만 어떤가요?
이른 봄 시냇가의 양지바른 곳, 어름장 밑으로 겨울이 녹아 졸졸졸졸 봄이 흐를 때
두툼한 솜 코트를 두르고 ‘봄이 오고 있습니다!!!’라고 알려주는, 봄의 전령사 같은 갯버들이라면,
이런 꽃나무도 꽤 근사하지 않을까요?
p.s 나 갯버들 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