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은 변수의 연속
재작년 11월, 브랜드 매장을 숲으로 꾸며주는 조경작업을 진행했습니다.
그 안에는 바위를 만드는 팀, 쇼윈도 장식을 하는 팀, 기계적인 부분을 담당하는 팀
여러 팀들과 함께 작업을 하게 되었는데,
결과적으로 완성된 모습은 모두 만족스러웠지만
그 당시엔 이런 전쟁터가 없을 정도로 너무 힘들었죠.
보통 매장 디스플레이는 영업시간을 피해서 진행해야 하는 일이라, 8시 이후부터 아침 9시까지 밤샘 작업을 하게 되는데요, 히터는 바라지도 않고, 쇼윈도 디스플레이를 겸하다 보니 창을 모두 열고 진행을 해서 11월 초순이었는데, 한겨울처럼 그렇게 추울 수가 없더라고요. 추위와 잠을 피해 돌아가며 지하 4층 지하주차장에서 차에 히터에 의지해 30분씩 눈을 붙이면서 작업을 이어갔습니다.
하지만, 추위와 잠 부족만큼 저를 괴롭혔던 건 견적이었어요. 아마 일을 시작하는 분들이라면 도대체 예산을 어떻게 잡아야 할지가 가장 어려운 문제일 거예요. 꽃다발 하나부터 행사를 하나 진행하는 것 까지요. 특히나 저는 간이 콩알이라 하는 일은 생각하지 않고, 금액이 커지면 벌써부터 손발이 오그라들면서 겁이 덜컥 나거든요.
한 달 전부터 기획하고 함께 준비한 터라 진행이 매끄러웠으면 괜찮았을 예산인데,
다른 팀들의 작업들이 딜레이 되고, 조경 작업은 설치가 끝난 후에 마무리해야 하는 부분이다 보니
저희 작업도 함께 늘어지고, 생각지도 못한 추가 비용들이 물처럼 새기 시작했습니다.
아, 이래서 예산을 넉넉하게 잡으라는 거였구나....
예산을 책정할 때 현장의 변수를 생각해 최대한 넉넉하게 잡았어야 하는데
조금은 안일하게 생각했구나......
오죽하면 예산팀의 피디가 슬쩍 와서는
‘실장님, 이렇게 예산 잡으시면 안 돼요. 다른 팀 보세요.’
하면서 다른 팀들 예산을 보여주는데, ( 1,3층 조경 공사하는 견적이 다른 작가팀이 테이블 다리 하나 세팅하는 가격과 거의 맞먹을 지경이었습니다). 이건 뭐 돈을 벌려고 한 건지,
일만 하려고 한 건지 한심스러운 견적서에 다시 한번 마음이 무너졌죠.
나흘 밤을 현장에서 새우고, 집에 돌아와 마룻바닥에 대자로 누워
애꿎게 신랑에게 하소연을 하니 신랑이 말없이 옆에 나란히 누워서 그러더라고요
“다음엔 안 그러면 되지”
지난 한 해를 걸어오면서, 생각해보면 이 뿐만이 아니라도
참 한심하다 싶은 실수들이 많았습니다.
일 년을 걸어오면서 이불속에서 날렸던 수없이 많은 이불 킥들
이런 킥들이 앞으로 걸어갈 날들에 더 다부진 걸음의 밑거름이 될까요?
시험이 끝난 후, 틀린 문제만 모아 오답노트를 만드는 마음으로
저 역시 이런 일들이 다시 일어나지 말도록 꼼꼼히 적어놓아야겠습니다.
내가 날린, 아니 우리가 날린 모든 이불 킥들이 앞날의 하이킥이 될 그날까지!
우리 함께 걸어가요. 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