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승리가 어때서?

2021.05.16

by 지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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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짐승의 가장 큰 차이점은 정신력, 멘탈이라고 생각합니다. 짐승과 달리 사람은 의도적으로 정신을 통해 본능적인 행위까지도 바꿀 수 있기 때문이죠. 아무리 배가 고파도 다이어트를 위해 굶을 수도 있고, 잠을 줄여 가면서까지 하고자 하는 일에 몰두할 수 있는 걸 보면 때로는 경이롭기까지 합니다. 그래서 이 정신이 무너지면 아무것도 안 되는 것 같아요. 육체적인 건강도 물론 중요하지만, 제 생각에 미세하게나마 좀 더 중요한 것은 정신력이라고 봅니다. 극한의 상황에 놓여 있다 하더라도 정신이 정말 강하게 버틸 수 있다면 언제든지 그 상황을 이겨 내는 게 전혀 이상하지 않기 때문이죠.


하지만 그만큼 온전히 지켜 내기가 더 어려운 것 같아요. 우선 육체와 다르게 겉으로 쉽게 드러나질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 어떤 어려움에 처했을 때, 지금 신체적으로 힘들어서 그런 건지 정신적으로 힘들어서 그런 건지 알 길이 없죠. 설령 정신이 무너지려 한다는 것을 알아차려도 뚜렷한 대처법을 찾기가 힘듭니다. 대표적인 대처법이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진다며 참는 방법인데, 만약 괜찮지 않을 정도의 타격이라면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큰 우울에 빠질 위험도 있습니다.


세상 모든 경험들로부터 정신력이 회복될 수 있는, 나아가 강해질 수 있는 방향으로만 흘러가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어떻게든 정신을 지켜야 하는 것 같습니다. 어떠한 방식으로든 말이죠. 그래서 '내가 너무 귀여운 탓인가?'라는 정신승리를 시전 하는 것도 꽤나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단 나는 잘했지만 그저 상황이 너무 안 좋게 흘러간다고 생각하는 거죠. 그래도 괜찮습니다. 그렇게 정신승리해서 정신이 무너지지 않을 수만 있다면요.


사실 정신승리를 하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현실을 도피하고, 문제를 제대로 직시하지 않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았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생각이 좀 바뀌었어요. 물론 정신승리가 장기적으로 이어져서 이미 정신이 회복되어 충분히 문제를 마주할 수 있음에도 회피만 하면 안 되겠죠. 그러나 당장 너무 괴로운, 무거운 상처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일단 정신승리를 하는 것은 건강에 이롭다는 생각이 듭니다. 혼자서 하는 정신승리는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끼치지도 않으니까요. 냉철하게 스스로를 몰아붙이기만 하는 것보다는, 논리적으로 말이 안 돼도 우선 정신을 추스를 수 있도록 자신을 지키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지 않나 싶어요. 그래야만 다시 돌아와서 문제를 제대로 직시하고 해결할 수 있을 테니까요. 이렇게 보면 정신승리도 그렇게 나쁜 것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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