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남다른 대학원생일 줄 알았지
2021.05.20
대학원에 처음 들어오면 보통의 경우 고년차 선배들이 있습니다. 그분들의 탄탄한 논리를 보고 있으면 존경심이 절로 들죠. 그런데 또 한편으로는 잘 이해가 되질 않습니다. 왜 저렇게 밍기적 거리고, 매사 별 기운이 없어 보이고, 시니컬하고, 부정적인 말을 내뱉는지 말이죠. 그리고 나는 그렇게 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더 나아가 나는 저분들과는 다를 거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 혹은 자만에 빠집니다. 아마 대부분 그렇게 희망과 열의가 가득 찬 상태로 대학원 생활을 시작할 거 같아요.
그러나 동시에 몇몇 특별한 사람을 제외하고는 그 열의가 사라지는 순간을 마주합니다. 저 또한 특별하지 않아 그 순간을 마주한 사람들 중 한 명이죠. 연구가 너무 귀찮습니다. 이전에 비해 눈앞에 당장 해야 할 것들이 보다 선명히 보임에도 행동은 더욱 느려졌습니다. 고년차 선배들이 보여주는 아쉬운 모습을 닮지 말자는 1년 전 즈음의 다짐은 부끄럽게도 온데간데없습니다.
되지도 않는 변명을 해 보자면, 연구를 하다 보면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기본적으로 연구라는 게 성과가 빠르게 나오지를 않아 성취감을 맛보기가 쉽지 않은 행위이니까요. 특히 연구의 첫 시작에는 아무런 성과 없이 존중하며 버티는 시기가 필요한데, 그 기간 동안 처음 가졌던 열정이 사그라들기가 딱 좋습니다. 지도교수나 연구실 사람들과의 관계가 어려울 수도 있고, 연구 자체가 어렵거나 회의감이 강할 수도 있고, 해야 하는 연구 외적인 업무가 너무 많을 수도 있는 거니까요. 해야 할 일이 보다 선명해졌어도 달려 나갈 원동력이 사라졌을 이유는 꽤나 충분합니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시점의 다음 주에 미팅이 세 개나 있음에도 저는 지금 별 의욕이 없습니다. 책임감이 떨어진 건지 생활에 익숙해진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별 생각을 안 하고 있습니다. 선배들은 원래 다들 이렇다고 말씀들을 많이 해 주시는데, 정말 이게 연구를 하는 대학원생으로서 보편적으로 겪는 경험이라 한들 찾아오는 자괴감은 어쩔 수 없나 봅니다. 어쨌든 이겨내고 연구를 해야 하니까요. 그래야 마무리를 할 거고, 졸업을 할 거고, 인생의 불필요한 패배감이나 아쉬움을 남기지 않을 수 있을 테니까요. 하지만 부끄럽게도, 이 사실을 명백히 알고 있음에도, 대학원생인 지금의 저는 연구가 참 귀찮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