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분들이 잘하고 있는 게 솔직히 부럽다
2021.08.10
대학원 2년 차가 되면서 저에게도 연구실 후배 분들이 생겼고, 어느덧 그 후배 분들이 각자의 연구를 발표하는 랩미팅을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보통의 랩미팅은 날카로운 비판과 논리에 두드려 맞느라 정신이 없을 테지만 후배분들의 첫 랩미팅은 그러지 않았습니다. 비판은 없고 격려와 기대만 있었죠. 그런 랩미팅을 실제로 접해본 적이 없어서 그런지 다소 당황스럽기까지 했습니다. 원래 이렇게 자연스럽게 진행되어야 하는 게 맞는 걸까 싶기도 했고요.
물론 후배분들의 첫 발표였고, 해온 결과물보다는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이다라는 계획을 이야기했기에 딱히 덧붙일 부분이 없었을 겁니다. 하지만 이를 감안하더라도 발표가 참 좋았습니다. 듣는 사람들의 반응도 좋았고 맞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으니까요. 1년 전 즈음에 저와 제 동기들이 첫 발표를 했을 때도 비슷한 기준이었겠지만 비판적인 코멘트가 지금보다는 많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분명 처음에 방향을 잡는 것 자체도 쉬운 일은 아니니까요.
그래서 후배분들이 부러웠습니다. 1년 전에는 연구실 내부 사정으로 신입생이 연구를 하기 많이 혼란스러운 상황이었는데, 이제는 어느 정도 체계도 생기고 안정화가 되었다 보니 연구 진행이 보다 수월해졌거든요. 후배분들이 비슷한 고충을 겪지 않아도 되어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부끄럽게도 질투와 부러움이 조금 더 크게 느껴졌습니다. '내가 1년 늦게 들어왔다면 지금보다 더 잘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무의미한 가정을 덧붙이면서 말이죠.
동시에 그런 생각을 하는 스스로가 한심해 보이기도 했습니다. 시간을 되돌릴 수도 없을뿐더러, 체계 아래에서 또 다른 고충이 있을 수도 있고, 후배분들의 실력이 저보다 더 뛰어난 것일 수도 있으니까요. 단순히 연구실의 체계가 잡혔다는 이유만으로는 설명하지 못할 수도 있을 텐데, 부러움에 사로잡혀 제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막연히 지금보다 더 잘하고 싶다는 욕심에 이런 생각이 드나 봅니다. 그간 그렇게 힘들어해 놓고 아직도 이 욕심을 못 버린 것을 보면 스스로가 참 미련하다는 생각도 들고요.
또다시 제 자신을 괴롭히려는 것 같아 마음을 다 잡아야겠습니다. 남들과의 비교나 다른 사람의 시선이 아니라, 자신에게 떳떳하고 최선을 다했다는 뿌듯함에 기준을 두기 위해서 말이죠. 그래야만 제가 힘들지 않고 후배분들에게도 괜히 질투심에 불필요한 상처를 주지 않을 것 같습니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저는 누군가의 성취와 즐거운 순간을 폄하하면서까지 행복하고 싶지는 않거든요. 오늘 이 기록으로 부끄러운 반성을 남기면서 그 마음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더불어 조만간 이 부러움을 가라앉히고 후배분들의 작은 성공에도 진심 어린 박수를 보낼 수 있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