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은 참 불확실한 곳입니다. 무엇 하나 확신할 수 없어요. 처음에는 석사도 그냥 시간이 지나면 받을 수 있는 것이라 생각했으나 그것도 연구실마다 달랐습니다. 그래도 박사보다 쉬운 요건은 맞지만 졸업이 전적으로 지도교수 손에 달려 있다는 사실은 변하질 않죠. 물론 압도적인 연구 성과를 내면 부담이 덜 할 수도 있지만, 그게 쉽지도 않고 노력으로만 가능한 일이 아니라는 건 꽤나 자명합니다. 그러다 보니 감정 기복이 심한 사람은 대학원에서 버티기가 상대적으로 어려운 것 같아요.
어느덧 석사 3학기 차가 되었고, 슬슬 무엇으로 졸업을 해야 할지 정해야 하는 시기가 되었습니다. 섣부른 생각일 수 있지만 아무래도 지도교수를 먼저 찾아가서 지금까지 해 온 것을 잘 정리해 졸업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해야 할 것 같아요. 말을 꺼내는 시기가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어쨌든 조금씩 다가오고 있다 보니, 하루에도 수십 번씩 기분이 왔다 갔다 합니다. '지금까지 한 걸로 졸업할 수 있을까?', '내가 해 온 게 연구적으로 유의미한 부분이 하나도 없는 것 같은데' 이런저런 혼란스러운 질문들이 이어지며 말이죠. 제가 유독 감정 기복이 심해서 이런 스트레스를 더 크게 겪는 것 같기도 합니다. 그렇게까지 부정적이지 않아도 될 사안을 크게 확대해서 힘들게 받아들이고, 어차피 지금 당장 답이 나오지 않는 문제인데 먼저 조급하게 고민하다 보니 의미 없이 에너지만 소모하고 있는 것 같아요.
그 상황에서 제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괜찮을 거라고 스스로를 다독이는 것 밖에는 없는 듯합니다. 무의미한 다독임이 되지 않도록 그동안 열심히 애써서 조금씩 해온 것들을 떠올리며 말이죠. 자신감을 가질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러지 못해도 최소한 감정을 더 악화시키는 생각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는 있습니다. 때로는 별로 어울리지 않는 배짱도 부려요. 내 학위과정이 망해도 잘 이겨낼 수 있을 거라고. 허무하게 무너지지 않고 억울해서라도 보란 듯이 잘 살아 낼 거라고. 그러면 조금 괜찮아집니다. 그럴 용기가 지금 당장 없다는 걸 뻔히 알아 헛웃음이 나지만, 그게 작은 여유를 만들어 주는 것 같아요.
생각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순간들에는 일상을 억지로 채우고자 합니다. 감정을 바라볼 틈조차 허락하지 않고 기계적으로 해야 할 일들을 위해 움직이다 보면, 후에 그렇게 한 일들을 보며 조금은 안심할 수 있겠더라고요. 감정적인 사람이 감정을 무시하기 쉽지 않지만, 그럼에도 무작정 쌓아 올렸던 시간과 노력들이 있었기에 조금씩 단단해졌던 것은 아닐까 싶어요. 그래서 가끔 생각만으로 해결이 안 될 땐 뭐라도 붙잡고 있습니다. 그 대상이 연구면 더욱 좋겠지만, 그게 아니더라도 잠시 몰입할 수 있는 무언가를 찾는 게 대학원에서 더욱 굳어진 습관 중 하나입니다.
조금 무던한 사람이 대학원에서 살아남기가 더 좋은 것 같아요. 학위를 받기 위해 연구를 하는 과정은 사람과 감정보다는 지식과 고민을 더 많이 마주해야 하니까요. 그래서 제가 유독 많이 힘들어하는 것 같다는 생각도, 이 과정을 잘 이겨내면 또 크게 성장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듭니다. 불안하긴 하지만 어떻게든 살아남을 수 있지 않을까요? 그렇게 믿고 싶습니다. 잘 살아남아서 저에겐 꽤나 자랑스러운 석사학위를 끝내 받아 낼 수 있으리라 믿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