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사람을 영원히 떠나보내며

2021.06.01

by 지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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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살아가면서 반드시 겪어야 할 몇 가지 과정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중 하나가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이라고 생각합니다. 가족, 친척, 친구, 연인 등 너무나도 가까웠던 사람을 떠나보내야 하는 건 정말 피하고 싶지만, 잔인하게도 반드시 마주 해야만 하는 순간들이죠. 뜻하거나 예상치 못하게 마주하는 이별 앞에서는 한없이 슬프고 무력해지면서도 동시에 겸허해지는 것 같습니다. 아무리 발버둥 쳐도 인간으로서 극복할 수 없는 영역의 사건을 마주하는 것만큼 복잡 미묘한 일도 없을 거예요.


제가 대학원을 진학한 것은 저의 성장을 위해서였습니다. 그러나 때때로, 아니 어쩌면 자주 그 성장의 이유와 방향을 상실한 채 그저 버텨내고만 있었어요. 그래서 그런지 유독 최근에 많이 흔들리고 힘들었습니다. 의욕도 없고, 내가 한없이 부족하게만 느껴지고, 심보가 못 돼서 이렇게 애쓰는데 왜 무엇 하나 제대로 되지 않는 걸까 하는 작은 분노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원래 다 그런 거다'라는 자조 섞인 말들을 참 싫어하기도 했죠. 무엇인가 해내기 위해 선택한 이 길에서 무력감을 마주한다는 사실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는, 저의 역량으로는 택도 없는 일을 마주하고 나니 머리를 한대 크게 얻어맞은 기분이었습니다. 원래 인간은 애초에 무력한 존재이고 저 또한 크게 다르지 않다는 자명한 사실을 잠시 잊고 지냈더라고요. 각자의 모습이 다를 뿐 우리 모두 애쓰고 살아가고 있을 뿐인데 말이죠. 왜 저라고 그러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했던 걸까요. 왜 저는 더 잘해야 하고, 덜 힘들어야 하고, 조금이라도 뛰어나야 한다고 생각했는지 너무나도 부끄러웠습니다.


유독 이번 이별은 그분과의 추억의 대한 회고와 슬픔보다도, 따끔한 교훈으로써의 모습이 조금 더 무겁게 다가왔습니다. 둥둥 떠다니지만 말고 땅에 발을 붙이고 살라는 것, 참 즐겁고 열심히 살았던 대학생 시절처럼 저에게 주어지는 모든 일들을 기적처럼 여겨 매사 최선을 다해 살아가라는 충고가 아닐까 싶었습니다. 대학원 생활은 물론이고 저의 뿌리이자 보금자리인 가족들에 대해서도 말이죠.


언젠가 또다시 마주하게 될 이별을 그려봄은 물론이고, 잠시 잊고 있었던 저의 소중한 중심들이 떠올랐던 날들이었습니다. 이별의 슬픔이 지나가고 짙게 남겨진 감사함이 앞으로도 저에게 꽤 오랫동안 남아 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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