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교수는 부모를 닮았다

2021.05.26

by 지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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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실 선배가 지도교수와 학생의 관계가 부모 자식 간의 관계와 매우 유사하다는 말씀을 해 주셨습니다. 생각해 보니 그런 것 같더라고요. 자식이 독립적으로 자라날수 있도록 부모가 여러 가지 지원을 해 주는 것처럼, 지도교수는 학생이 독립적인 연구자로 성장할 수 있도록 조언하고 지원을 해 주니까요. 학부 때 한 교수님께서 외국에서는 지도교수를 Academic father라고 부른다 하셨는데 왜 그런지 이해가 되는 호칭이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제삼자가 해당 관계에 직접적으로 관여하기 쉽지가 않습니다. 부모 자식 간의 관계도 그렇고 지도교수와 대학원생 사이도 인권 침해의 수준이 아니라면 법적인 제재가 사실상 불가능하죠. 매우 엄격하거나 방임에 가깝게 양육해도 개인의 가치관 차이로 이해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다 보니 의도와는 상관없이 가스 라이팅도 가능합니다. 대학원생과 자식은 지도교수나 부모에게 많은걸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니까요.


만약 대학원생으로서 자신과 지도교수의 가치관이 충돌한다면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요? 부모가 같은 연구적 양육자이니 그 말을 우선 따라야 할 수도, 끝끝내 싸워내어 자신의 가치관을 납득시킬 수도 있을 겁니다. 저도 무엇이 옳은 길인지 잘은 모르겠습니다만, 제가 찾은 방식은 우선 납득하고 받아들이고자 애쓰는 것입니다. 그래서 많이 힘들긴 하지만, 석사 과정 중에 성장하고 생존하기 위해서는 가장 적절한 대처가 아닐까 싶어요. 대학원 자체가 윗사람이 직접적으로 아랫사람을 가르치는 도제식 교육이라는 핑계를 대면 조금 더 설득력이 있기도 하고요.


그래서 그런지 닮기 싫어도 닮아가게 되나 봅니다. 보통 자식이 부모의 가장 싫어하는 모습을 닮아간다고 하잖아요? 그것처럼 제가 별로 달가워하지 않았던 지도교수의 모습을 조금씩 닮아 가는 게 때때로 느껴집니다. 분명 연구적으로 성장하는 게 느껴지긴 하지만, 스스로가 기대했던 연구자의 모습은 아니라 그런지 약간의 씁쓸함이 남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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