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년차 선배 한 분이 연구실을 떠나셨습니다. 올해 초 박사학위를 받으시고 박사 후 연구원인 포닥으로 잠시 연구실에 남아 계셨었는데, 다음 진로가 정해지셔서 새로운 장소로 거취를 옮기셨어요. 짧은 진심을 담아 편지를 드렸는데, 감사히도 학위논문을 전달 주시며 짤막한 쪽지를 남겨주셨습니다. 담아주신 칭찬과 격려를 보니 짧다면 짧았고 길다면 길었던 선배와의 추억이 떠오르더라고요.
사실 연구나 업무적으로 선배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지는 않았습니다. 완전 초반에야 이것저것 시켜 봐주시면서 연구에 적응하도록 도움을 주셨지만, 그 뒤로는 이렇다 할 직접적인 교류가 없었어요. 담배를 입에 무실 때 따라나가 나누었던 대화들이 전부였지만 그게 참 즐거웠습니다 항상 유쾌한 말투로 고민을 나누어 주시고 격려도 아끼지 않아 주셨던 기억이 나네요.
겉으로만 보았을 때 참 밝은 사람들은 둘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정말 티 없이 자랐거나, 정말 큰 어려움을 이겨내서 단단해졌거나. 항상 유쾌해 보이셨던 선배는 후자셨던 거 같아요. 제가 연구실에서 죽을 만큼 힘들었을 때, 옆에서 함께 공감해주시고 묵묵히 응원해 주시면서 당신도 꽤나 힘들었다는 말씀을 해 주셨거든요. 참 힘들었던 대학원 생활을 어떻게든 이겨낸 선배의 경험담과, 학위 과정에 대한 회의감을 터놓았을 때 겸손하고도 솔직하게 말씀해주신 의견 덕분에 응어리진 마음이 풀릴 수 있었습니다. 선배께서 겪으셨던 그 힘든 경험과 그럼에도 잃지 않아 주신 유쾌함이 없었다면 그 누구에게도 받지 못할 위로였습니다.
대학원에서 혼자 이겨내는 시간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함께 생활하는 연구실 사람들이 없다면 그 어려움을 이겨내기 쉽지 않을 것 같아요. 특히나 앞선 길을 걸으셨던 선배들의 도움은 더더욱 큰 힘이 되는 것 같습니다. 저에게 주신 도움을 다 갚을 길이 없으니, 그저 진심으로 응원하고 감사를 표하는 수 밖에는 없겠다 싶네요. 저의 학위과정 중 첫 박사 졸업생인 선배가, 마주했던 어려움을 당신의 커다란 흉터로 품어주신 선배가 앞으로도 건승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조금 늦었지만, 졸업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박사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