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깝게 지내는 동기 형이 안 좋은 표정으로 고충을 털어놓으셨습니다. 저처럼 석사로 대학원 과정을 마무리하려는 형인데 부모님과는 생각이 조금 다르신 것 같더라고요. 부모님께서는 '일단 시작했으면 끝을 봐야 하지 않겠냐', '사회에 나오면 석사만으로는 애매하고 박사까지는 해야 한다', '어차피 대학원이나 사회나 견디는 것은 똑같다' 등의 말씀을 하셨다고 해요. 하필 시험 전날에 그런 이야기를 들었으니 형의 멘탈이 크게 흔들릴 법했습니다.
모든 부모는 자식이 진심으로 잘 되길 바랄 테지만 그것이 온전히 자식을 위한 길은 아닐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당신이 낳은 자식이라 한들 부모의 생각이 자식과 완전히 똑같지는 않을 것이기에, 어느 정도는 부모가 바라는 모습대로 자식을 기르고자 하는 경향이 크건 작건 있을 거예요. 만약 그게 지나치면 자식을 자랑하기 위한 훈장으로 생각하는 부모가 아닐까 싶습니다.
갑작스레 뜬금없는 자랑을 좀 하자면 저희 부모님은 그런 모습이 전혀 없으십니다. 참 감사하게도 지금의 제가 살아가는 방식과 노력의 크기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해 주시는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저에게 항상 과분할 정도의 믿음과 격려를 보내주십니다. 당신들은 해 준 게 별로 없는데도 잘 커 줘서 고맙다는 말씀을 하시며 말이죠. 아무리 생각해도 이토록 큰 사랑과 믿음을 주시는 부모님 밑에서 자랄 수 있었던 것 자체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행운이자 축복인데, 원래 부모는 다 그런 거라며 늘 겸손한 손사래를 치시기만 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부모님께서 저에게 바라시는 모습이 아예 없지는 않은 것 같아요. 시간이 충분히 지난 지금 과거의 저에 대해 기대하셨던 게 전혀 없냐고 여쭤보면 그건 아니라고 꽤 많이 말씀하셨기 때문이에요. 그러다 보니 저희 부모님께서도, 동기 형의 부모님처럼 내심 저의 박사 진학을 바라고 계실지도 모르겠어요. 지금이야 정말 괜찮으니까 제가 하고 싶은 대로 하며 살라고 말씀해주시지만, 또 한편으로는 걱정도 되실 거예요. 분명 사회생활을 할 때 박사학위가 있는 게 크게 손해 볼 일은 아니기 때문이죠. '먼저 살아 보니 내가 너라면 박사과정을 밟을 것 같다'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오셨을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정말 부모님께서 제가 박사를 받았으면 하시는지, 안 받아도 괜찮다 생각하시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속이 깊으신 분들이라 이 글을 보시고도 일부러 거짓말을 하실 수도 있어요. 그래서 그냥 말씀해 주시는대로 제가 잘 고민하고 선택하려 합니다. 부모님께서는 어떤 생각을 갖고 계시던 앞으로도 묵묵히 저의 길을 응원해 주실 테니까요. 제가 앞으로 할 수 있는 건 그 응원이 헛되지 않도록, 멋진 부모님께 부끄러운 아들이지 않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것 밖에는 없을 것 같습니다. 그 길이 혹시나 부모님께서 바라실지도 모르는 박사를 위한 길이 아니라 하더라도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