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 입학을 말려도 그때는 모르지

2021.06.19

by 지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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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원에 다니고 있는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이럴 줄 알았으면 대학원 안 왔지'라는 말을 많이 합니다. 한술 더 떠서, 과거로 돌아간다면 자신의 대학원 입학을 바짓가랑이 붙들고 말릴 거라는 친구도 꽤나 있어요. 저희 학교가 학부생 때 대학원에 다니는 선배들을 마주하고 이야기를 들을 기회가 꽤 많은 편인데도, 피부로 직접 느낀 대학원 생활은 그런 간접경험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물론 공대생이라 표현력의 한계가 있었을 수도 있어요. 커뮤니티에서 우스갯소리로 공대생들이 말주변이 없어, 그들이 설명하는 과제 양보다 실제로는 2배 정도가 더 많다고 하잖아요? 그런 말 주변의 문제도 없지는 않겠지만 아마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대학원에는 말로 설명하기 힘든 요소들도 많고, 직접 겪어보지 않으면 체감되지 않는 내용도 많기 때문일 겁니다.


그래서 그럴까요? 주변 후배분들에게 정말 진지하게 '대학원에 이러한 어려움들이 있으니 잘 생각해 보고 와라', 혹 심하게는 '오지 말라'라고 말을 해도 잘 먹히질 않습니다. 다들 실제로 똑똑하고, 와서 극복을 잘할 수 있는 능력들이 충분해서 그렇기도 하겠지만, 한편으로는 어쩔 수 없이 그 고충이 잘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도 있는 것 같아요. 제 말 주변이 많이 부족한 탓일 수도 있겠지만, 아마 대부분이 그런 이야기를 듣더라도 '나는 다를 거야', '나는 충분히 해낼 수 있어'라는 생각을 갖고 대학원 진학을 선택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사람의 성향과 입학하고자 하는 대학원마다 상황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대학원을 들어오기 적합하다, 적합하지 않다를 일반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어불성설이긴 합니다. 그러다 보니 누군가 이렇게 으름장을 놓고 겁을 줘도 왠지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 한 번쯤은 경험해 볼 법도 합니다. 생각보다 괜찮은 부분도 있을 거고, 생각보다 숨 막힐 정도로 어려운 부분도 있을 거예요.


가끔씩 대학원 입학에 대해 후배분들이 연락을 주시면 최대한 겁을 주기는 하지만, 결국 대부분 다 대학원을 진학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새로이 대학원 생활을 시작하려는 분들께 제가 해 드릴 수 있는 건 그저 제가 겪은 너무 힘든 일들이 그분들께는 일어나지 않기를, 일어나더라도 슬기롭게 잘 이겨낼 수 있는 행운이 깃들기를 빌어 주는 수밖에는 없는 것 같습니다. 어차피 지금 당장 입학을 말리더라도 그때는 잘 모를 테니까요. 뭐든지 경험해보고 부딪혀봐야 알 수 있는 것이라지만, 대학원이라는 곳은 특히나 더 그런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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