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사적인 이야기를 남기고 있는 유튜브와 브런치의 구독자가 조금씩 늘고 있습니다. 참 감사하고 즐거운 일이죠. 하지만 장담컨대 구독해 주시는 분들의 대부분이 저를 실제로는 모르실 겁니다. 가족을 제외하고는 제 주변 사람들에게 유튜브와 브런치를 한다는 것을 굳이 말하지는 않고 있거든요. 제 채널과 브런치가 유명하거나 엄청나게 크지는 않다 보니, 특별히 이야기를 꺼내지 않으면 알 수 있는 방법이 거의 없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가족 외 지인들이 전부 모르는 것은 아닙니다. 몇몇은 제가 유튜브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고, 몇몇은 채널을 실제로 구독하고 있기도 합니다. 가장 당황스럽고도 신기한 경우는 제 지인이 순전히 검색이나 알고리즘을 타고 들어와 채널의 존재를 알게 되는 경우입니다. 몇 번 그런 일이 있었는데, 사실 그럴 때마다 느끼는 가장 큰 감정은 부끄러움입니다. 나체로 발가벗겨진 느낌이랄까요?
사람들에게 관심받고 싶어서 일기장처럼 기록해 영상을 올리는 사람이 새삼스레 부끄러움을 느낀다니.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입니다. 유명해지고 싶지만 유명해지기 싫은 거죠. 이 무슨 따뜻한 아이스 아메리카노 같은 말도 안 되는 소리일까요? 하지만 제가 유명해지기 바라는 것은 저의 이야기뿐입니다. 그 이야기를 만들어 가고 있는 저라는 사람 자체가 유명해지는 것을 저는 원하지 않습니다.
이 둘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고 생각해요. 물론 항상 진솔하고자 했던 저의 생각들이 제 모습을 잘 보여주기는 하겠지만, 그것이 저의 전부는 아닙니다. 목소리와 생각만이 남아 있는 이곳에는 저의 외모나 표정, 배경이나 실제 하는 행동들이 온전히 담기지는 않으니까요. 유튜브에 담긴 영상과 브런치의 글은 꽤 정제된 저의 작은 부분집합인 셈이죠. 그렇기에 온전히 생각과 이야기만을 담을 수 있는 것이고 감사히도 제 영상과 글을 봐주시는 많은 분들께서도 그러한 모습을 원하시리라 감히 짐작해봅니다.
저는 이게 너무 좋습니다. 더욱 자유롭고 진솔하게 저의 이야기를 담아낼 수 있거든요. 조금만 지나도 부끄러워서 이불을 수십 번 발로 찰 만한 감성적인 이야기도, 어떻게든 내뱉고 싶지만 왠지 모르게 말할 수 없는 어려운 이야기도, 어떤 측면에서는 비난받기 쉬울만한 이야기도 끝내 소중한 기록으로 남길 수 있으니까요. 만약 저라는 사람이 그대로 드러나야 한다면 이러한 이야기를 할 때 꽤나 큰 용기가 필요할 거예요.
물론 얼굴을 드러낸다고 해도 제 일상이 크게 위협받거나 하는 일은 당연히 없을 겁니다. 어차피 세상 사람들은 생각보다 남에게 관심이 없어서 제가 얼굴을 드러내도 크게 신경 쓰지 않을 테니까요. 채널이 엄청나게 크지도 않고 앞으로도 급격하게 성장할 것 같지는 않으니 쓸데없는 기우이자 지나친 자만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래도 저는 지금이 좋습니다. 저의 이야기와 제 모습 자체가 분리된 지금 이대로, 유명해지지만 유명해지지 않을 수 있는 상황을 쭉 유지하고 싶어요.
아마 제가 이렇게까지 익명을 유지하며 이야기에만 집중하는 것은, 제가 저의 생각과 감정을 이야기하는 행위 자체를 참 사랑하기 때문일 겁니다. 그렇지 않다면 이토록 꾸준히 영상을 남기는 이유를 설명할 수 없을 거예요. 그래서 그 이야기가 지금처럼 크게 눈치 보거나 검열되지 않고 기록될 수 있도록, 저라는 사람은 앞으로도 멀찍이 떨어져 있으려고 합니다.
그래서 말인데 한 가지 부탁을 드리고자 합니다. 혹시나 저를 실제로 알게 되시더라도 조금 멀리서 저를 바라봐 주시면 참 감사할 것 같아요. 영상과 글을 지켜봐 주시는 것 자체가 이미 저에겐 크나큰 응원이니, 세상 감정적이고 부끄러운 저의 이야기를 익명으로 지킬 수 있도록 도와주시면 앞으로도 여러 이야기들을 편히 남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언젠가는 변덕을 부려 생각을 바꿀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그전까지는 제 이야기만을 응원해주시면 진심으로 감사드리겠습니다.
이렇게 부끄럽고 한편으로는 어이없기까지 한 고민과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것도 다 이 글을 봐주고 계신 당신 덕분입니다. 아무리 말하는 것을 좋아해도 들어주는 사람이 없다면 그건 반쪽짜리 즐거움일 테니까요. 매번 표현해도 부족하겠지만, 항상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우리 자주 만날 수 있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