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달리기를 한 지 벌써 6개월이 넘었습니다. 사실 겨울과 달리 요즘에 새벽에 눈을 뜨면 동이 튼 지 오래이지만, 그래도 제 기준에 여전히 빨리 일어나는 시각이니 부끄럽지만 새벽이라 하겠습니다. 꽤 오랜 시간이 지나도 계속 달리기를 하고 있는 것을 보면, 이 습관이 저의 삶에 많은 도움과 변화를 이끌어 내고 있는 게 분명합니다.
우선 가장 큰 변화는 장기적인 운동으로의 변화입니다. 처음에 의욕이 넘쳐 멀리 바라보지 못했을 때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모두 달리고 주말에 쉬는 방식을 택했는데요. 이러고 나니 무릎이나 발목이 쉴 틈이 없더라고요. 그래서 월수금은 달리고 화목은 걷되, 가벼운 푸시업과 복근 운동을 걷기 중간중간에 추가해주었습니다. 더불어 달리는 거리도 너무 지치지 않도록 조금 줄였어요. 이 두 가지 변화를 통해 컨디션이 좋은 날 기준으로 80% 정도의 에너지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니, 아무리 힘들고 귀찮은 날에도 이 루틴을 유지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육체적으로 어려운 목표를 잡아 성취를 해냈다는 강렬한 즐거움보다는, 몸을 꾸준히 사용하고 있고 조금씩 단련하고 있다는 잔잔한 즐거움에 좀 더 초점을 맞추게 된 셈이죠.
생활이 규칙적으로 바뀐 것도 긍정적인 변화 중 하나입니다. 새벽에 일어나려 애쓰다 보면 자연스럽게 밤에 일찍 잠들게 되는데, 수면의 질도 많이 올라가고 소모적으로 유튜브를 보거나 카톡을 하며 낭비하는 시간이 꽤 줄어들었습니다. 평일에 이렇게 생활하다 보면 주말에도 아침 정도에는 눈을 뜨게 되는데요. 일주일 내내 아침 점심 저녁을 비슷한 시간에 챙겨 먹기 시작한 것이, 그것도 억지로가 아니라 자연스럽게 돌아오는 식욕에 힘입어 먹는 것이 참 즐거운 변화입니다.
마지막으로 가장 큰 변화는 감정이 극도로 힘든 순간들이 많이 줄어들었다는 점입니다. 대학원 생활을 하며 스트레스를 굉장히 많이 받는데, 정신은 무너져도 신체가 무너지지 않아 끝내 이겨낼 수 있는 힘을 얻는 듯합니다. 더불어 저는 감정에 굉장히 깊게 매몰되는 편인데, 매번 몸에 집중하는 시간으로 하루를 여니 힘든 감정에서 벗어나기가 훨씬 더 쉬워졌습니다. 그렇다고 다가오는 스트레스들에 무적인 느낌은 아니지만, 이런 습관이 없었다면 더 크게 무너지고 힘들어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찔함이 참 크게 느껴집니다.
새벽 달리기를 시작하게 해 준 제 룸메이트가 대학원을 졸업해도 계속 이 습관을 유지할 거냐고 물어보더라고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당연히 그럴 거라고 대답했습니다. 어찌 보면 살아남기 위해 궁여지책으로 시작한 달리기이지만 이제는 제 삶의 나름 중요한 활력소가 된 것 같아요. 이렇게 글로 남기기까지 했으니 앞으로도 꾸준히 달려야 부끄럽지 않을 것 같습니다. 특별한 일이 있지 않는 이상 귀찮아도 계속해서 이 습관을 유지해 보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