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실에 돈이 없어 학생들이 쫓겨날 수도 있다

2021.09.03

by 지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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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친구의 연구실이 사실상 사라진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과제를 수주하지 못해서 졸업이 가까운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다른 연구실이나 진로를 알아봐야 할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하더라고요. 당연히 이야기를 나누는 내내 그 친구의 표정은 심각했습니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 여러 가지를 고민하느라 머리가 아파 보였어요.


이러한 일은 교수가 월급을 받는 중소기업 사장에 가깝기 때문에 일어난 거라고 생각합니다. 대학에서 교수 개인을 위한 월급을 지급하기는 하지만, 중소기업처럼 구성원들의 인건비와 연구 운영을 위한 재원 전반은 교수가 알아서 책임져야 하거든요. 이때 중요한 것이 연구과제입니다. 국가과제던 기업과제던 과제를 수주해와야 연구를 수행하고 학생들의 인건비를 줄 수 있기 때문이죠. 물론 재정에 대한 교수의 권한이 워낙 막강해서 인건비를 조금 주거나 자신의 배를 불리는 데 사용할 수도 있지만, 그것도 어디까지나 돈이 있을 때의 이야기입니다. 오늘 만났던 친구의 연구실처럼 극단적으로 기본적인 인건비 조차 줄 수 없는 재정상황이 되어버리면 연구실을 유지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죠.


친구의 일이긴 하지만 역시 현대사회는 돈이 여러모로 골치 아프구나, 교수는 연구실이 그 지경이 될 때까지 도대체 무엇을 한 걸까, 내 친구는 다른 길을 잘 찾을 수 있을까 등등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습니다. 꽤나 무력하게 느껴졌던 건 이런 일들은 학생 입장에서 딱히 손 쓸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거죠. 연구과제를 수주하고 분배하는 일은 전적으로 교수에게 달려있으니, 학생이 아무리 열의를 가지고 열심히 해도 결정적으로는 관여할 수 없는 영역인 겁니다. 노력의 여부와 관계없는, 또 매우 드문 경우를 마주한 그 친구의 상황에 마음이 참 씁쓸했습니다.


대학원 생활에는 여러모로 변수가 너무 많은 것 같아요. 저처럼 심리적으로 힘든 경우도 있고 오늘 만난 친구처럼 본인이 손 쓸 수 없는 일이 발생하기도 하는데, 생각보다 이런 일들이 비일비재하더라고요. 물론 흔히 있는 상황은 아닐 거고 무슨 일을 해도 리스크는 있다고 생각하기는 하지만, 그런 것들을 감수하면서까지 대학원에 오는 것이 맞는지는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여러모로 생각이 복잡하네요. 잘 모르겠습니다만, 그저 저보다 머리가 더 복잡할 당사자인 친구가 이 상황을 어떻게든 잘 헤쳐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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