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0.29
두려움과 고민 끝에 결심한 모더나 백신 2차 접종이 끝났습니다. 소염진통제를 복용해도 몸살기가 있을 정도로 몸이 너무 힘들었어요. 그래도 오랜만에 아무 생각 없이 쉴 수 있어서 정말 좋았습니다. 지난 2주 동안 학위 심사에 앞서 교수님이 비공식적인 예비심사를 진행해 주셨는데, 그 스트레스를 견뎌 내느라 몸도 마음도 많이 망가졌었거든요. 아직 본 학위 심사가 남긴 했지만 그래도 끝이 다가오는 게 실감이 나서 참 뿌듯합니다. 그렇지만 사실 제 학위과정을 성공적이라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끝내 해내기는 했으나 버텨내기에 급급했고, 결국 학위 과정을 통해서 연구가 저의 길이 아닌 것 같다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으니까요.
돌아보면 저는 늘 이런 식이었습니다. '무엇인가를 꼭 해내겠다', '반드시 어떠한 사람이 되겠다'는 확고한 목표를 가지고 살아오지는 않았거든요. 그저 주어진 상황에 최선을 다해 왔을 뿐, 그 너머의 무언가를 확고히 목표하고 달려들었던 경험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고등학교 시절 꼭 좋은 대학을 가겠다는 것보다는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해 최선을 다해 보겠다는 생각이었고, 대학교 시절은 최고가 될 수 있는 직업을 찾겠다는 포부보다는 제 자신을 알아 가겠다는 마음으로 살았습니다. 심지어는 대학원조차도 반드시 뚜렷한 연구성과를 만들겠다는 생각보다는 그저 최선을 다해 제가 연구와 맞는지를 알아보겠다는 생각이었죠. 어쩌면 다소 나약한 생각으로 살아왔다고 보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성취를 좋아하지만, 보다 큰 성취를 위해 제 많은 부분을 갈아 넣을 만한 열정과 배포는 없었던 셈입니다.
그러다 보니 간혹 제 자신이 부족하게, 심지어는 패배자처럼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스스로가 저에게 한계를 정하고 할 수 없다고 말하는 느낌이랄까요. 창업을 해서 자신의 사업을 구축해나가는 사람들을 동경하지만, 저는 그 스트레스를 견뎌낼 자신이 없다는 것을 알기에 도전하지 않은 것에서 오는 일종의 부끄러움과 아쉬움. 뛰어난 연구를 수행하며 학문적으로 파고들어 끝내 결과를 만들어 내는 사람들 또한 동경하지만, 역시나 그렇게까지 할 자신이 없고 연구에 큰 소질이 없다며 여기까지만 해야겠다고 생각하는 지금의 제 모습. 분명 스스로의 성향과 상황을 충분히 살펴보고 내린 결정이었기에 후회가 없음에도, 종종 미디어와 주변을 통해 성공을 향해 달려 나가는 사람들을 마주하면 이런 주제넘은 고뇌를 마주합니다. 성공을 위한 큰 도전을 할 용기조차 없는 사람이 감히 크게 성공하지 못한 현재의 모습을 아쉬워하는 부끄러운 모습이랄까요.
앞서 말씀드린 성공의 모습은 사회적으로 큰 부나 명예를 쌓은 사람의 모습입니다. 그런데 저는 그러한 모습의 성공을 갈망하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보다 정확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애쓰겠지만 굳이 없는 기회를 만들어 내려고 지금 저에게 있는 많은 것들을 내던지지는 않겠다인 거 같아요. 애초에 이런 마음을 가지고 있다 보니 앞으로도 사회적으로 크게 성공하기는 불가능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다고 그러한 성공에서 꽤 멀리 벗어나 살고 있지도 못해요. 그것을 위해 전부를 쏟아부을 각오를 하지 못할 뿐, 가능하면 많은 돈을 벌고 싶고, 사회적 지위도 있으면 좋겠고,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결국 답은 뻔하죠. 성공을 위한 큰 도전을 하기 싫다면 주제넘게 성공을 바라지 않으면 됩니다. 성공하고 싶지만 몸이 움직이질 않는다면 제 것이 아니라 생각하고 흘려버리면 될 일입니다. 사실 오늘 이 글은 자꾸만 주제넘은 요행을 바라는 제 자신에게 하는 충고입니다. 제발 정신 차리고, 쓸데없는 곳에 감정 소모하며 불필요하게 자신을 깎아내리지 말고, 지금의 제가 할 수 있는 것들과 이뤄낸 것들에만 집중했으면 좋겠거든요. 저 또한 인간이기에 자꾸만 더 많은 것 더 나은 것을 바라게 되는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성공을 향한 지금의 욕심은 그저 어린아이의 유치한 투정으로 밖에 보이질 않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큰 성공을 추구하지 않는다고 해서 삶이 편안해질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큰 성공을 위해 사는 것이 아니더라도 삶은 충분히 치열하니까요. 다행스럽게도 지금 이 정도의 치열함은 스스로가 견딜 만하고 당연히 겪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사실 이것도 그동안 그토록 힘들어했던 것을 돌이켜보면 어쩌면 저는 이미 제가 견디고 받아들일 수 있는 최대치로 제 자신을 몰아세우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더더욱 지금의 제 자신이 바라보아야 할 것은, 밖으로 보이는 큰 성공이 아니라 그 치열함 속에서 쟁취하고 지켜내고자 했던 뭔지 모를 가치인 것 같아요. 아직 그 가치가 저에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명확하게 알지 못했기에 자꾸만 바깥으로 보이는 큰 성공을 바라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결국 이 고민도 치열함의 일부네요. 이런 걸 보면 저는 성공은 모르겠고 앞으로도 치열하게는 살아갈 인생인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