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1.14
석사학위 심사 일자가 정해졌습니다. 연구실에서 저를 포함하여 총 네 명이 학위 심사를 진행하는데 제가 가장 먼저 심사를 받게 되었어요. 12월 중순에 심사를 진행하고 나면 학위과정은 거의 끝났다고 볼 수 있고, 올해 12월까지는 여러 정리와 인수인계를 위해 연구실에 출근할 것 같습니다. 이후에 정해진 일정은 없지만 1월 달에는 취업 준비 겸 잠시 휴식기를 가지고, 2월 달부터는 회사에 출근하는 것을 희망하고 있습니다. 물론 아직 어느 회사로 갈지 정해지지는 않았습니다. 열심히 저를 받아줄 회사를 찾는 구직 과정 중에 있는 상황이죠.
그런데 참 바쁜 일도 한 번에 몰린다고 갑자기 맡고 있는 과제일이 꽤나 급해지고 많아졌습니다. 다른 한 개의 연구실과 함께 일을 하는 상황이고 저는 장비를 설계하고 제작하는 역할을 맡고 있는데요. 11월 말에 연구 성과를 보여 주는 전시 일정이 잡혔고, 다음 주 화요일까지 해당 행사를 위한 홍보 팸플릿의 내용을 채워서 보내 줘야 하며, 제작한 장비를 늦어도 다음 주 월요일까지 다른 연구실에 세팅해 주는 것이 3일 전 회의에서 정해졌습니다. 갑작스럽게 해야 할 일이 몰린 셈이죠. 과제 진행이 막바지라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이렇게 많은 일들이 급하게 정해질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사실 회의 당일만 해도 그렇게 급하거나 못 해낼 정도의 일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무엇이 문제인지 모르는 상황은 다행히 아니었고, 앞으로 무엇을 어떤 순서로 진행해야 할지 정하고 차근차근 진행할 일들만 남았었으니까요. 하지만 역시나 그렇게 쉬운 일은 세상에 없는 걸까요? 얼마 남지 않았다고 생각했던 장비 세팅은 꽤나 시간이 걸렸고, 우여곡절 끝에 마무리하고 나니 다시 설계상에서 수정해야 할 부분이 보였습니다. 심지어 막판에는 잘 작동하다가 갑자기 작동을 멈추는 일이 발생했어요. 회의가 끝난 직후부터 장비의 오작동을 마주하기까지, 정말 오랜만에 온 신경을 곤두세워 계획을 촘촘하게 세우고 시간을 쪼개 일을 수행하다 보니 나름의 희열도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제대로 마무리가 되지 않아 약간의 찝찝함과 허탈함이 남았습니다.
하지만 뭐 그동안 이런 일은 비일비재했기 때문에 그렇게 큰 타격은 아니었습니다. 원래 뭐든지 한 번에 제대로 되는 일은 별로 없으니까요. 다만 무엇이 문제인건지를 파악하고 해결해야 했음에도 바로 반응할 수가 없었던 건 조금 아쉬웠어요. 본가로 올라가려고 예약했던 기차표의 시간이 1시간 반도 채 남지 않았었거든요. 어머니가 병원을 다녀오셔야 하기도 했고, 바쁘신 와중에도 김장을 진행하신다고 했고, 할아버지의 생신까지 겹쳐 도저히 올라가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정말 급하게 마무리를 하고 휘날리듯 준비하여 간신히 기차에 올라탔습니다. 자리에 앉으면 긴장이 풀려 피로감이 몰려올 법도 했는데, 머릿속은 본가에 다녀와 처리해야 할 일들의 계획을 세우느라 정신이 없었습니다. 나름의 계획을 다 세우고 집에 도착해서도 설계를 수정하고 나서야 비로소 긴장을 풀 수 있었습니다.
몇 달 전에 대학원에서 일만 열심히 하다 보면 자기 것을 못 챙긴다는 글을 올린 적이 있습니다. 과제 업무 또한 대학원에서 해야 할 일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당연하게도 연구실의 모든 학생이 각자의 과제 업무를 수행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 당장 졸업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이렇게 일이 쏟아지는 게 솔직한 심정으로는 다소 억울하기도 합니다. 제가 과제를 맡지 않았다면 이렇게 일이 많지는 않았을 테니까요.
그렇지만 지금의 상황은 어디까지나 결과론적인 이야기고, 제가 절대적인 손해를 보면서만 과제를 진행해 온 것은 아닙니다. 이 과제를 하면서 제 연구주제를 정하는데 많은 도움을 받았고 대학원에서의 연구과제가 어떤 식으로 진행되는지를 배울 수 있었으니까요. 또 대의적으로는 과제를 수행함으로써 연구실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기도 했고 학부 때 받았던 장학금에 대한 작은 보답을 대학 측에도 한 셈입니다. 그렇기에 지금 이렇게 잠시 졸업 준비를 미루고 과제에 치중하는 것은 그동안 얻은 것들이 있으니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 볼 수도 있죠. 저로서는 중요하게 여기고 있는 책임감의 측면에서도 제가 시작하여 맡은 일로써 잘 마무리하고 싶은 마음이 크기도 합니다.
지금은 별 생각 안 하고 그저 최선을 다하려 합니다. 애쓸 때까지 애썼는데도 안 되면 어쩔 수 없는 거죠. 다행히 과제 업무가 불가능할 정도의 난이도는 아닌 듯 하니, 열심히 애써서 빠르게 마무리 짓고 제 졸업 준비도 집중해서 더욱 박차를 가해야겠습니다. 바쁘고 정신없겠지만 잘 마무리해야죠. 부디 다음 영상에서는 지금보다는 여유로운 이야기를 남길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