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1.19
대학원 생활은 보통 자신의 생존에 집중하느라 주변을 둘러볼 틈이 별로 없습니다. 수많은 일과 감정들이 몰려오는 곳에서 공식적인 느낌의 협업을 제외하고 다른 사람을 챙긴다는 건 사실 사치에 가깝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눈길이 가는 사람이 있기 마련입니다. 제 경우에는 힘들어하는 사람들에게 눈길이 많이 가더라고요.
특히나 최근에는 한 후배분에게 마음이 많이 쓰였습니다. 저와 성격이나 가치관이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어 입학 때부터 걱정을 많이 했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제가 힘들어했던 이유와 너무나도 비슷한 이유로, 제가 겪었던 과정과 너무나도 비슷한 과정을 겪고 있었습니다. 과거의 나도 저랬을까. 거울을 보는 것 같아 가슴이 미어지면서도 섣부르게 건넬 수 없는 위로를 만지작거리며 이 위로를 건네어도 괜찮을까, 내 위로가 작은 도움이라도 될 수 있을까 수없이 많은 고민이 들었습니다.
후배였을 때는 적극적으로 도와주지 않는 선배들이 원망스럽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상황이 뒤바뀌어 보니 왜 선배들이 먼저 다가가지 못했는지 이해가 되기도 합니다. 당연히 다른 사람들의 일에 크게 관심이 없는 경우도 있겠지만, 관심이 있어도 각자 마주하고 있는 문제들이 워낙 어려워서 그런 것 같아요. 원래 대학원에서 마주치는 문제들이 호락호락하지 않아 쉽게 풀리는 경우가 거의 없다 보니, 그 문제조차 수월하게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내가 남에게 무슨 도움을 주겠냐는 생각이 꽤나 강하게 듭니다.
설령 도움을 주어도 직접적인 해결책이 되는 경우가 많지 않기도 합니다. 연구의 문제가 너무 어려워 안 풀릴 수도 있고, 개인의 기질이나 성향이 연구실의 분위기나 심지어는 연구 자체와 안 맞을 수도 있고, 그냥 특정 사람이 싫을 수도 있고, 말 못 할 개인 사정이 있을 수도 있겠죠. 하지만 당연하게도 당사자가 아닌 타인의 입장에서는 그 상황을 완벽히 이해하고 도움만 되는 조언을 골라 주기가 불가합니다. 최근 선배의 조언을 멘토링보다는 꼰대 짓으로 보는 게 조금 더 일반적인 사회의 흐름을 보아도, 선한 의도라고 한들 섣불리 도움을 줬다가 그 방식과 내용이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손해 볼 가능성이 훨씬 더 높기도 합니다.
그래도 도움을 주고 싶습니다. 단순한 감정적 위로가 아니라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으면 좋겠어요. '괜찮아 해낼 수 있어'라는 단편적인 말로는 지금의 문제를 해결하기 쉽지 않을 테니까요. 도움이 될지 안 될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아무도 없는 것보다는 낫지 않을까 하는 조금은 소심한 마음이에요. 결국 끝내 자기 자신이 온전히 이겨내야 하겠지만, 저의 애씀이 크게 와닿지 않아 무의미한 낭비일 수도 있겠지만, 혼자보다는 함께 애써주는 사람이 있는 게 낫지 않을까요? 먼저 가서 도와줄 것은 없는지 물어보기도 하고, 도움이 필요해서 찾아오면 최대한 적극적으로 도와주고. 제가 알게 모르게 수많은 사람들에게 위로를 받고 차츰 나아졌던 것처럼 그 후배 분도 조금씩 직면한 힘듦을 헤쳐 나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