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 학위 심사의 무게에 대하여

2021. 11. 26

by 지노

본 학위 심사를 3주 앞둔 상황에서 리허설을 진행했습니다. 다음 주에 과제 관련하여 출장이 잡혀 있어서 발표 자료를 만들긴 했지만 그렇게 완성도 있게 준비하지는 못했어요. 약간 정신이 없는 상태로 리허설을 진행했는데 피드백을 받는 시간에 정신이 번쩍 들더라고요. 연구실 구성원 분들께서 예상했던 것보다 신경을 많이 써주시면서 엄청나게 많은 피드백을 쏟아내주셨습니다. 제가 놓치고 있었던, 혼자서만 바라보았다면 결코 알 수 없었던 부분들을 잘 짚어 주셨어요. 이렇게 많은 구멍들이 있었는데 이대로 학위 심사를 진행했으면 큰일 났겠구나, 아찔하면서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더불어 몇 년 전에 제가 이런 피드백을 들었다면 진짜 힘들어했을 텐데 이번에는 꽤나 덤덤하게 넘길 수 있었어요. 대학원 생활을 겪으면서 스스로가 많이 단련되었구나를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굉장히 많은 피드백들을 받았는데, 가장 주가 되었던 내용은 제시하는 발표자료들이 무엇을 말하기 위한 것인지 명확하게 이해되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각 자료들이 그것에 대한 의도를 명확하게 가지고 학위 과정 중에 해결하고자 했던 문제, 해결한 방법의 논리, 그리고 결과를 보다 분명하게 제시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해 주셨어요. 아무래도 제 평소 화법이 다소 긴 문장으로 서술하는 것에 익숙하다 보니 그 습관이 그대로 반영된 것 같았습니다. 이렇듯 전체적인 구성에 대한 피드백도 많이 받았고 세부 내용적인 측면에서도 보완해야 할 자료들에 대한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발표는 20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았는데 모든 분들이 마치 자신의 일인 것처럼 1시간 가까이 귀중한 피드백을 쏟아내주셨습니다.


부끄럽지만 저는 석사과정의 학위 심사를 다소 가볍게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단순히 박사과정과 비교를 해 보더라도 시간이 상당히 짧은 과정이고, 심지어 학부를 갓 졸업하여 거의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시작해 깊이도 얕을 수밖에 없으니까요. 그러다 보니 연구실 내에서 이루어지는 여러 미팅들에서도 엄청나게 높은 수준의 문제를 해결하거나 논리적으로 탄탄하게 발표할 것을 크게 요구받지는 않았었습니다. 하지만 학위 심사는 달랐습니다. 2년이라는 짧지 않은 기간 동안의 과정과 결과를 보여주는 자리였기에 그 무게감이 결코 가볍지 않더라고요. 날카롭게 들어오는 구성원분들의 피드백을 마주하고 나서야 그 무게감을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박사과정에 비해 짧은 기간이었다고 해서 그 과정과 마무리까지 만만하거나 대충 대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니까요. 물론 저도 그렇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학위 심사 발표를 마무리하고 나서 학위를 받지 못하는 경우를 본 적은 없다고 하지만, 그럼에도 개인의 소중한 시간을 쏟아부은 결과물을 보이는 자리인 만큼 수준 높은 발표를 보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국 학위 심사를 앞둔 이 시점까지도 주변 분들의 도움이 함께했네요.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이분들이 없었다면 제가 여기까지 올 수 없었겠다는 생각과 감사함이 짙어지기만 합니다. 애써 귀한 시간 내주신 구성원분들의 조언이 헛되지 않도록 많이 고민하고 연습해서 후회 없는 학위 심사가 될 수 있도록 준비해야겠습니다. 이제 정말 얼마 남지 않았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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