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생각과 감정을 많이 표현하는 사람이에요. 그래야만 누군가와 함께 관계를 맺거나 일을 할 때 오해가 생기지 않고, 나아가 서로를 최대한 많이 이해할 수 있으니까요. 당연히 좋은 생각과 감정이야 그대로 표현하지만, 힘들고 부정적인 건 되도록 돌려서 정제해서 담백하게 표현하려고 애씁니다.
그런데 요즘은 시간이 지날수록, 그 어떠한 생각과 감정에도 점점 입을 다물어가는 제 자신이 보입니다. 제가 지금 약간 경직된 곳에 있어서 그런가 봐요. 인간 대 인간으로서 서로를 배려하고 이해하려 하는 것보다는, 기계처럼 무언가 투입되면 결과가 나오는 것이 더 중요한 곳에 있어서 그런 거 같습니다. 이런 곳에서 저의 목소리는 잡음에 불과해요. 이미 확실한 방향성이 있는 곳에서 그와 반하는 저의 목소리는 그저 귀찮은 들쑤심에 불과할 뿐입니다. 대부분의 기성 조직들이 그러한 방식으로 발전해 왔기에 온전히 틀린 방식이라 말하기는 어렵겠지만, 공통된 목표와 비전을 향해 달려 나가기 이전에 구성원들 서로가 믿고 의지하고 나아가 존경할 수 있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믿는 저라서, 위계가 자로 선 긋듯 나누어진 곳에서의 생활은 어렵기만 합니다.
물론 시니어들이 노력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그들도 분명 바뀐 시대의 흐름에 적응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을 거예요. 다만 그 노력이 효용이 없을 뿐입니다. 서로가 생각하는 것이 달라서겠죠. 서로가 맞다고 느끼는 조직의 모습과, 개개인의 성장의 방식이 달라서 그럴 겁니다.
다만 너무나도 부끄러운 것은, 그러한 환경에 대해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구성원들이 바꾸려고 노력해야 하는 것 아니었나'라고 늘 얘기하던 저였음에도, 지금 그러한 노력이 별 의미가 없다는 무력감에 빠지게 되었다는 거죠. 게다가 소통의 가치를 믿었던 사람으로서 서로의 소통방식을 조율하고 이해하기가 어려운 곳이더라도 꿋꿋하게 줏대를 유지하고 노력해보기보다는, 외면을 택하고 있는 스스로의 모습이 참 씁쓸합니다.
무언가가 갑갑한 게 많은데 너무나도 많이 뒤엉켜 있어서 이렇게 두루뭉술하게 남길 수밖에 없네요. 그래도 견뎌내야죠. 이겨내기보다는 묵묵히, 단단하게, 힘든 상황보다는 저를 지지해주고 응원해주는 사람들을 생각하며 견뎌내 보려고 합니다.
훗날에 제가 이 글을 보면 어떤 생각을 할까요? 훗날에 저는 다시 저답게 제가 믿는 가치를 위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사람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