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숨어있는 영웅들

2020.07.06

by 지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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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지금 기숙사에 살고 있는데, 기숙사에서 연구실까지는 약 15분 정도를 걸어가야 합니다. 날씨가 좋을 때야 운동 삼아 걸어 다닐 수 있겠지만, 날씨가 점점 더워지니까 도저히 안 되겠더라고요 ㅋㅋ 양산으로도 막을 수 없는 더위에 결국 스쿠터를 구매하게 되었습니다.


학부 때 스쿠터를 잠시 탔었어서 그때 자주 가던 스쿠터 매장에서 중고 스쿠터를 구매했습니다. 구매 당시에는 괜찮았는데, 타다 보니 자잘한 문제들이 생겨서 수리를 한 세 번 정도 받았어요. 갈 때마다 수리비 걱정을 했었는데, 사장님께서는 당신이 판 물건이니 책임을 져야 한다며 무상으로 수리를 해주셨습니다. 당연한 일일 수도 있겠지만 그토록 투철한 직업정신이 굉장히 멋있고 감사했습니다. 돈을 요구하셨어도 저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으니까요.


스쿠터를 수리해 주시는 사장님은 사회에 반드시 필요한 분이지만, 사실 직업'만' 놓고 봤을 때는 몸값이 높다든지 역동적으로 다양한 일을 수행해야 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사회적으로 큰 부가가치를 내는 일이라기보다는, 단조로움이나 지루함과 싸워야 하는 반복적인 일일 가능성이 높아 보여요. 그렇기에 어쩌면 사장님께서 그 일을 선택한 낭만적인 이유가 있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이 삶과 직업이 아니면 안 돼'라는 투철함 보다는 말 그대로 살아가기 위해 선택한 일일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하지만 그 또한 일이기에 세상에 반드시 필요합니다. 세상에 필요해서 돈이라는 대가를 받으니까 일인 거고, 그렇기에 세상에 필요하지 않은 일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맛있는 음식을 내어 주시고 식료품을 계산해 주시며 제 인사를 반갑게 받아주시는 학생 식당과 매점의 선생님들, 공부하느라 많이 힘들 테니 기운 내라며 고기 몇 점 더 주시는 고깃집의 사장님, 몇 년째 같은 자리에서 제 머리를 잘라주시며 응원해주시는 디자이너님 등등 각각의 자리에서 우직하게 살아가는 분들이 계시지 않았다면 저의 일상은 진작에 망가졌을 겁니다.


세상이라는 도화지에 각각의 일이 칠해지는 색깔의 크기는 다를지언정, 그 색들은 모두 도화지를 아름답게 꾸미기 위해 꼭 필요한 소중한 색깔들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그 일들을 서로가 존중해 주면서 각자가 자부심을 갖고, 제대로 멋있게 해낼 수 있다면 참 멋진 세상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가끔 우리가 하는 일들이 지루하고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져도, 우리 모두들 세상을 조금씩 움직여 나가고 있는 영웅들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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