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1.24
연구실에 합류하기 전 코로나로 인해 비대면으로 예비 과제를 수행했을 때 저에게 과제를 내주셨던 선배님이 계십니다. 사실상 제 첫 사수님이신 셈이죠. 학부 때부터 인연이 있기도 했고 이번에 저와 같이 졸업 준비를 하고 계시는 선배님이라 연구 주제가 겹치진 않아도 꽤나 많은 이야기를 나눠오고 있어요. 특히 제가 호흡곤란이 와서 많이 힘들어했을 때 옆에서 지켜봐 주시고 다시 일어날 수 있도록 응원해주셨습니다. 오늘 서로가 졸업 준비로 인해 바쁜 와중에 짧은 대화를 나눴는데 역시나 많이 바쁘시더라고요. 저는 상대적으로 여러 실험들 결과가 빨리 나온 편이라 해당 내용들을 공유해 드렸는데, 격려와 칭찬을 해주시며 '그래도 잘 극복했구나'라는 말씀을 전해주셨습니다. 마음이 울컥하더라고요 '아, 매 순간은 아니어도 잊지 않고 나를 계속 지켜 봐주고 응원해 주고 계셨구나. 그리고 말씀해 주신 것처럼 나 이렇게 끝내 포기하지 않고 극복해서 끝을 보기 직전까지 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졸업을 앞두고 완성한 저의 연구주제를 보면 '왜 이걸 진작 생각하지 못했을까', '해보고 나니 그렇게까지 어려워할 건 아니었던 거 같은데' 하는 아쉬움이 듭니다. 그런데 이건 어디까지나 뒤를 돌아봐서 그런 것 같아요. 학위 심사를 준비하기 위해 들춰 보았던 과거의 발표 자료들은 연구적으로 부족하긴 했어도 그 애씀이 짙게 남아있었거든요. 동시에 영상으로 남겼던 기록들로 보나, 그 당시에 치열하게 고민했던 순간들을 보나, 그땐 참 한 치 앞도 모르겠는 길을 고민하며 헤맸던 기억이 또렷한 흔적으로 남아있습니다. 어쩌면 포기하지 않고 뭐라도 조금씩 해냈던 그 순간들이 쌓여 지금을 만들어 낸 건 아닐까, 그렇다면 과거의 나는 참 다행히도 최선을 다해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여느 때와 다름없이 저에게 말을 걸어 주신 첫 사수님께도 새삼스레 감사했습니다. 제가 연구실에서 선배가 되어 보니 선배로서 묵묵히 지켜보고, 꼭 필요할 때만 시간 내어 도움을 주고 안부를 묻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 감사한 일인지를 알게 되었거든요. 돌이켜보면 사람 때문에 힘들기도 했고 사람 때문에 견딜 수 있었던 대학원 생활이었어요. 저라는 사람을 시작으로 교수님, 동기와 선후배들까지, 사람들과 함께 만들어 낸 이야기는 괴롭기도 했지만 그 괴로움들을 버텨낸 순간들에는 작은 희열이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분명 저도 많이 애썼죠. 그걸 부정하거나 폄하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제 힘으로 온전히 채울 수 없었던 작지만 치명적인 빈틈들은 묵묵히 지켜봐 주고 힘들 때 기꺼이 어깨를 내어 준 사람들이 있었기에 메울 수 있었음이 분명합니다. 물론 당연히 그 사람들 중 한 명인 제 글을 봐주시고 격려와 응원을 아낌없이 보내주신 당신에게도 깊지만 한없이 부족할 감사를 표하고 싶습니다. 그렇기에 때로는 과분하게 느껴질 정도였던 그동안의 응원과 격려가 헛되지 않도록, 이 감사한 마음이 부끄럽게 흩어져 사라지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끝까지 마무리 잘 해내겠습니다. 거의 다 왔네요. 정말 당신이 아니었다면 여기까지 올 수 없었을 거예요.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