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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노 Feb 14. 2022

내 멋대로 사는 삶은 충분히 사랑할만하다

내 맘대로 살면 돼

  중학교 친구들과 함께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매번 여행 가자고 수도 없이 이야기를 했는데, 수능이 끝나고 다녀온 여행을 마지막으로 몇 년이 지나서야 오랜만에 함께 움직일 수 있었어요. 하루가 채 되지 않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긴 시간을 함께한 친구들과의 여행은 더없이 편하고 즐거웠습니다. 실없는 소리도 하고, 간단히 고기 요리도 해 먹고, 게임도 즐기며 일상을 떠나 잠시 쉴 수 있었어요.


  물론 저의 진지한 생각은 여전히 쉴 틈이 없었습니다. 대학원에 진학했던 저와 상황이 많이 다른 친구들이라 평소 자주 이야기를 꺼낼 기회가 없었는데, 오랜만에 함께했으니 지금이다 싶어 현재 제 상황에서의 고민을 털어놓았어요. 그동안 열심히 스스로 하고 싶은 일을 찾고자 애썼는데 찾을 수 없었다는 일종의 허탈함, 대학원에서 힘들었던 감정들에 대한 소회, 앞으로 좋아하는 일을 찾기는 할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 그 걱정을 해소하고자 이런 계획대로 살아야 하는 것은 아닐까 등의 여러 이야기들을 두서없이 내뱉었습니다.


  그러니까 친구들이 그러더라고요. '넌 이미 충분히 니 멋대로 살고 있는데 도대체 뭐가 문제냐?' 갑자기 뜬금없이 무슨 소리인가 싶었는데 시간이 지나니 머리를 한 대 세게 얻어맞은 듯했습니다. 친구들에게는 제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좋아하는 것인지, 평생 업으로 삼을 만한지, 앞으로 이 길을 잘 선택했다고 생각할지 아니면 후회할지 같은 건 그리 중요하지 않은 문제였던 거죠. 결과보다도 삶에서 마주하는 수많은 선택지들 앞에서 스스로가 주도권을 쥐고 있는 것이 더 중요했던 셈입니다. 돌이켜보면 제가 대학에서 여러 경험을 한 후 허탈한 것도, 대학원에 진학해서 힘들어했던 것도, 지금 취업한 곳에서 앞으로의 진로를 미리 걱정하는 것도 모두 저의 선택이었으니까요. 어떤 선택을 하던 결국 저는 제가 하고 싶은 대로 살아왔었기에 어떠한 결과를 마주하는 가는 비교적 사소한 문제로 볼 수도 있는 것이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사실 그것만으로 충분했습니다. 너무 많은 생각, 섬세한 감정선, 높은 기준과 책임감이 저를 괴롭게 할 때가 많았어도 결과적으로 그런 저의 모습을 크게 짓누르며 살지는 않고 있습니다. 생각과 감정이야 유튜브를 비롯한 여러 방식으로 표출하며 살아가고 있고, 지금은 아니어도 언젠가 제가 진심으로 도전하고자 하는 게 있으면 선뜻 부딪쳐 왔으니까요. 어떤 감정과 생각들이 순간을 채우더라도 모든 것은 제가 멋대로 선택해 왔기에 저만의 길과 이야기를 만들어 가고 있었던 셈입니다.


  그래서 제 삶은 충분히 사랑할 만한 것이었습니다. 저는 언제나 이야깃거리가 다채로운 사람이고 싶었기에 이야기가 있는 삶은 사랑할 만한 삶을 의미하거든요. 그래서 많은 경험을 하고 싶었고 그것의 연장선상에서 때로는 성공이나 자극을 크게 열망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야기의 관점에서 보면 즐겁기만 한 이야기는 존재할 수도 없고, 있다고 해도 그렇게 매력적이지는 않은 것 같아요. 때문에 그동안 겪어왔고 앞으로도 겪을 좌절이나 고민들이 오히려 이야기의 다채로운 요소들이 될 거라 생각합니다. 더욱이 그것들이 저의 선택으로 인한 결과라면, 이야기 속에 슬프고 괴로운 문장으로 남겨진다 한들 충분히 가치 있고 사랑할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연찮게 주어진 저의 삶은 이미 시작된 지 오래고 분명 언젠가 죽음으로 끝마칠 겁니다. 지나쳐간 시간이 그렇듯 앞으로의 시간도 언젠가는 찰나처럼 짧게 느껴질지도 모르겠어요. 그래서 그 시간 동안 좋은 이야기를 많이 만들며 나누고 싶습니다.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거나 강연을 할 때, 회사의 면접을 볼 때나 이렇게 영상을 남길 때 모두가 저에게 있어서는 그 이야기를 공유할 수 있는 참으로 소중하고도 감사한 순간이었어요.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가고 싶습니다. 충분히 사랑할 만한 저의 삶을 무대로 앞으로도 풍성한 이야기를 써 내려가고 소중한 사람들과 나누며 살아가고 싶습니다.


※ 이 글은 영상으로도 만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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