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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노 Feb 28. 2022

갑자기 삶이 불안해질 때 떠올리는 조언들

불안해질 때

  잘 살고 있다가 갑자기 고민에 휩싸일 때가 있습니다. 평온히 즐겨도 될 하루임에도 그러지 못하고 풀리지 않는 고민에 몰두하는 경우인데요. 이때는 제가 잘 살고 있는 게 맞는지, 좀 더 좋고 나은 미래를 위해 지금 큰 변화를 선택해야 하는 것은 아닌지, 이대로 살아갔을 때 미래의 제가 후회하지 않을지 등등의 답 없는 고민들이 꼬리를 물며 제 자신을 괴롭힙니다. 삶을 이야기로 바라보고 그 과정에 어떠한 문장이 쓰여도 상관없다는 생각을 가진다 한들, 때때로 이렇게 몰아치는 고민은 원하지 않아도 한껏 가져가는 수밖에는 없더라고요. 


  돌이켜 보면 늘 그래 왔습니다. 오늘만 유별난 날이라던지, 졸업을 했기 때문에 유독 그런 것이라던지 하는 게 아니고, 삶에 대해 꽤 무거운 질문을 던지는 갑작스러운 불안은 항상 뜬금없이 찾아왔어요. 그런 와중에 스스로가 참 운이 좋다고 생각했던 이유는 그 순간들마다 선배님들께서 기꺼이 많은 조언들을 주셨기 때문입니다. 삶의 길을 앞서 걸어가 보신 분들께서 전해주셨던 격려는 꽤나 큰 힘이 되었기에, 또다시 갑자기 찾아온 이 불안을 잘 넘겨보고자 그 조언들을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저는 대학생 때 일 년간 휴학을 했었습니다. 휴학이 끝나갈 무렵 한 학기의 휴학을 추가로 더 하는 것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는데요. 그 당시 해보고 싶은 경험들은 다 해보았고 대학원 진학을 결심했다 보니, 다른 경험을 하는 거나 쉬는 건 그만하고 이제는 학교에 돌아가야 하지 않을까 하는 불안함이 생겼습니다. 그때 강연 활동을 같이 했던, 저와 성향과 고민이 매우 비슷했던 형님께서 휴학을 더 해보는 것을 강하게 추천해 주셨습니다. 가만히 쉬기만 해도 도움이 될 것이고, 어떤 결정을 하던 배우면서도 동시에 아쉬운 시기일 거라 말씀해주시면서 말이죠. 더해서 최적의 솔루션을 찾겠다는 생각보다는 '이렇게도 살 수 있구나. 이렇게 하니 아무것도 없고, 아프고, 행복하고, 슬프구나' 하는 것을 느끼며 스스로를 최대한 객관적으로 바라보려 애쓰면 좋겠다고 말씀해주셨어요. 결과적으로 저는 6개월을 더 쉬다 학교에 돌아갔고, 예상대로 그 기간 동안 조급하고도 괴로운 고민들을 마주하느라 굉장히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후회하지 않는 선택이자 기간으로 남아있습니다. 뭐랄까 '쉼이라는 것도 제대로 하기 위해선 시간이 꽤 필요하구나'라는 걸 느낄 수 있었달까요. 형님의 말씀처럼 때로는 꼭 배우거나 나아가야 한다는 강박을 잠시 제쳐두고, 그저 바라보며 감상하듯 겪어보아야 하는 순간들이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휴학을 마치고 학교에 돌아와서는 연구실에서 연구 참여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그러면서 동시에 제가 존경하는 한 교수님과의 인연이 시작되었죠. 그 당시에도 연구를 잘하고 싶은 조급함과 불안함이 있었다 보니, 교수님께서는 어찌 그렇게 매사 많은 것들을 열정적으로 잘 해내고 계신 건지 그 원동력이 궁금하다 여쭤봤었습니다. 그랬더니 교수님께서는 '큰 열정이 있지는 않고 벌써 지겹다'는 의외의 답변을 해주셨어요. 그리고 '모든 걸 다 제대로 해내지 못하고 있다. 그냥 하고 있는 중이다'는 말씀도 덧붙이셨습니다. 교수님 특유의 시니컬함에 나름 신선한 충격을 받아서인지 후에도 여러 가지를 많이 여쭤봤었어요. 어떤 기준으로 지금의 연구 분야를 선택하셨는지, 교수로서의 고민이나 괴로움은 없으신지를 여쭤봤을 때도 역시나 무미건조한 답변을 해주셨습니다. '연구 분야는 굶어 죽을 것 같지는 않다는 생각이 들어 결정했다. 그리고 교수로서는 지루한 순간들이 더 많은데, 그게 그렇게 힘들거나 하지는 않다. 이건 어디까지나 일이니까' 분명 의미 있는 순간들도 있으시겠지만 그것만을 바라보시지는 않는다는 것이, 나아가 지루한 일상을 온전히 일로써 받아들이고 행하신다는 것이 굉장히 인상 깊었어요. 그토록 높은 성취를 이뤄내신 교수님 같은 분들도 불안과 걱정 앞에서 딱히 특별할 것 없는 건조한 생각으로 대처하신다는 것이 한편으로는 큰 위로였습니다. 교수님의 시니컬하지만 단단했던 조언들은 매번 저의 불안함을 제대로 관통하는 날카로운 창과 같았습니다.


  어제는 그동안 두 번 정도 만나뵀던 선배에게 메일을 드렸었습니다. 여러 진로에 대해 고민하고 있을 때 정말 좋은 답변을 주셨어서 대학원에 진학했을 때 소식을 전해 드리며 감사 인사를 드렸었거든요. 졸업 후에 따로 연락을 드리지 못했던 것이 생각나 뒤늦게 메일을 드렸는데, 고민과 불안에 대한 좋은 실마리를 답장으로 전해주셨습니다. 선배님께서는 요즘 생각을 멈추고 마음을 다스리는데 집중하신다 하셨어요. 특별한 무언가가 있다기보다는, 생활을 정리하고 스트레칭을 하거나 차를 마시고 하는 등의 일상을 다듬는 행위를 통해서 말이죠. 이전에 불안한 마음이 들면 해결점을 찾을 때까지 계속 생각을 했었는데, 지나고 보니 답은 없었고 고민과 불안은 다른 거였구나 하는 생각이 드셨다고 합니다. 분명 저보다 더 많은 고민을 해오셨을 선배님께서도 불안에서 빠져나오는 것에 집중하고 계시다는 소식을 들으니 저 또한 그것만이 유일한 답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답 없는 불안은 그저 흘려보낼 줄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마음 한편에서 존경을 보내고 있던 모든 선배님들께서 불안을 마주하고 계셨습니다. 크게 내색하지 않으셨을 뿐 대부분 비슷한 과정을 겪으며 그 불안에 대한 답을 해 나가고 계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꽤나 많은 사람들을 만나보더라도 생각보다 거창하거나 멋진 해결책은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끝내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린 것이니 때로는 그 마음을 잘 달래주고 생각을 흘려 내다보면 다시금 평안과 즐거움이 찾아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다들 그렇게 불안을 이겨내고 있는 것 같아요. 여전히 미숙함과 불안함이 가득한 저이지만 이런 조언들을 되새기며 보다 충만하게 하루하루를 살아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 이 글은 영상으로도 만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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