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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노 Mar 07. 2022

만족스러운 하루를 만드는 루틴들

일상 루틴

  제 글들은 일기 같은 존재입니다. 가끔 뒤돌아보면서 과거에 제가 어떠한 생각과 감정을 느끼고 있었는지 추억하고 깨닫도록 도와주는 매개체인 셈이죠. 더불어 꽤나 굵직한 선택의 순간 앞에서는 그동안 제가 걸어온 궤적을 보여주며 후회하지 않는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도 합니다. 글을 쓰기 시작한 초반에야 느꼈던 생각들을 남기는 것에 급급했지만,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은 과거의 제 자신과 대화하고 있다는 느낌이 많이 들어요. 그래서 오늘은 언젠가 또다시 힘든 하루를 보내고 있을 제 자신을 위해서 만족스러운 하루를 만들었던 여러 루틴들을 남겨 보고자 합니다.


  첫 번째로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하는 달리기입니다. 시작한 지는 1 년이 조금 넘었어요. 사실 타고난 체력이 그렇게 좋은 편은 아니라 격일로 해오고 있었는데, 최근에 약간의 통증을 감수하고서라도 매일 뛰는 방향으로 바꾸었습니다. 뛰고 난 후 느껴지는 상쾌함과 피로감이 합쳐진 기분에 묘한 중독성이 있거든요. 더불어 원래 소화도 잘 안 되는 편인데, 달리기를 끝마친 날은 아침부터 소화가 잘되고 하루 종일 식욕이 도는 장점도 있습니다. 땀을 내고 온몸에 피가 빠르게 돌다 보니 확실히 신체적으로 여러 도움이 되는 듯해요. 물론 당장은 체력적으로 너무 버겁지만 언젠가 조금씩 적응하고 나아지리라 기대하며 당분간은 힘들어도 버텨내 보려고 합니다.


  다음으로는 밥을 잘 챙겨 먹는 겁니다. 제가 라면을 정말 좋아하긴 하는데 그 외 기타 가공식품이나 인스턴트식품들은 거의 안 먹는 편이에요. 특별히 약속이 없다면 외식도 그렇게 선호하는 편이 아니고요. 어머니가 집밥을 중요하게 생각하시고 또 맛있게 요리해 주시는 것에서 받은 영향인 듯합니다. 그래서 간단하게라도 반찬을 만들어서 챙겨 먹고 나면 담백한 포만감이 느껴져요. 이어서 뒷정리도 하고 설거지도 바로 해결하면 깔끔하게 마무리했다는 뿌듯함도 느낄 수 있습니다. 이제 자취를 시작하면 어머니의 도움 없이 혼자서 밥을 차려먹어야 하는데 잘할 수 있겠죠? 제가 움직이고 생각할 수 있는 에너지를 얻는 큰 요소 중의 하나이니 가끔 귀찮더라도 지금처럼 잘 챙겨 먹어야겠습니다.


  그렇게 몸을 쓰고 밥을 챙겨 먹었으니 하루 끝에 잠을 충분히 잘 자는 것도 정말 중요합니다. 특히나 저는 깨어 있을 때 쓰는 에너지가 많아서인지, 원래 체력이 약해서인지는 몰라도 잠이 많은 편이에요. 더군다나 이래저래 생각이 많다 보니 잠자리에 누우면 별의별 생각이 다 들고, 그 생각이 이어져 꿈도 다양하게 많이 꾸다 보니 수면의 질도 그렇게 높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충분한 수면시간을 확보하는 것은 물론이고 자기 한 시간 전부터는 전자기기를 일체 보지 않으려 해요. 자칫 방심하면 스마트폰의 재미있는 콘텐츠들에 몰두하고 있는 저를 발견할 수 있기 때문에 끝까지 긴장을 놓지 않아야 합니다. 순간에 자극적인 재미보다는 충분히 자고 난 후의 개운함을 위해 참으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이때 가만히 누워 호흡에 집중하려 노력하면 전자기기에 대한 생각이 줄고 잠에 비교적 금방 빠지는 것 같습니다.


  사실 이렇듯 간단한 일상들에 집중하는 것에는 장점이 하나 더 있어요. 바로 잡생각이 줄어든다는 겁니다. 만족스러운 일상을 위해서 꼭 하는 것 중에 하나이기도 한데요. 지금 눈앞에서 당장 해야 할 일들이 아니라 다소 먼 미래나 현재와 관계없는 생각들에 집중하다 보면, 에너지는 쓰는데 별 효용이 없을뿐더러 조급함이나 박탈감까지 느껴지더라고요. 더불어 저의 경우에는 게임이나 인터넷 유튜브에 시간을 쏟으면 쏟을수록 잡생각이 많아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애초에 이런 것들을 아예 접하지 않으면 가장 좋겠지만 그러기가 쉽지 않으니, 최대한 가볍고 짧게 즐기고 잊어버릴 수 있는 것들에만 잠시 시간을 쏟는 편입니다.


  마지막으로는 혼자서 먹고사는 것, 생존의 무게를 감내하고 있음에 충분히 감사하는 것입니다. 이 부분은 저희 부모님께서 저에게 물려주신 감사한 관점 중 하나예요. 물론 좋아하는 일에 대해, 더 숭고한 사명이나 삶의 의미에 대해 고민하고 이를 위해 살아가는 것도 분명 중요하지만, 이 모든 것이 세상에서 살아가기 위한 기본적인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설령 그렇게 높은 목표가 아니라 하더라도 지금 이 순간에 제 한 몸 건사하여 살아 내는 것은 분명 어려운 일이기에, 어떠한 형태로든 생존을 위해 애쓸 수 있고 조금씩 해내고 있음에 감사하는 것이 하루를 보다 만족스럽게 살아낼 수 있는 원동력이 되더라고요. 특히나 '나도 미디어에서 보이는 사람들처럼 멋있게 도전하거나 크게 성공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때는 이런 마음을 더욱 굳게 먹으려 애를 씁니다.


  돌이켜보면 꽤나 만족스럽고 행복한 하루에는 그 순간들에 대한 집중과 더불어 감사가 함께하는 것 같습니다. 물론 이렇게 살아도 미래에 대한 고민이 아예 없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최소한 당장에 실행할 수 없는 계획이나 걱정들에 매몰되지 않을 수 있고, 오늘 하루에 충실하면서 앞으로 무엇이 오든 잘 해낼 수 있을 것이라는 마음 가짐 자체를 탄탄하게 다질 수 있습니다. 사실 단순하고 별거 없어 보이는 것들이지만 꾸준히 하기 위해서는 생각보다 꽤 많은 노력이 필요하거든요. 그렇기에 몸과 마음의 근육이 단단해지고, 보다 건강하고 명랑해지며, 미래에 대한 걱정도 줄일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렇게 보니 몸을 땀 흘려 움직이는 것과 순간마다 펼쳐지는 일상에 흠뻑 젖어드는 하루가 행복한 하루인 듯하네요. 마음이 무거운 날에는 그 무게를 이겨낼 수 있도록, 즐거운 날에는 보다 충만히 행복할 수 있도록 이 루틴들을 잘 이어나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 이 글은 영상으로도 만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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