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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노 Mar 14. 2022

회사 첫 출근, 신입 사원으로 살아남기

신입사원 1주일 차

  회사에 첫 출근을 하고 일주일이 지났습니다. 한주가 다 지나간 것은 아니지만 평일이 지났으니 회사원으로서는 일주일이 지났다고 볼 수 있겠죠. 사실 자취방에 들어온 날 첫 출근을 한 날도 다 기록으로 남기고 싶었는데 정말 정말 정신이 없었습니다. 제가 딱히 짐이 많거나 그런 건 아니었는데 월요일 출근인 상황에서 이사 자체를 일요일 오후에 하니까 짐을 정리할 시간이 거의 없었어요. 사실 아직도 완전히 다 정리를 못한 상황입니다. 조금 아쉽긴 하지만 어쨌든 이제 짐 정리도 얼추 됐고 생활을 조금씩 다잡아 나가고 있는 시기이니 이렇게 일주일간에 느꼈던 점들을 남겨보려고 합니다.


  가장 크게 느낀 점은 신입은 정말 정신이 없다는 거였습니다. 물론 처음 마주하는 낯선 환경이라 그런 게 당연하겠죠. 하지만 팀원분들께서 여러모로 많이 배려해 주시고 챙겨주셨음에도 그와는 별개로 제가 파악해야 할 부분이 참 많았습니다. 당장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의 방향성이나 목표, 자연스럽게 사용되고 있는 여러 가지 용어들, 팀에서 주로 쓰고 있는 개발 관련 툴들, 그리고 팀원분들께서 마주하고 계신 문제의 개요 등등 알아야 할 것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더라고요. 모든 걸 혼자 파악하려고 했으면 정말 힘들었을 텐데, 감사하게도 제가 공부하고 알아야 할 범위들을 어느 정도 정해주셔서 그 부분들을 열심히 따라가고 있는 중입니다. 여러 회의들에 참석하면서 귀동냥도 바쁘게 하고 있고요. 이러한 기간이 아마 한두 달 정도 주어질 것 같은데요. 분위기적으로나 지식적으로나 팀원분들의 관점을 이해하는 것과 동시에 기술적으로 익혀야 할 여러 툴들에 대해서 최대한 빠르게 적응해야 실무에 녹아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들 정말 바쁘게 일하고 계시니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잘 여쭙고 배워나가야 할 것 같아요.


  두 번째는 조금 아쉬운 부분이기도 했는데 생각보다 하루 일과가 그렇게 여유롭지는 않았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운동을 하고, 밥을 챙겨 먹고, 출근한 다음에 퇴근을 하고 집에 돌아오면 꽤나 많이 지치더라고요. 게다가 제가 밤잠에 일찍 드는 편인 것도 한몫을 했습니다. 특히 이번 주는 짐 정리를 비롯해서 추가로 필요한 물품들이 많다 보니 매일 마트와 다이소를 들렀다 오느라 저녁시간이 거의 없었습니다. 그런데 설령 짐이 모두 정리되어도 저녁에 그렇게 많은 여유가 있지는 않을 것 같아요. 정시 퇴근을 하기에는 주어지는 일이 너무 많을 것 같거든요. 첫 회식 때 팀원분들 말씀을 들어보니 일이 많아 늦게 퇴근하시는 경우가 굉장히 많아 보였습니다. 조금 걱정이 되긴 했어요. 저는 아무리 일이 많아도 항상 저녁 시간에는 마무리하고 재충전을 해야 하는 사람인데 회사에서도 그걸 이어갈 수 있을까 싶더라고요. 어딜 가나 엔지니어는 야근과 떨어질 수 없는 직종인가 싶기도 했고, 대학교, 대학원, 회사 모두 그러한 분위기라는 게 익숙하면서도 왠지 모를 씁쓸함이 느껴졌습니다. 뭐 이건 시간이 조금 지나면서 부딪치다 보면 알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마지막으로 짧은 기간이긴 했지만 대학원 생활과의 차이가 조금이나마 느껴지기는 했습니다. 대학원에서는 연구가 중요했기에 남들이 하지 않았던 것을 발견하고 해내는 것이 가장 중요했던 반면, 회사에서는 실제 경제적인 가치를 창출해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기에 비용을 고려하는 비중이 상당했습니다. 연구를 진행할 때도 비용적인 측면을 고려하지 않는 것은 아니었지만 필수적으로 고려되어야 하는 요인은 아니었거든요. 비용이 조금 든다고 해도 새로운 발견이라면 의미가 있으니까요. 하지만 회사에서는 비용적으로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면 해당 업무를 진행할 이유가 거의 없습니다. 연구개발을 위한 투자도 결국에는 이익을 내기 위한 행위이니까요. 그런 측면에서는 좀 더 현실적인 문제를 풀고 있는 것 같아 즐거웠습니다. 더불어 아무리 회사 생활이 힘들다고 해도 대학원 생활보다는 심리적 압박이 적은 것 같아요. 당연히 일과 중 업무를 열심히 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보다 잘 해내기 위해 늦게까지 남거나 심지어 주말까지 나오는 경우가 흔하지는 않으니까요. 대학원과 비교해 봤을 때 행위의 이유가 개인의 성장보다는 업무의 수행과 경제적인 보상에 무게를 두고 있다 보니, 출근을 하지 않는 주말에는 일에 대한 고민을 거의 안 하고 있을 수 있다는 게 꽤나 큰 차이로 다가왔습니다.


  고작 일주일 만에 뭐 이리 많은 생각을 했나 싶네요. 그래도 여전히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들, 앞으로 적응하고 채워나가야 할 부분들이 훨씬 더 많겠구나라는 걸 느꼈던 한 주 이기는 했습니다. 어쩌면 대학원보다 훨씬 더 단조로울 수 있는 회사생활에서 제가 앞으로 어떠한 일들을 기록해 나갈지가 궁금해지기도 하네요. 아직 기록하지 못한 여러 작은 생각들이 계속 교차하고 있지만 그것들이 조금씩 정리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 그리고 스스로가 너무 욕심부리거나 지나치게 괴롭히지는 않았으면 좋겠어요. 너무 힘들지 않은 선에서 회사에서의 일을 잘 해낼 수 있는 사람이 되길 바라며, 또 이 속에서 나름의 매력적인 생각과 감정들을 채워나갈 수 있기를 바라며 다음 주부터 다시 열심히 적응하려 노력해야겠습니다.


※ 이 글은 영상으로도 만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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