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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노 Mar 21. 2022

지루하고 의욕 없이 살고 있습니다

권태로운 일상

  요즘 별 의욕이 없습니다. 딱히 크게 힘들거나 괴로운 일이 없어서 그런지 배부른 소리를 하고 있는 셈이죠. 분명 감사한 일이긴 하지만 어떻게든 해결하고 싶은 숙제입니다. 이런 상태로 생활한 지 꽤 긴 시간이 지났거든요. 대학생으로서의 생활이 끝나갈 때 즈음부터 느꼈던 이 지루함과 의욕상실은 힘들었던 대학원 시절에서도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무언가 하고는 있어 힘들긴 한데 딱히 보람차거나 개운하지는 않은 느낌이랄까요? 그래서 그 당시에는 시간을 쏟는 대상이 제가 간절히 원하는 것이 아니라 그럴 거라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러한 대상을 찾을 수만 있다면 이 권태에서 벗어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죠.


  물론 큰 문제가 없이 잘 살고 있는 이 일상이 나쁜 건 아닌데, 이미 한번 크게 몰입해서 황홀하게 살아본 경험이 있으니 자꾸만 그때의 기억을 느끼고 싶어 합니다.

  '더 멋진 것, 더 대단한 것, 더 설레이는 것이 반드시 더 행복한 삶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한번 맛보면 되돌아갈 수 없기 때문이다. 계속해서 최소한 그만큼 멋지고 대단하고 설레는 것들과 함께하지 못하면 삶은 욕구불만에 시달리기 시작한다. 아, 나는 분명 더 멋진 걸 알고 있는데, 나는 이것보다 더 대단하게 살 수 있는 사람인데, 나는 더 설레 봤는데'

언젠가 브런치에서 읽었던 트레바리 윤수영 대표님이 쓰셨던 글에 크게 공감했던 이유입니다. 저는 하루하루를 신나게 보냈던 그 순간이 너무나도 그리워요.


  윤수영 대표님은 계속 그런 자극을 좇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하다 덧붙이십니다. 당연히 그게 어렵기 때문에 용기인 것이지만, 용기를 내지 못하면 계속 찝찝하게 살면서 약간의 무력감을 느낀다고 하네요. 시간이 지나면 삶의 망각이라는 마취제를 놔준다고는 하지만, 끝내 대표님께서는 운 나쁘게 그리 강렬히 끌려봤다면 좇는 수밖에는 없다며 글을 맺으셨습니다. 아마 저도 확신이 있었으면 다시 그 끌림을 향해 몸을 내던졌을 거예요. 그런데 문제는 제가 끌렸던 것의 정체를 아직도 잘 모르겠다는 겁니다. 아무리 골똘히 생각을 해보거나 사람들과 이야기를 해봐도 별 소득이 없습니다. 어디까지나 막연하게 새로운 것을 경험하고, 사람들과 교류하고, 무엇인가 차근차근 쌓아나가는 느낌을 좋아했다고 밖에는 할 수가 없어요.


  어쩌면 대학생이었기 때문에 느낄 수 있었던 특수한 감정인 것 같기도 합니다. 그 시기에만 있었던 많은 것들이 얽혀있으니 모호하게 밖에 대답할 수 없는 거죠. 한편으로는 제가 강렬히 원하는 게 애초에 한 가지가 아니라 복합적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무엇을 하던 그 당시의 막연한 요소들을 균형 있게 잘 채울 수 있는 삶이라면 다시 몰입해서 살아갈 수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그러니 답의 확신을 갖기 전까지는 뚜렷하게 좋아하는 한 가지가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겠다는 열린 생각을 가지고 있으려 합니다.


  당장이라도 그 순간을 만들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지금은 그럴 수 없습니다. 오랜 기간 동안 바쁘게만 달려와 저에게 남은 에너지가 별로 없거든요. 그러니 지금은 힘을 빼야 할 때인 것 같아요. 회사에서의 일과 소소하게 이루어지는 지루한 일상만을 무심히 바라보려 합니다. 그렇게 기운을 회복하고 나면 분명 다시금 강렬함을 좇기 위해 이리저리 움직일 거예요. 끝내 인생에서 그런 건 존재하지 않았다는 결론에 이르더라도 헤매듯 애썼던 그 시간들까지 후회하지는 않을 테니까요.


※ 이 글은 영상으로도 만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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