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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노 Apr 18. 2022

소년이여, 야망을 가지겠는가?

야망 중독

  대학 생활이 즐거웠던 점 중 하나는 주위에 야망 있는 사람들이 많았다는 겁니다. 돈을 정말 많이 벌겠다든지, 창업을 통해 세상에 큰 영향을 주겠다든지, 연구를 통해 한 분야에서 훌륭한 전문가가 되겠다든지 등의 다양한 야망을 접할 수 있었죠. 덕분에 저는 많은 에너지를 받고 세상을 바라보는 저돌적인 시각을 키울 수 있었습니다. 물론 스스로에게 엄격한 편이고 부족함을 많이 느껴서 당장 크게 무언가를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언젠가 저도 큰 야망을 이루기 위해 기꺼이 많은 노력을 쏟아부으리라 다짐하곤 했었죠.


  물론 제가 그 이전에 야망이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꽤나 큰 야망을 가지고 있었어요. 돌이켜 보면 고등학교 때 성적이 특출 나지 않았음에도 정말 높은 대학을 지망했었습니다. 가능성이 희박했으나 결과적으로 큰 운이 따라 주어 바라 왔던 결과를 입시의 끝에서 마주할 수 있었죠. 이 경험은 굉장히 강렬한 원동력이 되어 또 다른 것을 꿈꾸게 만들었습니다. 저는 그것을 '대학생으로서 해볼 수 있는 경험은 다 해보겠다'는 꽤나 야심 찬 야망으로 승화시켰고, 휴학을 해가면서까지 멋진 사람들과 기대했던 많은 경험들을 기꺼이 다 움켜쥐었습니다. 그 시기가 너무나도 황홀하고 즐거웠던 것은 여러 가지 요소들이 정말 잘 맞아떨어졌기 때문인 것 같아요. 바랄 수 있는 가장 큰 야망들을 이루어낼 수 있도록 운이 따라줬고, 많은 사람들의 다채로운 야망이 충돌하며 커져가던 캠퍼스에서 대학 생활을 할 수 있어 저의 행보에 큰 의심을 할 필요가 없었으니까요.


  하지만 야망을 이루는 게 반드시 삶의 행복으로 이어지지는 않습니다. 야망을 이룬 그 순간은 크나큰 성취감과 즐거움을 얻겠지만 모든 일이 그렇듯 시간이 지날수록 감흥이 사라집니다. 이후에는 두 가지 선택지가 있습니다. 만족하거나 새로운 야망을 좇거나. 야망은 본래 지금보다 크고 도전적인 상태로의 전이이기에 새로운 야망은 이전보다 더 큰 크기일 것이고, 이를 이루기 위해서는 여전히 바쁘게 움직여야 하죠. 또다시 삶이 안전과 평온으로부터는 멀어지고 자극과 에너지로 가득 차게 됩니다. 어찌 보면 만족하지 못하고 새로운 도전을 하는 셈이고, 야망이라는 이름의 마약에 중독되어 계속 이를 갈구하는 모습 같기도 합니다. 단지 차이가 있다면 그 모습이 대부분 세상의 발전에 이롭다고 평가받는 것들이기에 별다른 사회적 제재가 없다는 거겠죠. 아마 개인의 에너지가 바닥나기 전까지는 그 굴레를 끊기 쉽지 않을 겁니다.


  분명 야망을 좇으며 유의미한 성과를 일궈내고 이를 통해 주변 사람들과 사회에 기여하는 삶은 아무나 할 수 없습니다. 그렇기에 많은 사람들이 찬사를 보내고 그렇게 되기를 원하는 거겠죠. 저 또한 제가 가졌던 야망을 이뤄봤던 몇 번의 경험에 크게 감사하고 있고 그 덕에 누리고 있는 것들이 있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좋기만 할 줄 알았던 그때의 경험에도 분명 감당해야 할 부작용이, 높아져 버린 성취감의 기준에서 오는 공허함이 있음을 뒤늦게 알게 되었습니다. 어쩌면 그동안의 야망들이 애초에 제가 감당할 수 있는 크기가 아니었지만 운이 따라주었기에, 그 운이 빠져나가고 남은 무게를 이제야 견뎌내는 것 같기도 합니다. 그래서 지금의 제가 평온함에 만족하지도 그렇다고 새로운 야망을 추구하지도 못하는 것 같아요. '나도 다시 에너지를 갖기 위해 야망을 찾고 따라가야 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과 '지금 이렇게 버거운 것을 보면 이 이상의 야망은 오히려 파괴적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충돌하고 있습니다. 쉽사리 뚜렷한 답을 나올 것 같지는 않아서 지금은 몸과 마음을 재정비하는 것에만 집중하고 있기는 하지만요.


  지금도 제 주변에 꽤 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야망을 쫓고 있습니다. 다들 능력이 뛰어나고 한창일 어린 나이라 그런지 도전적인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아요. 살면서 성취감은 매우 중요하기에 이를 위해 야망을 품고 도전하는 건 어릴수록 한 번쯤 겪어봐야 할 경험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한때 모든 것이었던 야망을 성취해 보았다면, 지금 따라가는 야망이 너무나도 커서 지나치게 많은 것을 쏟아붓고만 있다면 한 번쯤 생각해볼 필요는 있겠습니다. 내가 정말 야망을 가져야 하는지, 내가 추구하는 것이 그저 큰 야망에서 오는 자극적인 성취감은 아닌지, 나도 모르는 사이에 야망에 잡아먹히고 있는 건 아닌지 말이죠.


※ 이 글은 영상으로도 만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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