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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노 Apr 25. 2022

월 천만 원 버는 비법, 궁금하지 않은데요

성공 포르노

  SNS는 인생의 낭비라는 유명한 말이 있습니다. 최근 들어서는 여기에 유튜브도 포함되어야 하지 않나 싶어요. 별로 궁금하지도 않은데 자극적이라 보게 되는 영상들이 참 많습니다. 좋아하는 일을 찾는 방법, 돈을 많이 버는 법, 성공하는 방법과 동기 부여, 정말 멋지고 예쁜 사람들의 열정적인 일상 등등 잠깐의 호기심에 궁금해서 클릭하고 나면 계속해서 비슷한 종류의 영상들을 마주합니다. '아, 애초에 누르지 말았어야 했는데' 하는 후회도 들고 '내가 이렇게 자극적으로 영상들을 꾸미지 않아서 크게 성장하지 못하는구나'라는 갑작스러운 자아성찰을 하기도 합니다.


  사실 처음부터 이런 영상들에 피로감을 느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평소 성공이나 돈을 버는 것, 열정적으로 사는 것에 관심이 많아서 그런 영상들을 먼저 찾았어요. 불행인지 다행인지는 모르겠지만 참 많은 종류의 영상들이 있었고, 심심할 때마다 그런 영상들을 보며 무언가 중요한 단서들을 얻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왜인지 모르게 마음을 다잡는 것 같기도 하고 무언가 해낼 수 있을 것 같다는 에너지도 솟아났으니까요. 사람을 좋아하다 보니 주변에서 직접 만날 수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듯한 즐거움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꽤나 오랜 시간 동안 그런 영상들로 저의 유튜브 기록을 채워나갔고, 그 여파로 지금도 알고리즘이 비슷한 종류의 영상들을 추천해주고 있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무언가를 느끼고 배우기보다는 피로감만 쌓였습니다. 정말 많은 영상들을 보다 보면 결국 메시지는 다 엇비슷하게 막연하고, 유튜브에도 경쟁이 존재하다 보니 자극적인 제목과 썸네일에 비해 알맹이가 없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무엇보다 그런 영상들을 본다고 해서 당장의 제 일상이 크게 달라지는 건 없었습니다. 아무리 마음이 크게 동요하더라도 결국은 실제 행동으로써 움직여야 의미가 있는 것인데, 그런 영상들을 보기 시작한 시점부터 지금까지 저는 제 눈앞에 있는 것들만 잘 해내기에도 벅찼거든요. 그러다 보니 월 천만 원을 번다던가, 성공하기 위한 여러 가지 철학이라든가, 열정적으로 살아가는 사람의 브이로그와 같은 이야기들이 오히려 저에게 박탈감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지금 제가 살아가는 삶도 충분히 치열하고 나름 멋있는 모습일 텐데, 다른 방향으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편집된 기록을 보며 제 자신이 은근슬쩍 비하하는 모습이 보였어요. 어느 순간 건강한 자극이 아니라 성가신 잡음이 되어 버린 셈이죠.


  이런 잡음은 현재를 순간으로써 온전히 느끼기를 방해하는 것 같습니다. 더 나아져야 하지 않을까, 계속 발전해야 하지 않을까, 다른 방향의 길이 있지 않을까 하는 불안을 만들어 내거든요. 실제로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지만 어쨌든 계속해서 생각이 맴도는데 당장 큰 변화를 만들어내기가 쉽지 않다는 건 괴롭고 소모적인 일입니다. 그러고 보니 미래를 걱정하지 않고 지금에만 집중하며 만족해 본 순간이 너무나도 오래 전인 것 같네요. 안 그래도 별 의욕이 없는 요즘인데 이런 영상들이 상태를 더 악화시키고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다양한 이야기를 접할 수 있다는 건 분명 유튜브의 큰 특징이자 장점입니다. 그렇기에 저라는 소시민이 단순히 생각을 기록한 영상들에도 이토록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시는 꽤나 놀라운 일이 일어나는 거겠죠. 하지만 이것이 때로는 개인이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지나친 잡음이 된다고 봅니다. 당연히 제가 올리는 영상마저도 예외는 아니고요. 그렇기에 개인의 기준이 더더욱 중요한 것 같습니다. 유튜브라는 광활한 세상에 있는 잡음들을 모두 다 받아들이다가는 각자의 그릇에 담긴 소중한 생각과 일상이 넘치고 말 테니까요. 영상으로 접하는 감흥보다 중요한 건 개개인이 실제 발 딛고 살아가는 일상과 현실입니다. 설령 제 영상을 보시는 당신에게 제 영상이 그러한 존재라 멀리한다고 하셔도 그건 변하지 않을 사실이에요.


※ 이 글은 영상으로도 만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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