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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노 May 02. 2022

신입사원은 아무것도 해낼 수 없나 보다

신입사원의 자괴감

  오늘 아무것도 해낸 게 없습니다. 정확히는 끝내 해결하지 못한 문제들만 와장창 마주했어요. 정말 아무것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 달 조금 남짓한 기간 동안에도 딱히 뚜렷하게 홀로 해낸 일이 없거든요. 하다 보면 막히고 끙끙대다 도움을 요청하는 것의 반복이었습니다. 작은 팀에서 일하다 보니 하필 또 도와주시는 분이 경력이 엄청나게 많으신 분이라 너무나도 손쉽게 해결하시는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설령 단번에 문제를 해결하시지는 못하더라도 '저런 식으로 문제를 파악했어야 하는 건데' 하는 깨달음을 주십니다. 이전에 본인이 다 할 수 있지만 저에게 고민거리만 던져주고 직접 해결해주지 않는 이유는, 제가 자괴감을 느낄 것이기 때문이라 하셨는데 이제야 무슨 말인지 알 것 같았습니다.


  자괴감. 오래전부터 수도 없이 마주해온 감정입니다. 저는 직관이 뛰어나거나 예측을 잘해서 처음부터 잘하기보다는, 부딪치고 실패하고 깨지면서야 비로소 이해하고 경험으로 깨우치는 타입이다 보니 항상 앞서 나가는 사람들을 보면 동경과 질투가 차올랐습니다. 경험이 많은 선배들을 보면서도 그런 생각이 들었으니 저와 비슷한 나이의 사람들을 보면 그 감정은 더욱 격해졌어요. 사실 따지고 보면 제가 그렇게 크게 뒤쳐져 있는 것도 아닌데, 어쩌면 지금의 위치에서 그렇게 시행착오를 겪는 게 당연할 텐데 괜히 심술을 부리는 셈입니다.


  그토록 뛰어난 사람들과 함께하는 게 괴로웠지만 한편으로는 위로도 많이 받았습니다. 가까이에서 본 그들의 뛰어남에도 실패가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거든요. 그들에게 분명 선천적인 재능도 있었겠지만 가장 큰 공통점은 크고 작은 실패들에 딱히 포기할 생각을 안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크게 괴로워하는 사람부터 무던하게 넘어가는 사람들까지, 각자의 방식은 달랐지만 결국 끝내 문제를 해결해냈습니다. 잘 해내는 사람들은 누구보다 그 과정을 많이 겪었음이 분명합니다. 그러니 지금 제가 잘하지 못하는 건 아직 그 과정을 충분히 겪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믿는 수밖에요. 익숙하지만 여전히 다루기 어려운 감정입니다. 학교를 다니는 내내 느꼈던 부족함이 아직까지도 이어진다는 게 이 심술을 언제까지 부려야 할지 모르겠다는 게 답답하네요.


  신입사원이기 때문에 아무것도 해낼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정신승리에 가까워서 이렇게만 생각해서는 안 되겠지만, 일을 하는 방식이나 일에 필요한 여러 가지 기술과 경험 무엇 하나 충분하지 못한 게 당연합니다. 그러니 무언가를 해내기보다 배워야 할 신분인 셈이죠. 그것이 다른 사람에게 물어보는 것이든, 직간접적으로 보고 배우는 것이든, 문제를 풀어보다 실패하고 고민하는 과정이든 저에게는 여전히 많은 시간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제가 정말 뛰어난 사람이라서 경력직 같은 신입사원이었다면 어땠을까요? 아쉽지만 상상밖에는 해볼 수 없습니다. 그럴만한 재능은 없으니 시간과 인내로써 경험이라는 무기를 갈고닦는 수밖에는 딱히 방도가 없어 보입니다.


※ 이 글은 영상으로도 만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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